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노태악 등 수당 삭감되자…대선 예비비 빼서 1억 준 선관위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지난해 노태악 전 위원장 등 비상임위원의 고정수당 예산이 삭감되자, 대선 예비비를 전용해 수당을 지급한 사실이 드러났다.
더불어민주당 이기헌 의원이 2일 공개한 선관위 제출 자료에 따르면, 선관위는 지난해 1월부터 3월까지 비상임위원들의 월정액 수당인 공명선거추진활동비(이하 공추비)를 집행하지 못했다. 정부가 ‘비상임위원의 근태가 부실한 데 비해 고정수당이 높고, 다른 명목으로 수당이 중복 지급되고 있다’는 이유로 당해 예산에서 공추비 2억1540만원을 전액 삭감한 데 따른 것이다.
비상임위원에는 선관위원장이 포함되는데, 노 전 위원장은 지난해 1월 선관위에 단 2차례 출근했다. 정부 예산 삭감에 따라 노 전 위원장은 기존에 받던 월 290만원을, 나머지 위원 7명은 월 210만원을 석 달간 받지 못했다.
그러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으로 조기 대선이 확정되자 선관위는 지난해 4월 대선 관련 예비비 3957억원을 새로 배정받게 된다. 문제는 선관위가 이 예비비 일부를 앞서 정부가 깎은 공추비로 사용했다는 점이다. 지난해 4월부터 6월까지 대선 예비비 중 5280만원이 노 전 위원장 등 비상임위원들에게 공추비 명목으로 지급됐다. 대선이 끝난 7~9월에도 대선 예비비 잔액 5280만원을 공추비로 이월해 집행했다.

결과적으로 노 전 위원장은 7월 4차례, 8월 2차례, 9월 3차례 출근하면서도 공추비를 꼬박꼬박 지급받았다. 선관위는 지난해 10~12월에는 기본 경비 등 선관위 예산 잔액을 이월해서까지 비상임위원들의 공추비를 사수한 것으로 드러났다.
출근과 관계없이 고정적으로 지급되는 선관위 공추비 논란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2022년에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가, 2023년에는 감사원이 “지급 사유가 없다”고 결론냈다. 그런데도 선관위는 2024년 선관위법을 개정해 공추비 지급을 재개했다.
이기헌 의원은 “정부가 삭감한 예산을 다른 재원, 심지어 대선기금 예비비까지 끌어와 계속 지급한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꼼수 예산 집행”이라며 “예산 편성 취지를 왜곡한 집행 경위에 대해 국민께 투명하게 설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선관위는 “기획예산처로부터 절차에 따라 편성받은 예비비로 수당을 지급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찬규 기자 lee.chank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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