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즈우드는 어떻게 마다가스카르 숲을 무너뜨렸나
[설미현 기자]
|
|
| ▲ 마다가스카르에서 불법벌채된 로즈우드 |
| ⓒ 위키피디아 |
로즈우드 자체도 달버지아(Dalbergia)속 멸종위기종으로 성장 속도가 매우 느린 활엽수다. 굵은 목재로 이용할 수 있을 만큼 자라려면 수십 년에서 100년 이상 걸리기도 한다. 한 번 베어내면 다시 원래 숲으로 회복되는 데는 인간의 한 세대보다 긴 시간이 필요하다.
마다가스카르의 위대한 자연에 약탈의 그림자가 드리워진 것은 2009년 초 정치가 무너지면서부터였다. 당시 마다가스카르에서는 마르크 라발로마나나 대통령이 축출되고, 앙드리 라조엘리나가 쿠데타를 통해 권력을 장악했다. 정권이 바뀌는 과정에서 경찰과 군의 관심은 정치 혼란에 집중되었고 그로 인해 산림청과 국립공원 관리기관은 사실상 기능이 마비되고 말았다.
보호구역을 감시하던 공무원들의 수도 부족한데 그나마 급여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던 상태였다. 이렇게 국가의 통제력이 무너지자, 로즈우드를 거래하던 상인들과 수백 명의 벌목꾼을 고용한 대규모 벌목 조직이 이 틈을 노렸다. 그리하여 마소알라 국립공원과 마로제지 국립공원 깊숙한 곳까지 불법벌채의 마수가 닿게 되었다.
비극적이게도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원시림 깊숙한 곳, 도로조차 나지 않은 숲에서 벌목꾼들은 로즈우드를 쓰러뜨린 뒤 길이 2~3m로 통나무로 잘랐다. 통나무 하나의 무게는 수백 킬로그램에 달했다. 결국 수십 명이 밧줄을 걸고 어깨에 메어 며칠씩 산을 내려와야 했다. 그렇게 내려온 통나무는 강에 띄워졌고, 하류에서 다시 트럭에 실려 항구로 향했다. 항구에서는 이미 수출업자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숲에서 나온 통나무는 컨테이너에 실려 차례차례 선박으로 옮겨졌다.
연구자들에 따르면 불과 5개월 사이 625개의 컨테이너가 마다가스카르를 떠났다. 세계자연유산의 나무가 철제 상자에 실려 지구 반대편으로 향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불법목재거래가 정치 세력과 무장 네트워크의 자금줄 역할을 하면서 불법벌채는 정치 자금을 조달하는 손쉬운 재정 수단으로 기능하게 되었다.
로즈우드 한 그루의 가치는 가난한 주민에게는 수개월 또는 1년 가까운 생계비에 맞먹는 경우도 있었다보니 기꺼이 이 불법벌채에 발을 들일 벌목꾼들이 넘쳐났다. 하루 벌이가 거의 없던 주민들에게 로즈우드는 오늘의 양식을 마련해주는 현금이었다. 그 결과 수많은 주민들이 벌목과 운반 작업에 동원되었다.
관련 논문에 따르면, 그 5개월 동안 약 1억 3천만 달러 상당의 로즈우드와 흑단이 해외로 수출되었고, 목적지는 대부분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시장이었다. 국립공원 직원들은 인원이 너무 적었고 관리를 나갈 수 있는 차량도 부족했으며 무장한 벌목 조직과 맞설 권한도 없었기에 그저 숲이 약탈되어 가는 모습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논문은 이 상황을 단순한 산림훼손이라 부르지 않고, '수천 그루의 귀중한 나무가 아주 짧은 기간에 조직적으로 사라진 대학살'이라고 비유적으로 표현했다.
국제 목재 시장의 막대한 수요가 없었더라면 이 정도까지 상황이 심각해지진 않았을 수도 있다. 특히 중국에서 로즈우드는 홍목이라 불리는데, 중국에서 홍목 가구는 단순한 가구가 아니라 부와 전통, 사회적 지위를 상징하는 문화재적 소비재로 여겨졌다. 우리나라 부유층들이 영국제 사기그릇, 프랑스제 명품가방을 선호하듯이 중국 부호들은 로즈우드로 만든 고급전통가구를 소유하길 바랐다.
상하이 거실과 마다가스카르 숲은 생각보다 훨씬 가깝게 로즈우드 생산과 소비의 고리로 연결되어 있었다. 아시아에서 시장 수요가 커질수록 지구 반대편에 있는 아프리카 숲의 나무가 더 빨리 사라졌다.
지역사회 및 국제사회의 반발이 겨우 이 멈출 수 없을 것만 같던 불법벌채를 간신히 저지할 수 있었다. 자연환경 파괴, 사회적 갈등, 정치적 불안정을 초래했던 마다가스카르의 로즈우드 불법벌채는 국제환경단체와 환경보전학자들의 거센 비판을 불러일으켰고, 결국 멸종위기종 국제거래협약(CITES) 및 미국의 레이시법 같은 규제를 통해 해당 목재의 국제 거래와 수입이 제한되기에 이르렀다.
이렇게 마다가스카르의 숲은 가까스로 숨을 돌렸지만 로즈우드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다. 중국 시장의 수요는 여전히 존재했고, 벌목꾼들은 다른 숲을 찾아 움직였다. 오늘날 로즈우드 벌채의 중심은 잠비아와 콩고민주공화국, 나이지리아 등으로 옮겨갔다. 숲은 사라졌지만, 그 숲을 움직이는 경제의 논리는 그대로 남아 있는 것이다.
중국 시장의 폭발적인 수요는 분명 중요한 배경이지만 숲을 무너뜨린 것은 수요만이 아니었다. 국가 권력의 공백을 틈타서 정치권력, 군인, 세관, 수출업자, 중개상, 벌목 조직이 서로 이해관계를 공유하면서 불법 벌채는 아프리카의 거대한 산업으로 변해간 것이었다.
참고한 학술자료들
1. Schuurman & Lowry (2009) – The Madagascar Rosewood Massacre
- 2009년 쿠데타 직후 현장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기록한 대표적인 사례 연구
2. Annah Zhu (2018) – The Rosewood Paradox
- 왜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 정치경제와 중국의 수요를 연결해 설명
3. Annah Zhu (2022) – Rosewood: Endangered Species Conservation and the Rise of Global China
- 2018년 학위논문의 내용을 더욱 발전시켜 책으로 정리한 결정판
4. Baidoo et al. – Global China Effects and Domestic Politics of Rosewood in Africa
- 마다가스카르를 넘어 아프리카 전체에서 중국 수요와 국내 정치의 상호작용을 비교 분석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정진욱 "정청래 리더십, 지나치게 특정 세력 대표... 유능함 못 보여"
- "채용됐다" 2시간 후 "미채용됐다"... 경비노동자 농락한 해고 문자
- 남북대결의 이면... 김종필 라인이 간첩으로 몰린 사연
- 며느리 혼내려다 아들 죽인 아버지... 오래 곱씹어보게 되는 그림
- 등교 대신 출근 앞둔, 열아홉에게 꼭 필요한 준비물
- 중국의 인재 파이프라인, 미국이 배우기 시작했다
- "당선증 잉크도 안 말랐는데···" 임기 첫날 민주당 탈당 최용석 의장 파문 확산
- 김대중 교육감님, 교사들은 엄청난 혼란을 우려합니다
- '역사에 남을 명승부'... 아르헨티나 몰아붙인 카보베르데의 아름다운 도전
- '이재명 쪼개기 후원' 김성태는 유죄·이화영은 무죄...판결 왜 갈렸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