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담금 폭탄에도 웃는다…그사세 ‘압구정 재건축’ 나비효과 [안장원의 부동산 노트]

“두껍아, 두껍아. 헌 집 줄게 새집 다오.” 재건축 비유로 많이 소환되는 전래동요다. 헌 집·새집 교환 방정식에서 헌 집 가치가 클수록 새집을 받는 데 들어가는 비용(분담금)이 줄어든다.
그런데 재건축 시장의 ‘블루칩’에서 헌 집 가치가 반 토막 나는 곳이 있다. 기존 집을 반값만 받고 내주는 것이다. 그래도 재건축 기대가 꺾이지 않는다. '대박' 꿈이 크기 때문이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재건축 얘기다.
압구정동은 전국에서 아파트값이 가장 비싼 곳(3.3㎡당 1억6000만원)이다. 지난 6·3 지방선거 때 재건축 활성화를 공약으로 내건 오세훈 시장에게 절대적인 지지(84%)를 보낸 곳이기도 하다. 이곳에서도 '알짜'로 꼽히는 압구정3구역의 최근 대차대조표를 통해 압구정 재건축을 들여다본다. 3구역은 규모가 가장 크고 땅값(공시지가)도 최고다.

6개 구역으로 나눠 사업을 추진 중인 압구정 재건축 속도계가 빠르게 올라가고 있다. 6곳 중 4곳이 시공사를 선정하고 7부 능선 격인 사업시행계획 인가를 서두르고 있다. 이 중 2구역이 지난 2일 사업시행계획 인가 신청 전 통합심의를 처음으로 통과했다. 3구역이 지난달부터 건축계획 수립을 위한 설문조사를 진행하며 쫓아가고 있다. 3구역의 설문조사 자료에 압구정 최신 재건축 수지 계산이 들어 있다.
지난 1월 결정된 정비계획에 따르면 3구역은 기존 3934가구를 허물고 5175가구를 짓는다. 최고 15층인 층수가 65층(250m)으로 올라간다. 재건축 후에도 중대형 주택형 위주다. 재건축은 전용 85㎡ 이하를 60% 이상 건립해야 하는데 3구역에서 85㎡ 이하는 31.9%에 불과하다. 기존 주택보다 크기를 30% 이하로 넓혀 재건축하면 '85㎡ 이하 60% 이상' 기준을 지키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기존 주택형에 85㎡ 초과가 많을 경우 이 비율을 따르면 일부는 집이 줄어들게된다. 3구역 기존 주택형이 82~245㎡이고 4가구 중 3가구가 85㎡ 초과다. 새 주택형은 59~248㎡다.
사업성 지표 '비례율' 54.05%
그런데 3구역의 예상 재건축 성적표가 최하위 수준이다. 설문조사 자료에 따르면 성적표에 해당하는 사업성 지표인 비례율이 54.05%다. 지난 1월 정비계획 결정 고시 때만 해도 61.05%였다. 그 사이 사업성이 더 나빠졌다는 뜻이다. 비례율이 대개 100% 이상이고 비례율이 저조한 대치동 은마도 80%가 넘는다.
비례율이란 개발이익 정도를 나타내는 수치로 ‘(분양수입-총비용(사업비))/종전주택가격’으로 계산한다. 헌 집 몸값 대비 개발이익이 얼마나 되는가를 보여준다. 비례율은 새집 분양가에서 공제되는 헌 집 가치를 계산할 때 쓰인다. 헌 집 가치가 ‘헌 집 가격×비례율’이다. 헌 집 가치+분담금=새집 분양가다. 비례율이 100%보다 높을수록 기존 집 가치가 더 올라가고 그만큼 돈을 버는 셈이다.
헌 집 가격이 같은 10억원이라 하더라도 비례율이 각각 100%와 110%이면 헌 집 가치는 10억원과 11억원이다. 비례율 110%인 사업장에서 1억원의 이익이 더 생기는 것이다. 압구정3구역의 비례율이 54.05%이면 시세 10억원인 기존 집 가치를 5억4050만원만 쳐준다는 뜻이다. 압구정 다른 구역들의 비례율은 60%대다.
유독 압구정 비례율이 낮은 이유가 뭘까. 기존 집값이 비싸기 때문이다. 재건축 전의 구축인데도 평균 3.3㎡당 1억6000만원이 넘는다. 웬만한 강남 재건축 신축보다 비싸다. 재건축 기대감이 이미 상당 부분 반영된 셈이다.
사업비가 만만찮다. 압구정 재건축 층수가 60층 이상의 초고층이다 보니 공사비가 치솟았다. 3.3㎡당 1100만~1200만원 선이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도 1000만원 아래다.
분양수입은 적다. 분양가상한제를 적용받아 일반분양분 분양가가 시세보다 훨씬 저렴하다. 조합원 분양가도 일반분양가 이하로 책정하다 보니 전체 분양수입을 늘리기 어렵다.분모가 크고 분자는 작으니 비례율이 낮을 수밖에 없다.

