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적인 생산 과정... '포브스'가 '혐오음식' 명단에 올린 커피의 정체 [커피로 맛보는 역사, 역사로 배우는 커피]

이길상 2026. 7. 5.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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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로 맛보는 역사, 역사로 배우는 커피] '똥 커피' 띄운 오프라 윈프리와 잭 니컬슨

[이길상 기자]

 식용 목적으로 개를 사육·도살·유통·판매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특별법 제정안이 2024년 1월 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날 오후 서울 시내 한 보신탕 가게 모습.
ⓒ 뉴시스
초복(7월 15일)이 다가오고 있다. 삼복더위가 시작되면 보신 음식을 찾는 사람이 많다. 한동안 보신 음식의 상징은 '보신탕'이었다. '개장국' 혹은 '단고기국'이라고도 불렀다. 개고기를 이용한 음식이다. 1980년대 후반부터 반려견 인구의 증가로 보신탕 애호가가 줄었고, 용어 또한 사철탕, 영양탕 등으로 순화되었다.

우리나라의 '보신탕' 문화에 대해 서구인들이 비판하는 계기가 된 것은 1988년 서울올림픽이었다. 프랑스의 유명 여배우 브리지트 바르도는 개고기 문화를 '야만적'이라고 비판하며, 한국 제품 불매운동에 앞장서기도 했다. 한류 열풍 초기였던 2002년 국제축구연맹(FIFA) 한일월드컵 대회 당시에도 개고기 논란은 재현되었고,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때도 반복되었다.

내년 2월 7일부터 이 땅에서 개고기 문화는 더 이상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2024년 2월 6일 제정되고 동년 8월 7일 시행된 '개의 식용 목적의 사육·도살 및 유통 등 종식에 관한 특별법'(개식용종식법)에 따른 것이다.

이제 더위에 약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여름철에 보신하려면 삼계탕, 염소탕, 오리탕 등 대체 음식을 즐겨야 한다. 예컨대 모란시장 '흑염소특화거리'를 찾아가야 한다. 아니면 남북 교류 시대를 기다려야 한다. 북에는 '단고기'집, 단고기 메뉴, '단고기 요리 전문가'가 꽤 많다. 보신탕 애호가 중에는 대한육견협회가 2024년에 '개식용종식법'이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제기한 헌법소원의 결과를 애타게 기다리는 사람도 있다.

사실 지구상에는 지역마다, 민족마다, 공동체마다 독특한 식재료를 사용하는 음식이 많고, 이들 중 꽤 여러 음식은 다른 민족에 의해 '혐오음식'으로 불린다. 세계화의 급속한 진행과 문명 간 충돌에 대한 우려가 확대되던 2000년대 초반에 '혐오음식' 논쟁이 유난히 활발했다. 이런 논쟁을 주도한 것은 서구인들이었다.

서구 음식은 없는 CNNgo 혐오 음식 명단

2011년 7월 미국 CNN이 운영하는 여행과 문화 소개 사이트 CNNgo는 '세계에서 가장 혐오스러운 음식들'을 발표하였다. 1위는 중국의 '피단'(삭힌 오리알)이 차지했다. 2위는 필리핀에서 강장제로 불리는 애벌레 모양의 나무지렁이 '타밀록', 3위는 인도네시아의 전통 콩 발효 식품인 '템페'가 차지했다. 그리고 4위가 우리나라의 '개고기와 내장요리'였다. 5위는 캄보디아인이 즐기는 대형 거미 '타란툴라' 튀김, 6위는 태국의 매미 튀김, 그리고 7위는 필리핀의 개구리튀김이었다. 모두 아시아 음식이다.

중국인들이 수천 년 동안 즐겨온 '피단', 일명 '송화단'을 혐오 음식 1위로 선정한 것에 대해 중국과 대만으로부터 거친 반발이 있었고, CNN은 사과문을 발표해야 했다. 인도네시아의 발효 음식 '템페'는 오늘날 세계적으로 소비되는 비건 식품의 하나가 되었다. 이제 템페버거, 템페샐러드 등은 서구인이 좋아하는 음식이다.

