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쳐버린 취업난”…중소기업 1명 뽑는데 1800명 몰렸다

취업준비생 김모씨(29)는 최근 서울 소재 직원 60명 규모의 데이터분석 중소기업이 연봉 4000만원 조건으로 낸 사무직 채용 공고를 보고 지원했다가 깜짝 놀랐다. 1~2명을 뽑는 자리에 지원자가 1800명이나 몰렸기 때문이다. 결과는 서류 탈락이었다. 김씨는 “조금 괜찮은 일자리는 수백대 1의 경쟁률이 기본이다. 올해는 정말 미쳐버린 취업난이라는 말이 나온다”고 말했다.
청년 일자리 문제가 하반기 경제·고용 정책의 최대 현안으로 부상했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청년 고용 개선을 최우선 순위에 두고 노력하겠다”고 언급할 만큼 상황이 녹록지 않다. 청년층은 일자리는 주는데, 임금은 일부 대기업으로 쏠리고, 상향 이동의 사다리는 막히는 ‘3중고’에 직면했다.

근본적으로는 일자리 수 자체가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5일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경제성장률 대비 취업자 증가율을 뜻하는 고용탄성치는 8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KDI는 경제전망에서 올해 취업자 수가 17만명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지난해 취업자 수 2876만9000명보다 0.6% 증가하는 데 그치는 수준이다. 이를 KDI가 전망한 올해 경제성장률 2.5%로 나누면 고용탄성치 추정치는 0.24로, 2018년 이후 가장 낮다. 한마디로 경제는 성장하는데 일자리는 그만큼 늘지 않는다는 의미다.
일자리 감소의 충격은 청년층에 더 집중되고 있다. 올해 들어 5개월 연속 취업자가 감소한 연령층은 15~29세 청년층이 유일했다. 특히 청년들이 선호하는 대기업 일자리가 크게 줄었다. CXO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대기업 고용의 40%를 차지하는 4대 그룹 삼성·SK·현대차·LG의 직원 수는 1년 사이 1만2300명 감소했다. 그룹별로는 삼성 931명, 현대차 2395명, SK 3699명, LG 5370명 줄었다. 청년들이 진입하고자 하는 양질의 일자리 문이 오히려 더 좁아지고 있는 셈이다.
윤동열 건국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청년 일자리 문제는 ‘고용 없는 성장’에 인공지능 전환까지 겹치며 더 심화되고 있다”며 “대기업과 청년 선호 직종을 중심으로 채용이 얼어붙으면서 체감 실업도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청년들이 지방·중소기업 취업을 기피하는 것이 문제라고 말한다. 하지만 청년들의 대기업 쏠림은 단순한 선호의 문제로만 보기는 어렵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가 여전히 크고, 그 격차가 따라잡기 어려운 수준으로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연구원의 ‘노동시장 이중구조와 청년 취업: 대기업과 중소기업 임금 격차를 중심으로’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기준 대기업 근로자의 월평균 임금은 613만원으로, 중소기업 근로자 임금 307만원의 2배 수준이었다. 대기업 대비 중소기업 임금 비율은 2015년 0.43배에서 2024년 0.49배로 소폭 개선됐지만, 청년들이 체감하는 금액 기준 격차는 같은 기간 298만원에서 365만원으로 오히려 더 벌어졌다.
특히 산업연구원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업계의 성과급 분배 과정을 예로 들며,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명목 임금 격차가 더욱 확대되면서 청년들에게 ‘대기업 입직’ 여부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산업연구원은 "25세부터 49세까지 연령대별 평균 임금 차이만 단순 계산해도 대기업 입직자가 중소기업 입직자보다 임금소득에서 약 10억원의 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고 봤다. 청년들 입장에서는 대기업 선호가 단순한 눈높이 문제가 아니라, 생애소득 격차를 좌우하는 선택이 된 셈이다.
문제는 한 번 중소기업에서 경력을 시작하면 이후 대기업으로 옮겨가는 사다리마저 좁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사실상 ‘첫 직장’이 향후 임금 경로를 좌우하는 구조가 굳어지면서, 청년들의 중소기업 기피하며 취업이 지연되는 현상을 단순한 눈높이 문제로만 보기는 더 어려워지고 있다.
국가데이터처 공식 통계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중소기업에서 대기업으로 자리를 옮긴 이른바 ‘상향 이직’ 비율은 11.8%에 그쳤다. 이 비율은 2017년 9.2%에서 2023년 12.1%까지 꾸준히 상승했지만, 2024년에는 처음으로 하락 전환했다. 중소기업에서 대기업으로 이동하는 문이 좁아지면서, 열 명 중 한 명 정도만 상향 이직에 성공하는 셈이다.
윤 교수는 “청년 고용 정책은 취업자 수를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첫 직장의 질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전환돼야 한다”며 “정부가 추진해온 청년 인턴사업, 채용장려금, 공공 단기일자리 사업은 취업률 제고에는 기여했지만 장기적인 경력 형성 효과는 제한적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는 직무훈련, 경력관리, 임금 상승 가능성을 갖춘 일자리에 재정을 집중해야 한다”며 “임금 격차 완화, 직무교육, 주거·교통비, 자기계발비 등을 묶은 청년 중소기업 패키지 지원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세종=김연주 기자 kim.yeon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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