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는 멈추고 韓은 올리나…엇갈린 금리 시계, 원화엔 ‘약’ 가계엔 ‘독’

박세환 2026. 7. 5.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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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빈 워시 미 연준 신임 의장이 17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동결한 뒤 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 고용시장이 빠르게 식으면서 한국과 미국의 금리 시계가 엇갈릴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경기 둔화 우려에 금리를 묶어두는 반면 한국은행은 물가와 환율, 수도권 집값을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올리는 ‘통화정책 디커플링’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5일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달 비농업 고용은 전월보다 5만7000명 증가하는 데 그쳤다. 시장 예상치 11만5000명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4~5월 고용 증가 폭도 합계 7만4000명 하향 수정됐다. 고용 지표 발표 직후 금리선물 시장에서 연준의 7월 금리 인상 가능성은 30% 아래로 떨어졌다.

한국은 상황이 다르다. 한은 기준금리는 현재 연 2.50%다. 지난 5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는 이미 위원 2명이 2.75%로 즉시 인상해야 한다는 소수의견을 냈다. 한은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0%에서 2.6%로,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2.2%에서 2.7%로 높이면서 향후 “적절한 시기에 기준금리를 인상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미국이 금리를 동결한 채 한은만 0.25% 포인트 올리면 미국 기준금리 상단과 한국 기준금리 간 격차는 현재 1.25% 포인트에서 1.00% 포인트로 줄어든다.

한·미 금리차 축소는 일단 원화에는 호재다. 미국 금리와 비교한 원화 자산의 금리 열세가 줄어드는 데다 미국 고용 둔화에 달러 약세까지 겹칠 수 있어서다. 원화 가치가 안정되면 원유와 천연가스 등 수입 가격 부담이 줄어 국내 물가를 누르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서울 중구 한국은행 전경. 연합뉴스

외국인 자금에도 긍정적이다. 외국인 투자자는 국내 주식과 채권의 수익률뿐 아니라 원화를 달러로 바꿀 때 발생하는 환차손까지 고려한다. 한은의 금리 인상으로 원화 약세 우려가 낮아지면 국내 자산 투자의 환율 위험도 그만큼 줄어든다.

다만 한·미 금리차가 좁아졌다고 외국인 자금이 기계적으로 국내로 들어오는 것은 아니다. 환율은 글로벌 달러 가치와 국제유가, 지정학적 위험, 한국의 성장 전망 등에도 영향을 받는다. 미국 고용 부진이 경기침체로 번질 경우 한국 수출과 기업 실적이 악화돼 오히려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갈 가능성도 있다.

국내 증시에도 금리 인상은 양날의 검이다. 원화 안정은 외국인 수급에 유리하지만 금리 상승은 주식의 할인율을 높인다. 미래 성장 기대가 주가에 크게 반영된 성장주와 빚을 활용한 레버리지 투자에는 부담이다.

가장 직접적인 충격은 가계와 자영업자가 받을 전망이다. 변동금리 대출 1억원의 금리가 0.25% 포인트 오른다고 단순 가정하면 연간 이자 부담은 25만원 늘어난다. 대출이 5억원이면 125만원이다. 실제 대출금리는 은행 조달비용과 가산금리 등에 따라 다르게 움직이지만 기준금리 인상은 결국 가계의 소비 여력을 깎아먹는 방향으로 작용한다.

한은의 고민도 여기에 있다. 지금 금리를 올리면 원화 약세와 수입물가를 누르고 수도권 주택시장과 가계대출 과열을 막을 수 있다. 반면 내수 회복의 약한 고리인 취약 차주와 자영업자에게 다시 고금리 부담을 지울 수 있다.

특히 이번 인상은 미국의 금리 인상을 따라가는 ‘방어적 인상’과 성격이 다르다. 미국이 멈춘 사이 한국 내부의 물가와 부동산, 가계대출 문제를 이유로 독자 긴축에 나서는 것이기 때문이다. 한·미 금리차 축소는 인상의 목적이라기보다 부수 효과에 가깝다는 분석이다.

결국 관건은 미국의 고용 둔화가 물가를 식히는 연착륙 신호인지, 세계 최대 소비시장의 침체 신호인지다. 연준이 동결한 사이 한은이 금리를 올렸다가 미국 경기 둔화로 한국 수출까지 꺾일 경우 한국 경제는 ‘대외 경기 둔화’와 ‘국내 고금리’라는 이중 압박을 받을 수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미국의 금리 동결은 한은이 국내 물가와 금융불균형에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지만, 금리 인상에 따른 가계와 내수 부담도 상당하다”며 “한·미 금리차 축소 자체보다 미국 경기 둔화의 속도와 원·달러 환율 흐름이 향후 한은의 금리 결정에 더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은은 오는 16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이어 미국 연준도 오는 28~29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어 정책금리를 결정할 예정이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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