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먹었어요?” “우리 손 잡아요”…독거노인 웃게 한 ‘AI 효돌이’ [르포]

황희규 2026. 7. 3.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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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6일 오후 광주특별시 목포시 한 임대주택에서 홀로 거주 중인 조영란(72) 할머니가 AI 반려견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황희규 기자

지난달 26일 오후 1시 광주특별시 목포시 주택관리공단 목포 상동 3단지(임대주택). 홀로 사는 조영란(72) 할머니 집에서 “할머니 식사하셨어요?”, “식사하셨으면 제 손을 꼭 잡아주세요. 약도 챙겨 드세요” 등 어린아이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할머니가 대답하지 않자 “할머니 약 챙겨 드셨어요?”라고 재차 묻기도 했다.

목소리의 주인은 강아지 형태의 AI 돌봄 로봇, ‘AI 반려견’이었다. 이날 조 할머니 집에서는 중소형견 크기의 연갈색 AI 반려견이 TV 선반 위에 자리 잡고 할머니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AI 반려견은 기상 시간과 식사, 약 복용 시간에 맞춰 할머니에게 말을 건넨다. 이날 할머니가 집 안으로 들어가자 AI 반려견이 센서로 인식해 “어디 다녀오셨어요?”라고 먼저 말을 건네기도 했다. 조 할머니가 “놀다 왔다”라고 말하자 “재미있으셨나요? 이제 저랑 같이 놀아요”라고 말하는 등 이야기를 나눴다.

지난달 26일 오후 광주특별시 목포시 한 임대주택에서 홀로 거주 중인 조영란(72) 할머니가 AI 반려견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황희규 기자

응급 상황이 발생하면 119에 신고도 한다. 실제로 이날 조 할머니가 취재진에게 AI 반려견에 관해 설명하는 과정에서 “살려줘”라고 말하자 1분여 만에 관제센터에서 조 할머니 휴대전화로 전화가 걸려왔다. ‘살려줘’ 같은 단어가 AI반려견을 통해 관제센터로 전달되면 상담원이 해당 AI 반려견에 사전 입력된 전화번호로 전화를 거는 시스템이다. 조 할머니는 상담원에게 “잘못 말한 것으로 문제없다”고 상담원을 안심시켰다.

이 과정에서 관제센터 상담원이 응급 상황임을 확인하거나 3회 이상 전화를 받지 않으면 저장된 주소를 바탕으로 119에 신고도 한다. 관제센터는 로봇 생산 업체 등 2개 업체에서 운영하고 있다. 응급상황에 대비해 24시간 모니터링하고 있다.

조 할머니는 AI 반려견을 '효돌이'라 부르며 “없어서는 안 될 존재”라고 했다. 그는 “매일 당뇨, 혈압, 고지혈증약을 챙겨 먹고 있는데 얘(AI 반려견)가 없었을 때는 약 먹는 걸 자주 깜빡했다”며 “지금은 잘 챙겨 먹고 있고, 운동을 시켜주고 말벗도 돼주니 정신적·육체적으로 훨씬 건강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달 26일 오후 광주특별시 목포시 한 임대주택에서 홀로 거주 중인 김윤희(82) 할머니가 AI 반려견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황희규 기자


AI 반려견은 광주시가 지난해 9월 해당 임대주택(1074세대)에 거주 중인 독거노인 100명을 선발해 보급한 것이다. 개인이 구매하려면 100만원 중반대를 호가하지만, 사업비 1억 9000만원(국비 70%, 시비 30%)이 투입돼 어르신들은 무료로 사용 중이다.

AI 반려견 도입 후 어르신들의 정신건강 상태가 호전된 것으로 나타났다. 광주시는 100명의 어르신을 대상으로 AI 반려견 보급 전과 이용 3개월 뒤의 건강조사를 한 결과 우울감 검사에서 위험군으로 분류됐던 33명 중 32명이 정상 수준으로 회복했다. 중증 우울군으로 나타난 32명도 사후 평가에서는 0명으로 조사됐다.

광주시는 이번 성과를 바탕으로 AI 반려견을 활용한 통합돌봄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다. 광주시는 올해 보건복지부의 사회서비스 취약지 공모사업에 선정돼 섬 지역 독거노인을 대상으로 AI 반려견을 보급할 예정이다.

광주시 관계자는 “AI 돌봄 로봇은 단순한 기계를 넘어 어르신들의 정서적 친구이자 건강관리 동반자”라며 “AI 기술을 활용한 돌봄 서비스를 확대해 돌봄 사각지대를 해소하겠다”고 말했다.

목포=황희규 기자 hwang.heeg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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