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가던 삼전닉스 왜 꺾였었나…메모리 호황이 만든 불안 [주末머니]

이민우 2026. 7. 4.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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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전닉스, 7월 첫 이틀간 14~17%대 급락
마이크론 실적 호조 이후 차익실현
흥국證 "단기 병목에 따른 조정"

잘 나가던 반도체주가 갑자기 흔들렸다. 인공지능(AI) 투자 확대와 메모리 반도체 가격 상승을 타고 고공행진하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이달 첫 이틀간 급락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메모리 슈퍼사이클' 기대가 시장을 밀어 올렸는데, 주가는 순식간에 방향을 틀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7월 첫 이틀 동안 각각 14.4%, 17.5% 하락했다. 지난달 25일 이후로 기간을 넓히면 하락률은 각각 20.2%, 25.0%에 달한다. 한국 반도체 기업만의 문제도 아니었다.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도 7월 첫 이틀간 15.5% 떨어졌고, 지난달 25일 이후로는 19.6% 하락했다. 글로벌 메모리 3강이 거의 동시에 큰 폭의 조정을 받은 셈이다.

역설적으로 하락의 출발점은 호실적이었다. 지난달 24일 발표된 마이크론 실적은 오히려 시장 예상을 웃돌았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예상치를 상회했고, 장기 계약 비중도 늘었다. 총이익률 85%, 영업이익률 81%라는 믿기 어려운 수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시장은 실적 호조보다 그다음을 걱정하기 시작했다.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너무 빠르게 오른 것이 오히려 수요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 것이다. 실제로 마이크론 실적 발표 이후 애플 아이패드와 맥북, 마이크로소프트 XBOX 등 메모리를 주요 부품으로 쓰는 제품 가격 인상 소식이 이어졌다. 이를 두고 이영원 흥국증권 연구원은 "모두 지나치게 상승한 메모리 반도체 가격으로 인한 수요 위축 가능성을 예고하는 신호로 받아들여졌다"고 설명했다.

메타의 클라우드 인프라 사업 진출 소식도 시장을 흔들었다. 메타는 자체 데이터센터의 유휴 컴퓨팅 자원을 활용해 외부 고객에게 판매하는 클라우드 사업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메타는 데이터센터를 주로 자체 AI 컴퓨팅에 활용해 왔다. 그런데 남는 컴퓨팅 자원을 외부에 팔겠다고 하자 시장이 AI 인프라 투자가 과도했다는 의문을 갖기 시작한 셈이다.

다만 이 소식을 반드시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 흥국증권은 메타의 전략 변화를 투자 위축의 신호가 아니라 투자 능력을 확보하기 위한 합리적 선택으로 볼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아마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는 클라우드를 통해 컴퓨팅 능력을 판매하고 현금을 창출해왔다. 반면 메타는 자체 수요에 주로 의존해 왔다. 메타가 클라우드 사업을 시작한다면 기존 투자 자산을 수익화하고, 향후 AI 투자 여력을 키우는 방향으로 해석할 여지도 있다는 뜻이다.

또 다른 불안 요인은 애플이다. 최근 애플이 메모리 가격 급등 부담을 낮추기 위해 중국 반도체 기업인 창신메모리(CXMT)와 양쯔메모리(YMTC)로부터 D램과 낸드 구매를 타진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CXMT는 D램, YMTC는 낸드를 생산하는 중국 반도체 기업이다. 세계 메모리 시장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중심의 3강 체제로 굳어져 있었던 만큼, 애플의 중국 메모리 구매 추진 소식은 잠재적 경쟁자 등장 우려를 자극했다.

물론 중국 메모리 업체가 곧바로 3강 체제를 무너뜨릴 가능성은 제한적이다. 미국의 대중 반도체 공급망 견제는 여전히 강하기 때문이다. 또 EUV 등 첨단 장비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에서 고부가 제품 영역에서는 선두 3사와 기술 격차가 남아 있다. 특히 AI 서버와 고대역폭메모리(HBM)처럼 기술 난도가 높은 제품에서는 단기간에 경쟁력을 따라잡기 어렵다.

결국 반도체 병목이 초래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 연구원은 "반도체 수급을 둘러싼 혼란은 단기적으로 병목을 회피하기 위한 다양한 대안을 통해서, 장기적으로는 공급량 증가를 통해 해소될 것"이라며 "지나친 주식시장의 변동성도 점차 안정될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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