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범 “AI는 생산혁명…韓경제 스케일 달라졌다, 정책도 바뀌어야”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2일 “한국 경제의 스케일이 달라졌다”며 인공지능(AI) 산업혁명에 맞춰 국가 정책의 사고방식도 함께 바뀌어야 한다고 밝혔다.
김 실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AI는 단순한 기술혁명이 아니라 생산혁명”이라며 “그 생산혁명이 대한민국의 산업구조와 거시경제의 문법을 함께 바꾸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달 29일 발표된 대규모 산업·인프라 투자 구상과 관련해 초기에는 실현 가능성을 둘러싼 의구심이 제기됐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평가가 달라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실장은 “6월 29일 그 구상을 현실로 옮길 수 있는 대규모 산업·인프라 투자 구상이 발표됐다”며 “처음 반응은 예상대로였다”고 밝혔다.
이어 “총 4755조원, 반도체 800조원, AI 데이터센터 573조원 등 한국 경제에서는 좀처럼 보기 어려운 숫자가 등장하자 ‘정말 가능한가’, ‘급조된 이벤트 아니냐’는 질문이 쏟아졌다”며 “당연한 반응이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며칠 지나지 않아 분위기는 달라졌다”며 “이번 발표를 한국 제조업의 기틀을 다진 1970년대 중화학공업 육성정책 이후 가장 담대한 규모와 스타일의 신산업정책으로 해석하는 분석이 잇따랐고, 낯설던 숫자는 점차 하나의 시대를 설명하는 언어가 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4755조 투자, 이제는 실현 가능성보다 변화 규모를 볼 때”
김 실장은 “발표는 출발점일 뿐”이라며 “정말 중요한 것은 우리가 이 변화를 어떤 눈으로 바라보느냐”라고 강조했다.
이어 “스케일이 달라졌다. 이 변화는 일부 지역의 투자 이슈가 아니라 대한민국 거시경제 전체의 문제”라며 AI 혁명이 기업 실적을 넘어 더 많은 생산과 더 큰 잉여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밝혔다.
또 “문제는 성공이 아니라 그것을 관리하는 능력”이라며 확대되는 유동성이 수도권 부동산과 투기성 자산으로만 쏠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동성 쓰나미 시대…지방 분산은 수도권 지키는 국가 전략”
그는 “해법은 불을 끄는 것이 아니라 군불을 다른 방으로 보내는 것”이라며 “비수도권에도 팹(생산시설)을 짓고 데이터센터를 세우며 산업단지를 조성하는 일은 지방을 위한 시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지방 분산은 지방을 위한 정책이 아니라 수도권을 지키기 위한 국가 전략”이라며 “유동성 쓰나미 시대에 지방 분산은 균형발전 이전에 수도권을 지키는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환율과 재정 운용에 대해서도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 실장은 “큰 경제의 환율은 더 이상 경상수지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며 산업의 펀더멘털과 자본시장의 흐름을 함께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재정과 관련해서는 “장기 추세를 넘어서는 재원은 단기 경기 대응보다 청년, 미래 산업, 교육, 지방 경쟁력 같은 전략적 분야에 우선 연결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결국 이 모든 문제는 같은 파도에서 시작된다”며 AI 혁명이 만들어낼 산업 성장과 기업 이익, 자본 유입, 유동성 확대가 하나의 흐름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좋은 변화도 새로운 부담도 같은 곳에서 시작된다”며 “지금 필요한 것은 과거의 사고방식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팹·전력·용수 확보는 합의의 문제…생산이 더 나은 분배의 재원”
또 “여전히 우리는 ‘어느 지역이냐’, ‘숫자를 믿을 수 있느냐’는 논쟁에 머물기 쉽다”면서 “메모리 구조적 우위가 한국에 역사적 기회를 가져왔다. 그 기회를 살릴 것인가, 흘려보낼 것인가가 본질”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내에 팹을 짓지 못해 해외로 보내야 하는가. 전력과 용수를 제때 확보하지 못해 증설 시기를 놓칠 것인가. 유동성을 관리하지 못해 금융 시스템의 부담을 키울 것인가. 모두 같은 질문의 다른 얼굴”이라고 했다.
김 실장은 “답이 정해져 있다면 필요한 것도 분명하다. 합의다”라며 “발전소를 짓고 송전망을 연결하며 용수를 확보하고 산업단지를 조성하는 일은 결국 모두 합의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지금은 그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 순서는 바뀔 수 없다”며 “팹을 짓자. 전력과 용수를 풀자. 더 큰 생산이 더 큰 잉여를 만들고 그 잉여가 더 나은 분배의 재원이 된다”고 밝혔다.
이어 “생산은 선택이 아니라 전제”라며 “작은 경제의 문법으로는 큰 경제를 다룰 수 없다. 생산혁명의 시대에는 생산의 스케일만 커지는 것이 아니라 국가가 생각하는 스케일도 함께 커져야 한다”고 밝혔다.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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