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됐다" 2시간 후 "미채용됐다"... 경비노동자 농락한 해고 문자
[문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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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비노동자의 해고를 반대하는 주민의 이름이 쓰인 현수막 |
| ⓒ 문세경 |
지난 6월 22일, 상계동 보람아파트에서 일하던 경비 노동자 40여 명 중 14명이 해고되었다. 민주노총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 서울본부(이하 민주일반노조)에서 일하는 활동가이자 퇴직자 노조인 '이음나눔유니온'의 조합원이 단톡방에 "제발, 관심을 가져 달라"라는 호소문을 올렸다. 그리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가 조합원이 올린 호소문을 보자 가봐야겠다는 마음이 일었다. 퇴직자가 대부분인 우리 조합원들 중에도 경비 노동자로 일하는 분이 있기에 언젠가는 닥칠 일이다. 불안정한 노동자에게 해고는 남의 일이 아니다. 7월 1일 보람아파트를 찾았다.
퇴근 시간을 두 시간 당기고 달려간 보람아파트 입구에서는 민주일반노조 활동가분들이 주민들에게 서명을 받고 있었다. 경비 노동자의 해고를 반대한다는 서명이다. 현재까지 674명의 주민이 경비 노동자 해고 반대에 서명을 했다. 33년째 보람아파트에서 살고 계시다는 주민 분이 안타까운 심정으로 서명지에 서명하면서 위와 같이 말씀하셨다.
상계동 보람아파트에서 일하고 있던 40여 명의 경비 노동자 중 절반에 가까운 17명은 문서가 아닌 '문자'로 미채용 통보를 받았다. 경비 용역업체가 바뀌면서 생긴 일이다. 바뀐 용역업체는 해고가 아니라 '미채용' 임을 강조하면서 신규 작업장을 소개해 주겠다는 문자를 미채용(사실상 해고) 문자를 보낸 두 시간 후에 보냈다. 해고된 경비 노동자는 분통이 터졌다. 해고든 미채용이든 10년을 일해 온 작업장에서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았다. 명백한 사유도 없이 하루아침에 정든 일터에서 쫓겨났다는 상실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컸다.
보람아파트를 찾은 7월 1일 오후 6시 30분에는 '경비 노동자 집단해고 철회를 촉구'하는 집회가 예정되어 있었다. 해고 당사자인 경비 노동자와 타 지역의 경비 노동자들도 연대 차원에서 오셨다. 나는 집회에 참가하려고 오신 보람아파트 해고 경비 노동자에게 양해를 구하고 인터뷰를 요청했다.
"저는 67세예요. 어제 자로 근무가 끝났어요. 6월 22일에 갑자기 30일까지만 근무하라는 통보가 왔어요. 그것도 문자로요. 많이 놀랐죠. 다른 곳을 소개해 준다면서 그리로 갈 거냐고 물어서 안 간다고 했어요. 왜냐하면 저는 여기서(보람아파트) 일하려고 이사까지 했거든요. 자전거 타고 출퇴근해요. 새로운 용역 업체가 소개해 준 곳은 의정부였어요. 집에서 너무 멀어요. 다른 걸 다 떠나서 내가 잘린 이유라도 명확히 알고 싶어요."
해고를 당할 만한 뚜렷한 사유가 없는데 갑자기 해고를 당하는 사람의 심정을 어떻게 헤아릴 수 있을까. 분명한 것은, 평온했던 일상이 하루아침에 깨졌다는 사실이다. 평온한 일상과 불안한 일상의 차이는 한 문장에 담을 수 없다. 늘그막에 일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하루하루를 살았는데 나의 행복을 누가 무슨 권리로 빼앗는 것일까. 국가와 사회는 국민의 평온한 일상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용역업체의 횡포를 생각하니 분노가 솟구쳤다.
