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무임승차 65세→70세’ 논의 본격화…노인 연령 상향 도화선 될까
서울시의회 조례 통과 계기…서울시, 공청회 거쳐 도입 방식 결정
교통복지 개편 넘어 노인 연령 상향 논의 ‘신호탄’ 주목
전문가 “사회적 합의·취약계층 보호 장치 마련 선행돼야”

5일 서울시는 현재 65세 이상인 도시철도 무임승차 기준 연령을 70세 이상으로 높이는 대신 지하철뿐 아니라 버스도 무임승차 대상에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서울시는 이르면 다음 주 공청회를 열어 대한노인회 등 각계 의견을 수렴한 뒤 제도 도입 방식과 시행 시기 등을 결정할 방침이다.
논의는 서울시의회가 지난달 ‘서울시 어르신 교통비 지원 조례안’을 통과시키면서 본격화됐다. 서울시의회는 지난달 24일 본회의에서 이병윤 시의원(국민의힘·동대문1)이 발의한 조례안을 재석 의원 75명 가운데 찬성 69명, 반대 1명, 기권 5명으로 의결했다. 조례안은 서울에 거주하는 70세 이상 시민에게 시내버스와 마을버스 교통비의 일부 또는 전부를 지원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담고 있다.
서울시는 이 조례를 토대로 지하철 무임승차 기준을 70세로 상향하고 절감되는 재원을 버스 교통비 지원에 활용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지하철 중심의 교통복지를 버스까지 확대하면서 서울교통공사의 재정 부담도 줄이겠다는 취지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공익서비스 손실액은 8167억원이었으며 이 가운데 무임수송 손실이 4488억원으로 전체의 55%를 차지했다.
조례를 발의한 이 시의원은 “지하철 무임승차 적자 문제로 노인 연령을 70세로 높이자는 사회적 여론이 높다”며 “이번 조례에서 기준을 70세로 둔 것은 향후 지하철 무임승차 연령 상향을 위한 하나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인들 역시 현행 연령 기준의 조정 필요성에 공감하는 분위기다. 지난 2023년 보건복지부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노인들이 생각하는 노인 연령은 평균 71.6세로 조사됐다. 이중근 대한노인회장 역시 취임 당시 “초고령사회에 맞춰 노인 연령을 매년 1세씩 단계적으로 상향해 75세까지 높이자”고 제안한 바 있다.
정치권에서도 노인 기준 연령과 정년 연장을 함께 논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법정 정년 65세 단계적 연장’을 공약으로 내 건 바 있다. 노인 연령 기준만 높일 경우 복지 공백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노인 연령을 높이려면 그만큼 고용 기간을 함께 늘려야 한다는 취지다. 대한노인회 역시 노인 연령을 75세로 상향하기 위한 전제 조건으로 정년 연장을 제안했다.
이 때문에 서울시의 이번 교통복지 개편을 계기로 사회 전반의 노인 기준 연령을 65세에서 70세로 조정해야 한다는 논의가 재점화 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노인복지법은 만 65세 이상을 경로우대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 기준은 지하철 무임승차와 공공시설 무료 이용은 물론 기초연금, 노인장기요양보험 등 주요 노인복지제도의 기준으로 활용된다. 이에 따라 노인 기준 연령을 70세로 상향할 경우 복지·고용 제도 전반의 개편이 불가피하다.
실제 법 개정에 착수하더라도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어떤 제도의 기준 연령을 먼저 조정할지, 기존 수급자와 신규 대상자를 어떻게 구분할지 등을 두고 여야는 물론 이해관계자 간 이견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과거 정부에서도 노인 연령 기준 상향이 여러 차례 논의됐지만 복지 축소 논란과 고령층 반발, 국회의 입법 부담 등이 맞물리며 논의가 공전해왔다.

전문가들은 서울시의 정책이 다른 지방자치단체의 기준이 될 가능성이 큰 만큼 제도 개편 속도보다 사회적 합의와 취약계층 보호 방안 마련이 우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허준수 숭실대학교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서울시의 모든 정책은 다른 지방자치단체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충분한 사회적 합의와 노인들의 공감대를 거쳐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노인 교통복지는 이동권은 물론 노인 인권의 문제”라며 “노인 연령 기준이 상향되더라도 OECD 국가 중 노인 빈곤율이 가장 높은 우리나라 현실을 고려해 저소득층 등 취약계층은 기존 수준의 교통복지 혜택을 유지하는 ‘투트랙’ 접근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권혜진 기자 hjk@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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