‘마스가’ 점수 따 8조 잭팟…1년새 판 바꾼 한화 김동관

군살 없는 호리호리한 체격에 키 183㎝의 건장한 남성. 까무잡잡한 얼굴에 짧은 머리, 번뜩이는 눈빛은 마치 전쟁터를 누비는 군 장교를 연상케 한다. 그가 매일 출근하는 곳은 서울 중구 한화그룹 빌딩 24층 부회장실. 김승연 회장의 장남이자 ㈜한화·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솔루션 등 한화 방산·에너지 부문 계열사의 전략부문 대표이사인 김동관(43) 부회장 얘기다.
" 김 부회장님이요? 탄수화물 안 먹고 케틀벨 40㎏를 드는 사람이에요. 부회장님 때문에 몸 관리 하는 사람이 임원 중에 한두 명이 아닙니다. (한화 계열사 임원 A씨) "
그런 그가 최근 잭팟을 터뜨렸다. 한화그룹의 해양방산 핵심 계열사인 한화오션이 지난 1일 방위사업청의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상세설계 및 선도함(1번함) 건조 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것이다. 경쟁사 HD현대중공업이 보안감점을 받으면서 한화오션은 1점 안팎의 점수 차이로 사업을 따냈다.
KDDX 사업은 6000톤(t)급 이지스 구축함 6척을 건조하는 국책 사업으로 사업비만 7조8000억원에 달한다. 1번함을 한화오션이 짓게 되면 한국의 차세대 이지스함 건조를 주도한 기업이라는 타이틀을 얻는다. 더욱이 ‘마스가(MASGA, 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 등 해외 수주전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
사실 1년여 전만 해도 HD현대중공업이 KDDX 사업을 수주할 거란 관측이 더 많았다. 익명을 원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HD현대중공업이 건조의 밑그림인 기본설계를 했기에 관행대로라면 1번함은 수의계약 형태로 HD가 따낼 가능성이 컸다”고 말했다.
양사가 치열하게 다퉜던 경쟁에서 김 부회장이 판도를 바꾼 비결은 뭘까.
시계를 11개월 전인 2025년 7월로 되돌려보자.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없이 바로 출범한 이재명 정부의 가장 큰 숙제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와의 상호관세 및 자동차·철강 관세 협상이었다. 특히 25%에 달하는 자동차 수출 관세를 물게 되면 한국의 핵심 수출 산업인 자동차 산업이 통째로 휘청일 수 있었다.
이재명 정부는 트럼프 행정부가 원하는 것을 내밀어야 했다. 중국의 해군력에 밀리는 미 해군. 하지만 조선산업이 이미 쇠락해 버린 미국은 자력으로는 중국 군함 건조 속도를 따라잡을 수 없었다. 이에 주목한 한국 정부는 한·미 정상회담(2025년 8월 25일) 한 달 전부터 한·미 조선 협력 프로젝트인 ‘MASGA’를 미국 정부에 제안했다. 1500억 달러(약 230조원)의 조선업 펀드를 구성해 한국의 조선사들이 선박 건조, MRO(유지·보수·정비), 조선 기자재 투자 등 미국의 조선업 생태계 부활을 위해 나서겠다는 내용이다.

정치권과 조선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김 부회장은 밀고 당기는 한·미 정상회담 협상 과정에서 한국 정부 협상력을 극대화하는 데 주효한 역할을 했다. 그는 미국 정부의 상호관세 부과(2025년 8월 1일) 직전인 7월 28일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미국 필라델피아 소재 한화필리조선소에서 마스가 프로젝트를 구체화할 수 있다는 점을 미국 측에 피력했다고 한다. 미국의 낡은 조선소를 인수해 투자하겠다는 한국 조선업체 오너의 설득은 한·미 정부 간 극적인 협상 타결(7월 31일)에 기여했다.
김 부회장은 한 달 후 워싱턴DC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 때도 경제사절단에 포함돼 이 대통령과 동행했다. 당시 상황을 잘 아는 이들은 김 부회장이 이때도 뒤에서 정부를 지원하는 역할을 했다고 전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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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성·박해리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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