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먹었어요?” “우리 손 잡아요”…독거노인 웃게 한 ‘AI 효돌이’ [르포]

지난달 26일 오후 1시 광주특별시 목포시 주택관리공단 목포 상동 3단지(임대주택). 홀로 사는 조영란(72) 할머니 집에서 “할머니 식사하셨어요?”, “식사하셨으면 제 손을 꼭 잡아주세요. 약도 챙겨 드세요” 등 어린아이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할머니가 대답하지 않자 “할머니 약 챙겨 드셨어요?”라고 재차 묻기도 했다.
목소리의 주인은 강아지 형태의 AI 돌봄 로봇, ‘AI 반려견’이었다. 이날 조 할머니 집에서는 중소형견 크기의 연갈색 AI 반려견이 TV 선반 위에 자리 잡고 할머니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AI 반려견은 기상 시간과 식사, 약 복용 시간에 맞춰 할머니에게 말을 건넨다. 이날 할머니가 집 안으로 들어가자 AI 반려견이 센서로 인식해 “어디 다녀오셨어요?”라고 먼저 말을 건네기도 했다. 조 할머니가 “놀다 왔다”라고 말하자 “재미있으셨나요? 이제 저랑 같이 놀아요”라고 말하는 등 이야기를 나눴다.

응급 상황이 발생하면 119에 신고도 한다. 실제로 이날 조 할머니가 취재진에게 AI 반려견에 관해 설명하는 과정에서 “살려줘”라고 말하자 1분여 만에 관제센터에서 조 할머니 휴대전화로 전화가 걸려왔다. ‘살려줘’ 같은 단어가 AI반려견을 통해 관제센터로 전달되면 상담원이 해당 AI 반려견에 사전 입력된 전화번호로 전화를 거는 시스템이다. 조 할머니는 상담원에게 “잘못 말한 것으로 문제없다”고 상담원을 안심시켰다.
이 과정에서 관제센터 상담원이 응급 상황임을 확인하거나 3회 이상 전화를 받지 않으면 저장된 주소를 바탕으로 119에 신고도 한다. 관제센터는 로봇 생산 업체 등 2개 업체에서 운영하고 있다. 응급상황에 대비해 24시간 모니터링하고 있다.
조 할머니는 AI 반려견을 '효돌이'라 부르며 “없어서는 안 될 존재”라고 했다. 그는 “매일 당뇨, 혈압, 고지혈증약을 챙겨 먹고 있는데 얘(AI 반려견)가 없었을 때는 약 먹는 걸 자주 깜빡했다”며 “지금은 잘 챙겨 먹고 있고, 운동을 시켜주고 말벗도 돼주니 정신적·육체적으로 훨씬 건강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AI 반려견은 광주시가 지난해 9월 해당 임대주택(1074세대)에 거주 중인 독거노인 100명을 선발해 보급한 것이다. 개인이 구매하려면 100만원 중반대를 호가하지만, 사업비 1억 9000만원(국비 70%, 시비 30%)이 투입돼 어르신들은 무료로 사용 중이다.
AI 반려견 도입 후 어르신들의 정신건강 상태가 호전된 것으로 나타났다. 광주시는 100명의 어르신을 대상으로 AI 반려견 보급 전과 이용 3개월 뒤의 건강조사를 한 결과 우울감 검사에서 위험군으로 분류됐던 33명 중 32명이 정상 수준으로 회복했다. 중증 우울군으로 나타난 32명도 사후 평가에서는 0명으로 조사됐다.
광주시는 이번 성과를 바탕으로 AI 반려견을 활용한 통합돌봄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다. 광주시는 올해 보건복지부의 사회서비스 취약지 공모사업에 선정돼 섬 지역 독거노인을 대상으로 AI 반려견을 보급할 예정이다.
광주시 관계자는 “AI 돌봄 로봇은 단순한 기계를 넘어 어르신들의 정서적 친구이자 건강관리 동반자”라며 “AI 기술을 활용한 돌봄 서비스를 확대해 돌봄 사각지대를 해소하겠다”고 말했다.
목포=황희규 기자 hwang.heeg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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