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바이 번호판만 보고 과태료 3·6·9만원"…제멋대로 주차장 만드는 '불법 주차' 잡아낸다
이륜차등록대수 5년 새 5만여대 늘어
이르면 내년 번호판만 찍혀도 과태료
"규제 필요하지만 인프라도 갖춰야"
"배달 오토바이들이 줄줄이 불법으로 세워 가게 앞을 딱 막아버립니다."
지난달 26일 오후 3시께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 인근 도로. 10년 넘게 이곳에서 구둣방을 운영해온 박재호씨(60)는 가게 앞을 가득 메운 오토바이들을 가리키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의 손끝이 닿은 자리에는 보행자 보호를 위해 설치된 주황색 차선규제봉 사이를 오토바이들이 주차 칸처럼 채웠다. 박씨는 "오죽하면 '영업 중'이라고 알리는 입간판까지 세웠겠느냐"고 토로했다.

보도는 물론 최소한의 보행 공간을 확보하기 위한 차선규제봉 사이마저 오토바이가 점령하면서 시민들은 차선 위를 위태롭게 오갔다. 인근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김모씨(33)는 "소음도 심하지만 불법 주차 때문에 사람들이 차도로 밀려나는 모습을 볼 때마다 가슴이 철렁한다"며 "특히 유모차나 휠체어가 지나가기 전 멈칫거리다 차를 피해 멀리 돌아가곤 한다"이라고 지적했다.
이면도로는 사정이 더 심각했다. 차량과 보행자의 안전을 위해 비워둬야 하는 황색 빗금 '안전지대'도 오토바이 주차장으로 전락했다. 안전지대는 긴급상황에 대비해 차량의 진입이나 주정차가 금지된 공간이다. 그런데도 오토바이 10여대가 사선으로 빽빽하게 늘어섰다. 거대한 화물차와 마을버스는 그 틈을 간신히 비켜 지나갔고, 보행자와 차량이 뒤엉키는 아찔한 상황이 반복됐다.

도심 곳곳을 점령하고 보행자 안전을 위협해온 오토바이 불법 주정차에 경찰이 칼을 빼들었다. 그간 오토바이는 운전자가 현장에 없으면 제재가 어려워 사실상 단속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지만, 번호판 확인만으로도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이 이뤄질 예정이다.
경찰청은 도로교통법 시행령을 개정한다고 3일 밝혔다. 개정안은 CCTV 촬영, 주민 신고 사진 등을 통해 오토바이 번호판만 확인돼도 소유주에게 과태료가 부과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과태료는 일반지역 3만원, 소방시설 주변과 노인·장애인 보호구역 6만원, 어린이보호구역 9만원이다. 같은 장소에 2시간 이상 주차하면 1만원이 추가된다. 오는 29일까지 입법예고를 거쳐 내년 초 시행된다.
이번 제도 개선은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이후 배달 플랫폼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이륜차 관련 민원이 크게 늘어난 현실을 반영한 조치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국내 이륜차 등록 대수는 2021년 221만3837대에서 지난해 226만6757대로 약 5만3000대 늘었다. 2022년 219만7763대로 소폭 감소했지만, 이후 2023년 221만3741대, 2024년 224만2237대 등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현행법상 오토바이 불법 주정차는 이미 단속 대상에 포함돼 있다. 그러나 자동차처럼 소유주에게 과태료를 부과하는 규정이 없다는 허점이 있었다. 단속 공무원이 현장에서 운전자를 직접 확인해야 범칙금 3만원을 부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운전자가 오토바이를 세워둔 채 자리를 비우면 사실상 제재가 어려워 '잠깐 세워두고 떠나는' 방식의 불법 주정차가 반복돼 왔다.
서울 영등포구 식당가에서 만난 40대 라이더 이모씨는 "솔직히 '금방 다녀오는데 괜찮겠지' 하면서 세워둘 때가 적지 않다"고 털어놨다. 그는 법 개정 소식에 "배달 오토바이가 많아지면서 불편을 준 것도 사실이니 걸리면 마땅한 값을 치른다고 생각해야지 어쩌겠느냐"고 말했다.
제도 개선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배달업 종사자의 현실을 고려한 정책을 병행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배달 시장의 성장에 수반되는 오토바이 증가를 단속 강화만으로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배달 오토바이가 인도나 화단, 사유지 등에 무분별하게 주차하면서 시민 불편과 안전 문제가 커진 만큼 일정 수준의 규제는 필요하다"면서도 "최대 9만원에 달하는 과태료는 배달을 생업으로 삼는 라이더에게 적지 않은 부담이 될 수 있는 만큼 규제와 함께 이륜차 전용 주차공간 확대 등 현실적인 보완책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이지예 기자 eas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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