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급 '킹달러' 수입물가도 '쑥'…식품기업 '킹받네'
1998년 1분기 이후 최대치…수입 물가 자극
5월 수입 물가지수 전년比 25%↑
정부 물가 안정 기조에 가격 인상도 어려워
수익성 악화 불가피…"비용 절감으로 감내"
원·달러 환율이 평균 1500원 선을 넘어 외환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치솟으면서 식품 제조사들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강달러가 수입 물가를 끌어올리면서 가공식품 등의 생산에 필요한 원자재를 들여오는 부담이 커져서다. 정부의 물가안정 기조가 강해 제품 가격을 올리기도 쉽지 않은데다, 유례없는 고환율에 불확실성마저 강해 사업계획을 어느 수준으로 조정해야 할지 막막해하는 분위기다.

2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주간거래 종가(오후 3시 30분 기준) 평균 환율은 1501.64원으로 외환위기 시기인 1998년 1분기 1596.88원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촉발된 중동 전쟁 여파로 올해 1분기 평균 환율 1466.90원에서 35원 가까이 올랐다. 올해 상반기 평균 환율도 1484.56원으로 반기 기준 1998년 상반기(1494.80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이 같은 고환율은 수입 물가를 자극해 국내 소비자 물가의 상승 압력을 키우고, 해외에서 원자재를 들여와 제품을 생산하는 제조사들의 부담을 가중시킨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 5월 원화 기준 수입 물가지수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24.8% 올라 2022년 7월 이후 3년 10개월 만에 최대치를 찍었다. 원재료 상승률이 38.9%를 차지했다. 설탕과 밀가루 등의 원재료인 원당과 원맥 등을 수입해 먹거리를 생산하는 식품 기업들은 통상 시장 분위기를 토대로 기준 환율을 정해두고 이에 맞춰 사업계획을 세우는데, 최근의 고환율이 기존 예상치를 웃돌면서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해졌다.

대표적으로 CJ제일제당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한 올해 1분기 사업보고서에서 환율이 10% 상승할 경우 세후 이익이 67억원 이상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회사 측이 해당 기간 수입 원재료에 적용한 평균 환율은 1달러당 1465.16원이었다. 올해 1분기 평균 환율 1466.90원을 고려해 근사치를 정한 것이다. 환율 1500원대가 이어진다면 향후 손실이 누적될 수 있다.
대상과 오뚜기, 동원F&B, 삼립 등 내수 의존도가 높은 기업들도 올해 기준 환율을 1400원대 중·후반으로 책정해 사업 계획을 세웠는데, 평균 환율이 이보다 10% 수준으로 상승할 경우 당기손익은 최대 140억원 수준까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들 입장에서도 외환위기를 제외하고 환율 1500원 시대는 전례가 없는 상황"이라며 "고환율을 뉴노멀로 예상하고 사업계획을 수립한 경험이 없어 비용구조를 재점검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해외사업과 수출을 병행하고, 관련 협회나 협력업체를 통해 원자재를 들여오는 기업들은 원화로 대금을 결제해 그나마 사정이 낫겠지만, 내수 비중이 높고 원재료를 직접 수입하는 기업들은 강달러 부담이 훨씬 클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3월과 4월에는 라면과 과자, 빵, 식용유 등을 생산하는 제조사들이 일부 제품 가격을 최대 두 자릿수 비율로 인하했다. 정부의 민생물가 안정 기조에 동참한다는 취지였다. 이를 몇 달 만에 뒤집기는 어려워서 최근 고환율에 따른 부담에도 당분간 가격 인상 카드를 꺼내 들기는 힘들다는 것이 중론이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먹거리는 소비자들의 가격 민감도가 높은데다 정부의 강경 드라이브 때문에 수익성이 심각하게 악화하는 등의 명분이 아니라면 가격을 올리기가 쉽지 않은 분위기"라며 "원재료 수입처를 다변화하고, 비용 절감을 극대화하면서 환율 상승에 따른 부담을 감내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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