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인문학 가치 복원해야” 美 공교육 도입이 던진 질문

김아영 2026. 7. 5. 20:53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게티이미지뱅크

최근 미국 텍사스가 주 최초로 공립학교 필수 도서에 성경을 포함하면서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국내에서는 성경을 종교 교재가 아니라 인문학적 가치와 역사성을 지닌 고전으로 인정하고 기독 사학에서 자유롭게 읽고 연구할 권리가 보장되기를 기대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5일 미국 교계 언론에 따르면 텍사스주 교육위원회는 최근 공립학교 읽기 목록과 초등학교 선택 교육과정에 성경 구절과 기독교 관련 글을 포함하는 안건을 승인했다. 개편안 핵심은 문학과 역사 수업에서 성경 구절을 수업 자료로 활용하는 것이다. 초등 저학년은 ‘노아의 방주’ 같은 성경 이야기를 배우고 이후 학년에서는 마태복음의 산상수훈, 시편 23편, 고린도전서 13장(사랑장) 등 주요 구절을 접하게 된다. 이번 조치는 유치원부터 초등 저학년까지 성경 이야기를 독서·언어 교육 자료로 활용하는 ‘블루보넷 러닝’과 2030년대부터 적용될 별도 독서 목록 개편안으로 나뉘어 추진되고 있다.

텍사스주 교육 당국은 학생들이 성경을 종교 교리가 아니라 영어·문학 수업에서 읽는 고전 작품이나 참고자료처럼 접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장 적용 과정에서는 완충 장치도 마련됐다. 각 교육구와 학교는 주 정부가 제시한 읽기 목록 이외에도 다른 세계 고전 작품을 추가로 가르칠 수 있으며 민감한 내용에 대해서는 학부모가 종교적 신념과 충돌하는 특정 수업에 자녀를 참여시키지 않도록 요청할 수 있는 기존 관행도 유지된다.

이번 조치는 형식상 각 교육구가 채택 여부를 결정하는 선택형 커리큘럼이지만 주 정부가 도입 학교에 학생당 추가 재정을 지원하면서 사실상 우회적 의무화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텍사스에서는 공립학교 교실 내 십계명 게시 의무화 법안이 추진되는 등 기독교적 가치를 공교육에 도입하려는 시도가 이어져 왔다. 미국 내에서는 정교분리 원칙을 둘러싼 논의와 함께 찬반 입장도 엇갈리고 있다.

텍사스 교육 당국의 움직임은 성경 독서율 하락을 만회하려는 의도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월 미국성서공회(ABS)가 발표한 ‘미국 성경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정기적으로 성경을 읽고 삶에 적용하는 미국인은 17%에 그쳤다. 성경에 대한 호기심은 있으나 혼자 읽지 않는 ‘잠재적 중간층(Movable Middle)’은 전체 성인의 28%에 달했다.

이런 흐름은 한국 교계에도 중요한 과제를 남긴다. 한국 국·공립학교는 헌법과 교육기본법에 따라 종교적 중립을 지켜야 하며 특정 종교 경전을 필독서로 지정하지 않는다. 기독교 사립학교에서도 성경을 정규 과목으로 채택하는 데 난항을 겪는다. 호재민 대한성서공회 총무는 5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정파적 이해관계에 따라 성경 사용에 대한 견해가 갈리는 것이 안타깝다”며 “성경이 가진 가치와 역사성은 인문학적으로도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독교 사학에서는 예배뿐 아니라 정규 과목으로 자유롭게 읽고 연구할 수 있는 권리가 보장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