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미국은 자유의 나라” 폭염 속 美독립 250주년, 폭죽처럼 터진 축하 열기

임성수 2026. 7. 5.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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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독립 250주년 기념일 행사가 열린 4일(현지시간) 워싱턴 DC에서 축하 불꽃쇼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해피 포스 오브 줄라이(Happy Fourth of July·7월 4일)!” 4일(현지시간) 오후 미국 수도 워싱턴 DC의 워싱턴기념탑 앞에서 만난 카일리 스핀(33)은 기자에게 이렇게 인사를 건네며 미국의 가치를 자유와 애국심으로 요약했다.

그는 “독립기념일은 미국이라는 나라가 그동안 이루어낸 눈부신 발전과 성장을 되돌아보게 만드는 뜻깊은 시간”이라며 “미국의 가장 중요한 핵심 가치는 ‘자유’와 ‘표현의 자유’”라고 했다.

미국 독립기념일 250주년을 맞은 4일(현지시간) 워싱턴 DC 워싱턴기념탑 주변에 마련된 기념 행사장 앞에서 시민들이 검색을 위해 줄 지어 서 있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카일리는 참전 용사 가족이라는 점을 밝히며 애국심도 강조했다. 그는 “베트남 전쟁과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하셨던 우리 할아버지들이 생각나 마음이 뭉클하다. 한 분은 안타깝게도 저희 아버지의 생신날 전사하셨고, 지금도 베트남 참전 용사 기념비 벽면에 성함이 새겨져 있다”고 했다.

세계 최강국 미국이 독립 250주년을 맞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이란 전쟁으로 상징되는 일방주의 외교, 정치 양극화와 민주주의 후퇴 논란 속에서도 미국 국민은 세계 최강국의 독립과 발전을 자부심으로 기념했다. 수도 워싱턴DC를 비롯해 뉴욕과 보스턴, 필라델피아 등 미국 전역에서 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각자의 방식으로 미국의 250번째 독립기념일을 축하하며 환호했다.

미국 독립기념일 250주년을 맞은 4일(현지시간) 워싱턴 DC 워싱턴기념탑 주변에 마련된 기념 행사장에 입장하기 위해 시민들이 줄 지어 서 있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워싱턴DC는 섭씨 38도의 폭염, 천둥과 번개를 동반한 비 등 악천후 속에서 독립 250주년을 기념했다. 궂은 날씨 탓에 일부 행사가 지연됐지만, 결국 계획대로 85만개의 불꽃이 터지며 행사가 화려하게 마무리됐다.

본 행사가 시작되기 한참 전인 이날 오후 5시부터 워싱턴기념탑과 링컨기념관을 잇는 내셔널 몰 주변으로는 인파가 가득했다. 내셔널 몰 주변 차도는 차량 진입이 아예 통제돼 도보로 변했다. 성조기는 곳곳에서 펄럭였고 시민들은 성조기 무늬 티셔츠와 모자, 액세서리로 무장한 채 찌는 듯한 날씨 속에서도 환한 미소로 긴 보안검색대를 통과했다.

메인 행사인 ‘미국에 바치는 헌사(Salute to America)’ 행사장인 워싱턴기념탑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던 데이브와 스테파니 부부는 “미국은 젊은 나라지만 250주년은 우리에게 큰 이정표”라며 애국심을 강조했다.

데이브는 “나는 군인 집안 출신이고 나 역시 군 복무를 했다. 아내의 부모님도 군인이셨다. 애국심은 우리에게 깊이 뿌리내린 것”이라고 했다. 그는 “우리가 자유를 가질 수 있다는 사실이 미국인으로서 나를 가장 자랑스럽게 만든다”고 덧붙였다. 스테파니는 종교의 자유를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자유롭게 예배할 수 있고 원한다면 성경책을 들고 다녀도 그것 때문에 처벌받거나 문제 되지 않는다”며 “정말 자유롭게 신앙생활을 할 수 있다는 점이 미국의 핵심 가치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미국 독립기념일 250주년을 맞은 4일(현지시간) 워싱턴 DC 워싱턴기념탑 주변에 마련된 기념 행사장 앞에서 시민들이 검색을 위해 줄 지어 서 있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코네티컷주에서 온 팀(68)도 미국의 자유가 가장 자랑스럽다고 했다. 그는 “미국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 역시 종교의 자유, 그리고 자유 그 자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전 세계 사람들을 지원하고 옳은 것을 수호하며 정의를 실현하고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돌보려고 노력한다는 사실 또한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찌는 듯한 날씨는 갑자기 돌변했다. 본 행사 전 돌풍이 불고 천둥 번개가 예고되면서 이날 오후 7시쯤 내셔널 몰에서 일시 퇴장하라는 지시가 내려졌다. 하지만 시민 대부분은 귀가하지 않고 행사장 주변에서 대기했다. B-2 폭격기 등 전투기들이 저공비행 하는 에어쇼가 계속되자 하늘을 향해 휴대전화를 들고 촬영하며 ‘USA’를 외치기도 했다.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모자를 쓰고 행사장 주변에 있던 다니엘(35)은 “독립 25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MAGA 모자를 쓰고 워싱턴DC 셔츠를 입고 나왔다”며 “이번 250주년은 우리 미국인들이 누려온 250년간의 자유를 의미한다. 기독교적 가치를 바탕으로 헌법을 만든 선조들의 신앙을 본받는 계기이기도 하다”고 했다. 그는 특히 “마가의 핵심 가치는 언론이 묘사하는 것처럼 극단주의가 아니다. 우리의 핵심 가치는 기독교”라며 “우파 보수주의자가 된다는 것은 우리의 기독교적 가치를 보존하고 지키는 것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폐쇄됐던 행사장 보안 게이트는 이날 오후 10시쯤 다시 열렸다. 축하 공연이 이어졌고 트럼프 대통령은 오후 11시 15분 무대에 올라 예고된 연설을 했다.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트럼프의 연설 뒤 밤 12시부터 시작돼 85만 발의 폭죽이 터진 불꽃 쇼였다. 기록적인 폭염과 기습적인 뇌우가 교차한 워싱턴DC의 밤하늘은 거대한 불꽃으로 채워졌다. 40여분간 이어진 불꽃의 향연과 함께 250번째 독립기념일은 또 하나의 역사를 남기며 막을 내렸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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