한 달짜리 계약서, 문자 한 통 해고... 경비노동자는 왜 '파리 목숨'인가
옆에 계시던 다른 한 분은 월남전 참전 후유증으로 장애가 있으며 78세의 고령 노동자다. 65세에 퇴직하시고 73세에 어렵게 경비직에 취업해 5년째 일하고 있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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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람아파트 새 용역업체가 채용 문자를 보낸 지 두 시간 후에 보낸 '미채용' 문자 |
| ⓒ 문세경 |
집회가 시작되기 30분 전이다. 한 분만 더 만나서 이야기를 듣고 싶어서 아파트 입구를 어슬렁 거렸다. 마침 경비 노동자 제복을 입고 있는 분이 걸어오신다. 집회에 참석하시느냐고 물으니 그렇다고 한다. 붙잡고 물었다.
"저는 올해 79세예요. 여기서 7년 정도 일했고, 이곳저곳에서 경비 일 한 거 다 포함하면 20년은 될 거예요. 내년이면 80세인데 이제 어디 가서 일을 하겠어요? 다른 곳을 소개해 준다고도 했는데 저는 안 간다고 했어요. 죽어도 보람아파트에서 일할 거라고요. 이 아파트 주민들은 갑질 그런 거 없었어요. 엄청 잘해주셨어요. 그래서 주민들과 정도 들었고, 계속 여기서 일하고 싶죠."
인터뷰하면서 경비 노동자는 한 달에 한 번씩 근로계약서를 새로 쓴다는 것을 알았다. 이유는 언제 용역업체가 바뀔지 모르기 때문이고, 한 달의 계약 기간이 끝나면 인력을 줄이거나 늘릴 때 업체가 근거로 사용하려는 방침이다. 보람아파트의 경비 일을 책임지는 새 용역업체는 고용승계의 의무가 없다고 하지만 보람 아파트는 최근 10년간 고용 승계를 해왔다. 지난 2월 입주자대표회의도 경비업체 변경 시 기존 경비노동자를 고용승계하기로 했다고 한다. 그런데 갑자기 고용승계가 되지 않은 이유가 무엇인지 주민들도, 해고된 14명의 경비노동자도 납득할 만한 해명을 듣지 못하고 있다.
해당 경비업체는 "계약서에 전원 고용승계 조항이 있었다면 우리도 그에 따랐을 것"이라면서 14명 경비 노동자를 해고한 것에 대해서는 여전히 납득할 만한 설명을 하지 않고 있다.
이 사태를 보면서 그동안 몰랐던 두 가지를 발견했다. 하나는 한 달에 한 번씩 근로계약서를 쓰는 사업장이 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노동자가 파리 목숨이 되는 것에는 나이를 가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늙는 것도 서러운데 사람이 파리 목숨에 비교되는 신세라니, 얼마나 억울하고 서글플까. 나도 곧 그 대열에 낀다고 생각하니 씁쓸하기만 하다.
나이는 그냥 먹는 게 아니다. 수많은 시간 속에 응집된 피와 땀이 만든 '지혜의 숲'이다. 심지어 아프리카에는 "노인 한 사람이 죽으면 도서관 하나가 불타는 것과 같다"라는 속담이 있다.
오후 6시 30분, 보람아파트 정문 건너편에서는 경찰의 호위 속에서 해고된 경비 노동자, 인근 정당 관계자, 시민단체 회원, 타 지역 경비 노동자, 지역 주민이 함께하는 '경비 노동자 집단해고 철회 촉구' 집회가 열렸다. 약 1시간 동안의 집회가 끝나고 인근의 백반집에서 함께 저녁을 먹었다. 나는 인터뷰에 응하신 세 분께 조용히 소주 한 잔을 따랐다. 집으로 가는 길에 며칠 전 SNS에 올라온 유명 연예인이 했다는 말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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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람아파트 앞에서 해고된 경비노동자의 고용 승계를 요구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
| ⓒ 문세경 |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기자의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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