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가 함께 기본급 대신 키워온 성과급…‘하투’ 부메랑으로

황민혁 2026. 7. 2.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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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는 ‘목돈’ 기업은 ‘인건비 조절’
성과급 규모 커지면서 기업에 부담↑
경영계 ‘난색’에 노동계 “정공법 간다”
국민일보 DB

대기업 노사가 기본급 대신 성과급으로 임금 인상 요구를 조율해온 관행이 올해 ‘하투(夏鬪)’에서 핵심 갈등 요인으로 되돌아오고 있다. 노동자들은 목돈을 받을 수 있고 기업은 업황에 따라 인건비를 조절할 수 있어 한동안 노사 이해가 맞아떨어졌지만, 성과급 규모가 커지고 노동시간 구조도 바뀌면서 변동급 중심 임금체계가 사측에 부담으로 작용하기 시작했다는 진단이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성과급 요구는 올해 주요 제조업 임단협에서 동시에 불거지고 있다. 삼성전자 노사 합의 이후 기업 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으로 배분하라는 요구가 반도체를 넘어 자동차·조선·IT 업계로 번지는 양상이다.

성과급 논의는 특히 대기업에 집중돼 있다. 고용노동부 사업체노동력조사 부가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100인 미만 사업체에선 6.2%만 성과배분제를 도입한 데 반해 100인 이상 사업체에선 성과배분제 도입률이 38.4%, 1000인 이상에선 46.2%였다.

그간 대기업 재직자 임금 인상의 상당 부분은 기본급보다 성과급에 반영돼왔다. 국내 완성차 대기업에 재직 중인 50대 기술직 노동자가 매달 손에 쥐는 돈은 약 400만원이지만 지난해 기준 세전 3000만∼4000만원대 성과급이 더해졌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직원의 임금 격차를 벌리는 핵심 항목도 성과급이다. 지난해 중소기업의 월평균 특별급여는 20만8000원으로 대기업 119만5000원의 17.4%에 그쳤다. 특별급여는 상여금·성과급 등이 포함되는 항목이다.

김성희 산업노동정책연구소 소장은 “대·중소기업 임금 격차의 3분의 1을 설명하는 게 성과급”이라며 “고정급보다 경기 상황에 따라 변동하는 임금 부분을 확장한 게 우리나라 대기업들의 임금 전략이었다”고 설명했다.

기업들이 성과급을 선호한 데에는 장시간 노동 체제도 영향을 미쳤다. 기본급이 오르면 통상임금을 기준으로 산정되는 시간외수당 부담도 함께 커진다.

김 소장은 “장시간 노동 체제에서는 고정급을 올리는 것보다 변동급을 올리는 게 기업들에 유리했다”며 “노동시간이 과거보다 짧아지고 영업이익과 함께 성과급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순간 얘기가 달라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경영계는 ‘N% 성과급’ 요구에 선을 긋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최근 회원사에 배포한 ‘노동조합의 기업 이익 배분 요구에 대한 경영계 특별 권고’에서 “노조의 기업 이익 배분이나 배분 비율에 대한 제도화 요구에 대해서는 최초로 요구가 제기된 시점부터 단체교섭 대상으로 삼기 어렵다는 점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도 지난달 22일 기자간담회에서 성과급을 노동쟁의 대상으로 보는 것은 맞지 않는다는 취지로 말했다.

경영계가 성과급 배분에 난색을 표하자 노동계는 기본급 인상이라는 ‘정공법’으로 맞서겠다는 태세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성과급이 교섭 대상이 아니라고 하면 ‘원칙대로’ 기본급 인상 요구 투쟁을 하면 된다”고 말했다.

노동계는 성과급이 여러 임단협 의제 중 하나에 불과한 만큼 성과급이 쟁의행위 대상인지에 대한 판단이 올해 하투와 향후 투쟁에 미칠 영향도 제한적이라고 보고 있다.

세종=황민혁 기자 okj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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