기존 집값 급등과 공사비 상승에 따른 사업비 증가는 비례율을 더욱 떨어뜨리고 있다. 지난 1월 정비계획 결정 때 61.05%였던 압구정3구역 비례율이 불과 5개월 새 7%포인트 내렸다. 분양수입은 15.3% 증가했지만, 사업비와 종전주택가격이 각각 25%가량 늘었기 때문이다. 분양수입은 걷는데 기존 집값과 사업비는 뛰는 모양새다.
36평형 갈아타는데 7억5000만원
비례율 하락으로 헌 집 가치가 줄어들면 분담금 ‘폭탄’을 맞게 된다. 기존 30평대에서 새 아파트 36평형으로 갈아타는 데 3억3000만~7억5000만원을 더 내야 한다. 50평대에서 50평대로 가려면 10억~15억원이 필요하다.
최상층 펜트하우스와 준펜트하우스 분담금은 하늘을 찌른다. 조합이 분양가를 다른 주택형의 2배 정도인 3.3㎡당 2억원 선으로 책정했기 때문이다. 가장 큰 105평형 펜트하우스 분양가가 205억3000만원이다. 기존 주택 중 가장 큰 80~90평대에서 가더라도 150억원 정도가 필요하다.

이렇게 막대한 분담금까지 내고도 남는 게 있을까. 준공 후 시세에 달렸다. 조합은 준공 후 시세를 3.3㎡당 3억원 정도로 예상한다. 36평형 시세를 110억원으로 본다. 기존 36평형에서 새 36평형으로 가는 분담금이 3억3000만원이다. 기존 36평형 가격이 60억원이다. 63억3000만원을 들여 110억원 집에 들어가는 셈이다. 47억원 남는다.
기존 64평형 가격이 109억원이고 65평형을 받는 분담금이 5억원 정도다. 새 65평형 예상 시세가 200억원이다. 114억원과 200억원을 바꾸는 것이어서 86억원 남는다. 분담금 폭탄에도 재건축 기대감이 높은 이유다.
준공 뒤 기다리는 '복병'
하지만 웃을 수만은 없다. 준공 후 세금 폭탄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조합은 설문조사에서 준공 후 추정 보유세를 안내했다. 현재 산정 방식으로 시세 110억원으로 예상되는 36평형 세금이 재산세 3200만원, 종합부동산세(종부세) 1100만원 등 4300만원이다. 65평형은 재산세 5800만원, 종부세 2900만원 등 8700만원이다. 세금 계산에 쓰이는 공정시장가액비율이 현재 60%에서 80%로 올라가면 총 보유세가 36평형 5900만원, 65평형 1억2100만원으로 각각 뛴다. 매년 억대 안팎의 현금을 세금으로 지출해야 한다.

설문조사 자료에는 없지만, 준공과 동시에 날아드는 다른 ‘폭탄’이 또 있다. 재건축부담금이다. 재건축부담금은 재건축으로 오른 집값에서 강남구 평균 집값 상승분을 뺀 초과이익에 부과된다. 세금은 아니지만, 국가가 걷어가는 것이어서 세금과 비슷하다. 준공 후 확정되기 때문에 지금으로선 예상하기 어렵다. 준공 시점을 2035년으로 잡고 단순하게 계산해도 1인당 평균 20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재건축부담금은 준공 후 시세가 좌우하는데 조합이 3.3㎡당 3억원으로 예상할 정도로 집값이 크게 오를 것으로 봐서다.
지금까지 따져본 수익에서 재건축부담금 20억원을 고려하더라도 36평형은 30억원 정도, 65평형은 60억원가량 이익을 본다. 그래도 '대박'인 셈이다.
앞으로 압구정 재건축의 장밋빛 대박 꿈이 제대로 실현될지는 변수가 많다. 준공까지 10년 가까운 시간이 걸린다. 그 사이 주택시장에 무슨 일이 있을지 지독하게 불확실하다. 기존 집값, 준공 후 시세, 분양가, 사업비의 복잡한 4차 함수가 어떻게 전개될까.
주택시장에서 가장 뜨거운 곳으로 떠오른 압구정 재건축은 ‘그들만의 리그’에 그치지 않고 서울 주택시장에도 작지 않은 파장을 미칠 것이다.
안장원 기자 ahnj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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