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산보다 국내산이 더 싸요"…40년만 엔저에 흔들리는 日 밥상 [뭔日있슈]

도쿄(일본)=전진영 2026. 7. 4. 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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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40년 만에 역사적 엔저
엔화 가치 달러당 162엔까지 하락
美·日 금리차…예전과 다른 환경 영향
편집자주
도쿄에 상주 중인 국제부 기자가 한 주간 일본에서 보고 들은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매주 토요일 업데이트

이번 주 일본에서는 엔화 약세가 이슈가 됐습니다. 엔화 가치가 달러당 162엔대까지 떨어지며 '40년 만에 맞는 역사적 엔저'라는 보도가 이어졌습니다. 주 초반인 지난달 29일부터 주 후반인 지난 2일까지 엔화 가치는 조금 반등하다 다시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언론에서는 "이러다 1달러에 170엔 수준까지 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는데요.

이런 엔화 약세는 생활에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습니다. 지난달 30일 일본 TBS에서는 이 엔화 약세가 생활 전반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는 기사를 보도했는데요. TBS가 주목한 곳은 음식점입니다. 도쿄 가쓰시카구에서 350엔(3340원)짜리 저렴한 점심 도시락을 판매하는 도시락 전문점을 소개했는데요. 이곳의 주력메뉴는 일본식 닭튀김, 가라아게입니다. 원래 브라질산 닭고기를 사용해 가라아게를 만들었다는데요. 엔화 약세에 재료를 일본산, 그러니까 국내산으로 바꿨습니다.

지난달 30일 일본 도쿄 외환중개업체 전광판에 달러 대비 엔화 환율이 표시돼 있다. 이날 엔화 가치는 달러당 162엔대를 기록하며 1986년 이후 약 40년 만의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도쿄(일본)=AFP 연합뉴스.

엔저로 브라질산 닭고기 수입 가격이 1년 전과 비교해 2배 가까이 오르면서 오히려 국산을 쓰는 게 더 저렴해졌기 때문입니다. 점주는 "엔저 영향으로 식자재 수입 부담이 상당히 커졌다"며 "지금은 일단 가격을 유지하기 위해 국산 닭고기로 버티고 있지만, 식자재 가격이 더 오르면 결국 가격 인상을 고려할 수밖에 없지 않느냐"라고 말했습니다.

이런 엔화 약세의 배경에는 단기적인 요인, 그리고 구조적인 문제가 함께 작용하고 있습니다. 먼저 미국이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과 일본의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미국과 일본 간 금리차가 확대됐기 때문입니다. 달러를 매수하고 엔화를 매도하는 움직임이 강해졌죠.

일본 언론들은 여기에 일본 경제의 경쟁력이 약화한 점도 꼽고 있습니다. 아사히신문은 '엔화의 체력'을 지적했는데요. 제조업 경쟁력이 옛날보다 약해졌고,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무역수지 적자가 이어지고 있다는 겁니다. 여기에 엔화 약세로 수출이 유리해졌지만 많은 일본 기업 공장이 해외 이전을 하면서 이제 이런 메리트를 얻기도 어려워졌다고 지적하기도 했죠. 나아가 일본 은행이 장기간 초저금리 정책을 유지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있습니다.

엔화 약세로 브라질산 닭고기를 사용하던 도쿄의 닭튀김 업소가 일본 이화테현산 닭고기로 바꾼 모습. TBS.

일본 언론들은 엔저 영향이 식탁에서 끝날 것 같지 않다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엔화 가치가 떨어질수록 수입 물가가 상승하기 때문에, 식품뿐만 아니라 각종 분야에서 추가 가격 인상 압력이 커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상황입니다.

일단 일본 정부는 필요할 경우 외환시장 개입도 검토하겠다는 입장입니다. 가타야마 사쓰키 일본 재무상은 "환율에 관련해서는 필요한 경우 언제든 적절히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는데요. 다만 전문가들은 환율 개입만으로 이 개입을 되돌리기 어렵다고 보고 있습니다. 스즈키 쇼 마쓰이증권 애널리스트는 "정부의 환율 개입은 일시적인 시간 끌기에 불과하다"며 "엔화 자체의 경쟁력이 약해지는 지금의 흐름을 바꾸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도 지적했습니다.

수출 기업이나 방일 관광객에게는 엔저는 호재일 텐데요. 하지만 일본 내 사정에는 경고등이 켜진 셈이 됐습니다. 앞서 일본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나프타 수급 부족 사태가 벌어지면서, 과자 포장지가 흑백으로 바뀐 바 있죠. 여기에 도색 업체 등 나프타를 사용하는 영세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기도 했고요.

이런 상황에서 이번에는 엔저로 인한 가격 인상의 가능성이 생긴 것인데요. 방일 관광객이 늘어나면 또 일본 주요 관광지의 숙박비나 주변 물가는 오를 가능성이 큽니다. 이를 고려하면 당분간 일본 서민들의 생활을 둘러싼 부담은 한층 커질지도 모르겠습니다.

도쿄(일본)=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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