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 넘은 연대와 기도 끝에…中 구금 목사 가족 품으로

중국 당국에 구금됐던 에즈라 진(57·김명일) 베이징 시온교회 목사가 석방됐다. 체포 약 9개월 만이다. 미국의 외교적 노력과 한국교회의 기도가 있었던 가운데, 진 목사 가족은 “중국 신앙인들에게 긍정적 전환점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다만 시온교회 지도자 8명이 여전히 수감돼 있어 이들의 석방과 중국의 종교 자유 문제는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5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해 10월 ‘불법 정보망 사용’ 혐의로 체포된 진 목사는 4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 도착해 가족과 재회했다. 2018년 이후 약 8년 만의 상봉이다.
석방은 예고 없이 이뤄진 것으로 파악됐다. 평소처럼 구금돼 있던 진 목사는 갑작스럽게 풀려나 곧바로 공항으로 옮겨져 비행기에 올랐고, 연락을 받은 가족이 LA로 향하면서 만남이 성사됐다.
진 목사의 딸인 그레이스 진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가족의 공식 입장을 전하며 “함께해 주신 모든 분의 지지와 기도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이번 일을 통해 하나님의 기적을 경험했다. 이루 말할 수 없는 기쁨을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트럼프 행정부에도 감사드린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직접적인 개입이 없었다면 이번 석방은 일어날 수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진 목사의 석방을 요청한 바 있다.


이번 석방에는 미국의 외교적 노력과 세계 교계의 기도 연대가 배경으로 작용했다. 미 국무부는 지난해 10월 진 목사에 대한 석방 촉구 성명을 냈고, 상원은 11월 중국공산당의 종교인 박해를 규탄했다. 한국 국회도 지난해 12월 진 목사 등 시온교회 수감자들의 석방과 종교 자유 보장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발의했다. 국제 로잔 운동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세계 45개국 교계 지도자와 성도 500여명은 지난해 11월 시온교회를 위한 기도 연대에 참여했다.
한국교회의 조력도 있었다. 지난해 10월 진 목사 구금 직후 성도들의 마음을 모아 시온교회를 위한 후원 계좌를 연 서울 충현교회(한규삼 목사)는 앞으로도 후원을 이어갈 계획이다. 한규삼 목사는 “진 목사님과 평소 시편 126편 1절 ‘꿈꾸는 것 같았더라’는 구절을 자주 나눠왔는데, 석방 소식을 접한 순간 정말 꿈꾸는 것 같았다”며 “우리교회뿐 아니라 여러 한국교회와 미주 한인교회가 시온교회를 위해 한마음으로 기도하며 힘을 보탰다”고 했다. 이어 “남은 여덟 분의 시온교회 교역자들도 무사히 석방될 수 있도록 기도로 동역하고, 남겨진 시온교회 성도들이 힘을 잃지 않도록 위로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번 석방이 반가운 소식이지만, 교계 안팎에선 이를 중국의 종교 정책 변화로 보기는 이르다는 신중론도 나온다. 중국과 대만에서 활동한 노성천 선교사는 “중국 정부가 열린 자세를 취한 건 고무적”이라면서도 “이를 정책 기조의 전환으로 해석하는 건 무리”라고 지적했다. 그는 “진 목사 석방은 중국이 미국과의 우호 관계를 유지하려는 일종의 꽌시(關係)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국순교자의소리 현숙 폴리 대표는 “신앙을 이유로 처벌받은 이가 풀려난 건 기쁜 소식”이라면서도 “예수 그리스도를 섬긴다는 이유로 불법 사업 운영이나 사기 같은 터무니없는 혐의로 기소돼 여전히 수감 중인 시온교회 지도자들을 기억하며 계속 기도해 달라”고 전했다. 석방 직후 진 목사의 근황에 대해 시온교회 측은 “당분간 휴식을 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시온교회 지도자 8명은 여전히 수감 중이다. 왕린(王林) 가오잉자(高英家) 인후이빈(尹惠斌) 류젠빈(刘振斌) 린수청(林树成)·왕충(王聪) 목사와 왕중(王中) 장로, 우추위(吴秋雨)다.
김연우 박윤서 손동준 이현성 기자 ye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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