CNNgo 혐오 음식 명단에 서구의 음식은 하나도 없었다. 이탈리아 사르데냐 지역에서는 치즈 안에 살아 있는 구더기를 넣는다. 구더기가 치즈를 분해하면서 만드는 독특한 풍미를 즐기는 음식 '카수 마르주'다. 구더기가 살아 있을 때 먹기도 한다. 아시아인들이 즐기기 어려운 혐오스러운 음식이다. 미국 서부 지역에는 '로키 마운틴 오이스터'라는 음식이 있다. 소의 고환을 튀긴 음식이다. 몬태나와 콜로라도 등 미국 서북부와 캐나다 서부 지역에 널리 퍼진 음식이다. 프랑스인들이 즐기는 달팽이 요리 '에스카르고' 또한 많은 사람이 거부감을 느낄 만한 음식이다.

2011년 8월 6일 미국의 경제 전문지 <포브스>는 '세계의 혐오 음식 톱 10'을 선정하여 발표하였다. 이 잡지가 선정한 혐오 음식 1위는 몽골 등 중앙아시아 유목민들이 즐기는 말젖으로 만든 술 '마유주'가 차지했다. 2위는 아이슬란드의 상어 발효 음식 '하칼'이었고, 아시아 여러 지역에서 유행하는 '뱀술'이 3위, 그리고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에서 유행하는 부화 직전의 오리알을 삶아 만드는 '발롯'이 4위였다.

이 기사에서 <포브스>는 서구인들이 즐기는 '커피' 하나를 혐오 음식 5위에 올렸다. '시벳' 커피였다. '시벳'(civet)은 영어로 사향고양이를 말한다. 꼬리에 털이 많고, 귀가 작으며, 주둥이가 뾰족한 이 고양이의 항문에서 사향노루의 사향과 비슷한 분비물이 나온다. 이 분비물 이름이 시벳이고 향수의 원료로 사용된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사향고양이를 '루왁'(Luwak)이라고 부르기에 인도네시아의 '시벳' 커피를 '루왁' 커피라고 부르는 것이다.

루왁 커피는 혐오 커피의 원조
 인도네시아의 요그야카르타에서 햇볕에 루왁 커피 원두를 말리고 있다.
ⓒ 위키미디어 공용
역사적으로 보면 루왁 커피는 혐오 커피의 원조였다. 세계적으로 커피의 대중화가 급속하게 진행된 1830년대부터 1870년대까지 인도네시아의 자바와 수마트라 지역에는 많은 커피 농장이 생겨났다. 소유와 운영은 네덜란드 식민 정부가, 노동과 생산은 현지인들이 맡았다. 네덜란드 식민 정부의 철저한 관리 덕분에 자바커피는 예멘 모카커피를 잇는 세계적인 명품 커피가 되었다. 현지인들은 생산과 유통에 필요한 노동을 제공하였을 뿐 커피를 마시는 것은 금지되어 있었다.

유일하게 현지인들이 마실 수 있는 커피가 하나 있었다. 루왁 커피였다. 현지인들은 사향고양이 루왁이 커피콩을 먹고 배출하는 배설물에 섞여 있는 커피 씨앗을 주워서 세척한 후, 볶아서 커피를 만들어 마셨다. 현지 네덜란드인들이 혐오하는 음료 습관이었다. 1870년대에 유행한 커피 녹병으로 인도네시아의 고급 커피는 사라졌고, 이후 거의 100년 동안 세계 커피 애호가들은 인도네시아 커피를 선호하지 않았다. 루왁 커피 또한 지역 특산품 수준으로 여겨졌을 뿐 국제적으로 유통되지는 않았다.

루왁 커피를 세계적으로 유명하게 만든 것은 영국의 커피 역사학자 안토니 와일드였다. 1991년 와일드는 자신이 일하던 커피 기업의 일로 인도네시아를 방문하게 되었다. 현지에서 우연히 루왁 커피를 접하게 되었고, 흥미롭다는 생각에 1킬로그램을 구해 귀국했다. 와일드가 지역 신문에 소개한 루왁 커피 소식이 언론을 통해 전국으로 퍼져나갔고 루왁 커피는 갑자기 유명 커피가 되었다.

