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사 4개월만 열린 하메네이 장례식…이라크에서도 하는 이유[시사쇼]

이현우 2026. 7. 4.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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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신수습·모즈타바 건강 등으로 지연
시아파 무장조직들과 연계강화 기회로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

■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 출연 : 이현우 기자

이란-이스라엘-미국 간 전쟁 초반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폭사했던 이란의 전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의 장례식이 사망 4개월여 만에 드디어 열렸다. 장례는 5일에 걸쳐 진행되며, 운구행렬은 이란 국내에만 머무르지 않고 이웃 나라인 이라크까지 넘어갔다가 돌아오는 이례적인 일정으로 짜였다. 미국과 전쟁으로 중동 일대 시아파 무장조직들과의 연계 약화를 우려하던 이란 입장에서 성대한 장례식을 통해 세력을 과시하려는 전략이 숨어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폭사 4개월이 지나서야 장례식이 열린 이유
TASS연합뉴스

하메네이 사후 4개월 이상이 지난 이후에야 장례식이 열린 것을 두고 이란 내부에서도 의문의 목소리가 컸다. 강경파와 온건파, 성직자와 일반 국민 할 것 없이 모든 정치 주체들이 이 늦어진 장례 일정에 의아함을 표시해왔다. 이슬람 율법상으로는 사망 즉시 장례를 치르고 고향에 매장하는 것이 원칙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하메네이는 생전에 이란 최고지도자이자 시아파 이슬람의 고위 성직자인 아야톨라였던 만큼, 종교적으로도 신속한 장례가 요구되는 위치였다. 미국과의 4월 휴전 선언 이후 본토에서의 교전이 사실상 잦아든 상황에서도 장례가 미뤄지자, 대체 왜 장례를 치르지 않느냐는 비판 여론이 계속 이어져왔다.

장례식이 크게 늦춰진 배경에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거론된다. 첫번째는 시신 수습 문제다. 하메네이가 공습으로 가족들과 함께 폭사했기 때문에 시신이 온전한 형태로 수습되기 어려울 정도로 훼손됐을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권위주의 국가들이 지도자 장례식에서 관행적으로 시신 안치 모습을 국민들에게 공개해온 전례를 감안하면, 훼손된 시신 상태를 그대로 보여주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웠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대규모 공개 장례식을 치를 수 있을 만큼 시신을 수습하고 정비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필요했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두번째 이유로는 후계자인 모즈타바의 부상설이 꾸준히 거론돼왔다. 전쟁 초반부터 제기된 이 부상설과 관련해 모즈타바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적이 없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사망설까지 제기됐지만, 이란 정부는 이에 대해 구체적으로 아무런 입장도 밝히지 않았다. 다만 최고지도자 명의의 서면 메시지가 발표되고, 미국과의 협상 과정에서도 최고지도자의 승인을 받았다는 사실만 전해졌을 뿐이다.

문제는 장례식이라는 자리는 성격이 다르다는 점이다. 최고지도자로서의 공식 행보 이전에, 상주로서 아버지의 장례식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면 국민들이 이를 납득하기 어려워진다. 그동안은 미국의 공습이나 암살 위협 때문에 공개석상에 나서지 못했다는 설명이 그나마 통할 수 있었지만, 아버지이자 이란 최고위 성직자의 장례식에 아들이자 최고지도자가 등장하지 않는다면 이는 국민 정서상 받아들여지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공식적으로 모즈타바가 상주로 명시되지는 않은 상태여서 이란 내부의 의혹은 오히려 커지고 있다. 만약 이번 장례식에서도 그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면 사망설은 거의 기정사실로 굳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나온다.

운구행렬이 이라크까지 가는 이유
TASS연합뉴스

이번 장례식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운구행렬 일정이다. 이란 당국이 공개한 일정에 따르면 운구행렬은 테헤란에서 출발해 이란의 대표적 종교도시인 곰을 방문한 뒤, 이라크로 넘어가 시아파 성지인 나자프와 카르발라를 거쳐 다시 이란으로 돌아와 하메네이의 고향인 마슈하드에 최종 안장된다. 이 모든 여정에 5일이 소요된다.

이란 당국은 이라크 내 시아파 성직자들의 요청에 따라, 이라크의 시아파 교도들도 함께 애도할 수 있도록 성지들을 경유하는 일정을 짰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이란 외무장관이 직접 이라크를 방문해 현지 당국의 협조를 구하기도 했다.

전쟁이 완전히 종식되지 않은 상황에서 운구행렬이 국경을 넘어 이웃 나라까지 다녀온다는 것은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행보다. 하지만 이는 이란 나름의 전략적 판단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쟁으로 상당히 약화된 이라크 내 시아파 무장조직들과의 연대를 다시금 다지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시아파 교도는 이란에만 국한된 존재가 아니다. 이라크의 경우 전체 국민의 약 60%가 시아파이며, 수니파 종주국으로 꼽히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도 전체 인구의 10~15% 정도가 시아파 교도다. 시아파는 중동 전역에 상당한 규모로 퍼져 있는 셈이다.

하메네이는 시아파 교도들에게 종교적으로 최고위 성직자 중 한 명이자 동시에 시아파 종주국 이란의 최고지도자였다는 점에서 매우 상징적인 인물이었다. 이런 인물의 장례식에 국경을 초월한 대규모 인파가 몰리는 모습을 연출함으로써, 이란은 여전히 정권이 건재하다는 정치적 메시지를 대내외에 과시할 수 있다. 전쟁으로 어려운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이웃 나라까지 아우르는 대규모 장례 일정을 짠 배경에는 이러한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미국과의 협상에 미칠 영향

TASS연합뉴스

이번 장례식은 미국과 이란 간 협상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시아파 교도들이 대규모로 집결하는 장례식이 자칫 이란 강경파들의 반미 집회로 변질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미국 측도 이 부분을 상당히 의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미국과 이란의 실무협상단은 장례 기간 동안에는 서로 충돌을 자제하고, 가급적 협상 자체도 장례식이 끝난 뒤로 미루기로 사실상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메네이의 사망 원인이 애초에 미국의 공습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는 불가피한 선택이라 할 수 있다. 이란 정부 입장에서도 장례 기간에 강경파의 기세가 지나치게 높아질 경우 협상 자체가 아예 무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어, 이런 충돌을 최대한 자제하자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다만 양측 모두 오랜 전쟁으로 지쳐 있는 상태이고, 미국은 중간선거가 임박한 정치적 상황에 놓여 있으며, 이란은 생필품 부족이 심각해 미국 측의 동결자금을 받아 식량 문제부터 시급히 해결해야 하는 처지다. 이런 이유로 당장은 양측이 큰 충돌 없이 장례 기간을 넘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문제는 장례식 이후다. 실제로 최근 실무협상에서도 가장 핵심적인 쟁점인 이란 핵 문제와 종전 합의, 이란 재건 문제 등은 전혀 논의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본격적인 후속 협상이 재개되고 고위급 회담이 다시 열리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더 필요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하메네이의 장례식이 끝난 뒤 이란 정치 지형이 어떻게 재편될지, 그리고 모즈타바가 실제로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며 후계 구도를 공식화할지 여부가 향후 미-이란 관계의 중요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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