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부산항에 드론 잡는 드론 떴다…하늘 지키는 AI 방패
레이더·AI·포획드론으로 24시간 감시
2일 오후 부산항 국제여객터미널 상공. 종합상황실 모니터 한쪽에 작은 점이 떠올랐다. 사람 눈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지만 레이더는 이미 미확인 비행체를 포착한 상태였다. 곧이어 RF스캐너가 드론 조종 신호를 분석했고, EO·IR(전자광학·적외선) 카메라가 자동으로 목표물을 확대했다. 모니터에는 검은색 드론 한 대가 선명하게 모습을 드러냈다.
"식별 완료." 불과 수십 초였다. 사람이 하늘을 올려다보기도 전에 시스템은 '탐지, 식별, 추적'까지 끝냈다.

레이더가 찾고 재머가 막고…드론 잡는 드론까지
이날 해양수산부와 부산항만공사의 안티드론 시연은 '폭발물을 탑재한 미확인 드론이 부산항 국제여객터미널 상공으로 침입했다'는 가상의 상황을 바탕으로 진행됐다. 탐지부터 무력화, 폭발물 처리까지 걸린 시간은 약 15분. 항만 보안이 더 이상 사람의 육안이 아니라 레이더와 인공지능(AI), 전파분석 장비 중심으로 바뀌고 있음을 보여줬다.
부산항 안티드론 시스템의 시작은 레이더다. 최대 3㎞ 밖에서 접근하는 비행체를 탐지하면 RF스캐너가 해당 드론의 통신 주파수를 분석한다. 이어 EO·IR 카메라가 자동으로 목표물을 추적하면서 운영자는 확대된 영상을 통해 드론인지 새인지 최종 확인한다.
관제 화면에는 드론의 위치와 이동경로, 고도까지 실시간으로 표시됐다. 개발사 관계자는 "운영자가 일일이 카메라를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레이더가 좌표를 넘기면 카메라가 자동으로 해당 위치를 따라간다"며 "항만처럼 크레인과 선박이 많고 갈매기가 수시로 날아다니는 환경에서도 여러 장비를 함께 활용해 오탐을 줄이는 것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무력화 단계가 시작되자 요원이 커다란 원통형 장비를 어깨에 올려 겨눴다. 총을 연상시키는 외형이었지만 탄환 대신 전파를 쏘는 장비였다. 조준이 끝나자 재머가 목표 드론을 향해 전파를 방사했다.
재머는 드론과 조종기 사이의 통신 신호와 위성항법(GNSS) 신호를 차단하는 장비다. 드론은 조종 명령을 받지 못하거나 위치 정보를 잃게 되면서 비행을 지속하기 어려워진다. 부산항에는 고정형 재머와 이동형 재머가 함께 구축돼 있으며, 고정형은 최대 1㎞, 이동형은 최대 500m 범위에서 드론을 무력화할 수 있다.
시연의 하이라이트는 포획드론이었다. 관제요원의 무전이 떨어지자 지상에 대기하던 포획드론이 천천히 프로펠러를 돌리기 시작했다. 일반 촬영용 드론보다 두세 배는 커 보이는 기체가 굵은 모터음을 내며 이륙했다. 기체 아래에는 접힌 그물 발사 장치가 달려 있었다.
포획드론은 타깃 드론과 일정 거리를 유지한 채 속도를 맞추며 접근한 뒤, 그물을 발사해 타깃을 완전히 무력화 시켰다. 이후 포획된 드론은 그물에 매단 채 안전지대로 옮겨져 폭발물 여부를 확인하는 절차를 거친다.
눈길을 끈 것은 단순히 '격추'가 아니라 '포획'이라는 점이었다. 항만 한복판에서 드론를 그대로 떨어뜨릴 경우 선박이나 차량, 여객에게 2차 피해를 줄 수 있는 만큼, 부산항 시스템은 전파를 차단한 뒤에도 상황에 따라 드론을 공중에서 안전하게 회수하는 방식을 택했다. 이날 시연에서도 포획드론은 목표물과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며 추적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1년새 55번 뚫린 부산항…보안체계 완성
부산항은 국내 최대 무역항인 만큼 드론 위협에 특히 취약한 곳이다. 국제여객터미널과 컨테이너부두, 위험물 하역시설, 대형 선박이 밀집해 있어 테러나 불법 촬영, 밀수 감시 회피 등에 악용될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실제로 지난해 7월 이후 약 1년간 55건의 불법 드론 출몰 사례가 집계됐다.
부산항 안티드론 시스템은 사업은 2023년 2월 국가테러대책위원회 의결을 계기로 시작됐다. 이후 2024년 10월 해양수산부와 부산항만공사가 업무협약을 체결했고, 2025년부터 장비 구축에 착수했다. 올해 6월부터는 부산항 전역에서 본격적인 24시간 실시간 감시체계를 가동하고 있다. 소요 예산은 약 64억원이다.
북항과 감천항, 부산신항에 레이더와 RF스캐너 등을 분산 배치하고, 북항·감천항·신항 항만종합상황실에서 통합 관제하는 방식이다. 레이더와 RF스캐너에 이상 비행체가 포착되면 통합관제시스템에서 이날 시연과 같은 즉시 대응 절차가 시작된다.
이 사업은 레이더, RF스캐너, EO·IR 카메라, 재머, 포획드론을 하나의 통합 플랫폼으로 연결해 탐지부터 식별, 추적, 무력화까지 전 과정을 자동화한 것이 특징이다. 사람이 하늘을 살피던 시대에서 센서와 AI가 먼저 위협을 찾아내고 사람이 최종 대응하는 체계로 항만 보안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는 셈이다.
부산항만공사 관계자는 "이번 시스템 구축으로 탐지부터 식별, 무력화까지 항만 현장에서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게 됐다"며 "부산항은 국가 핵심 물류시설인 만큼 앞으로도 관계기관과 합동훈련을 정례화해 실제 상황에서도 즉시 대응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지속적으로 고도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부산=강나훔 기자 nah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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