루왁 커피는 여러 나라에서 흥미로운 '해외 토픽'으로 소개되기 시작하면서 가격이 천정부지로 올랐다. 2003년 미국의 유명한 텔레비전 프로그램 <오프라 윈프리 쇼>에 소개되었고, 2007년에는 영화 <버킷리스트>에 등장함으로써 '세계에서 가장 비싼 커피' '고양이 똥 커피'라는 수식어를 얻었다.

<오프라 윈프리 쇼>에서는 루왁 커피가 탄생하는 과정이 인상적으로 소개되었고, <버킷리스트>에서는 억만장자인 주인공 에드워드 콜(잭 니컬슨)이 "세계에서 가장 희귀한 음료"라며 루왁 커피를 달고 살았다. 이런 과정을 통해 루왁 커피는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하고 가장 비싼" 프리미엄 커피 지위에 올랐다. 이렇게 유명해진 커피를 <포브스>는 2011년에 "세계의 혐오 음식" 5위에 올려놓은 것이다.

2010년대 들어 이른바 스페셜티 커피 붐이 일면서 최고급 커피인 루왁 커피를 찾는 소비자가 급격히 증가하였다. 그러자 사향고양이를 철창에 가두고 강제로 커피 열매를 먹이는 사육 방식이 나타났다. 사향고양이에 이어 다른 동물들에게도 커피콩을 강제로 먹인 후 배설물을 수거해서 커피생두를 얻는 방식이 하나둘 등장하였다. 태국에서 유행하는 블랙 아이보리 커피는 코끼리에게 커피콩을 먹여서 만드는 세계에서 가장 비싼 커피 중 하나로 알려졌다. 소화 과정에서 단백질이 분해되어 쓴맛이 줄어든다는 홍보가 통하였다. 과학적으로 확인된 사실은 아니다.

이외에도 '자쿠'라는 야생 조류 배설물을 이용해서 만든 브라질의 '자쿠' 커피, 인도와 동남아시아 여러 지역에서 나오는 '원숭이' 커피, 코스타리카와 마다가스카르 등 지역의 '박쥐' 커피, 베트남의 '다람쥐' 커피 등이 유명하다.

커피가 다시 혐오 음식이 될 수도

2010년대 중반 이후 다문화주의의 영향으로 특정 민족이나 지역의 음식에 '혐오'라는 단어를 붙이는 모습은 서서히 사라지고 있다. 대신 루왁 커피를 비롯한 다양한 동물의 배설물을 이용한 커피에 "윤리적 딜레마를 가진 고급 커피"라는 수식어가 붙여지고 있다. 동물보호운동의 여파로 그 인기 또한 약해지고 있다.

커피도 등장 초기에는 혐오 음식으로 여겨진 적이 있다. 여성이 커피를 마시면 불임이 된다, 남성의 경우 성기능이 저하된다, 이교도들이 즐기는 사탄의 음료라는 등 가짜 뉴스가 만든 혐오였다. 수백 년이 지난 지금 커피가 다시 혐오 음식이 될 수도 있다.

커피를 생산하기 위해 자행된 산림 훼손은 지구 온난화를 가속화했고, 지구 온난화는 커피 재배 가능 지역을 점차 축소시키는 악순환을 가져왔다. 악순환의 결과 50년 후엔 커피나무가 사라질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환경을 파괴하지 않고 커피를 재배할 수 있는 농업 기술이 개발되거나 온대 지역에서 재배할 수 있는 커피 품종이 개발되지 않는 한, 커피는 환경 파괴의 주범으로 지목되어 혐오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

세계 환경의 날(6월 5일)을 지나 초복(7월 15일)이 다가오고 있다. 수천 년 이어온 보신탕 문화가 사라지기 전 마지막 삼복이다.

(<커피 한잔에 담긴 문화사>의 저자,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

덧붙이는 글 | 참고문헌 이길상(2025). 커피 한잔에 담긴 문화사. 싱긋 이길상(2023). 커피가 묻고 역사가 답하다. 역사비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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