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침략도 신의 뜻"…호사카 유지가 파헤친 일본 극우의 신화
신간 '극우의 신화 일본' 출간
"1945년 이후 정치만으론 일본 극우 뿌리 못 봐"
아마테라스·진구황후에서 자위대 개헌론까지
독도 영유권 주장과 일본군 위안부 강제성 부정, 야스쿠니 신사와 자위대를 둘러싼 일본 우익의 역사 인식은 어디에서 비롯됐을까. 일본 정치와 역사 문제를 오랫동안 연구해온 호사카 유지 고려대 특임교수는 그 출발점을 전후 정치가 아니라 일본 고대 신화에서 찾는다. 그는 신간 '극우의 신화 일본'을 통해 일본 극우 담론의 뿌리를 신화와 교육, 국가 이념의 형성 과정에서 읽어낼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호사카 교수는 최근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일본 극우를 1945년 이후의 정치만으로 봐서는 안 된다"며 일본 황실의 조상신으로 여겨지는 태양신 아마테라스를 먼저 언급했다. 독도와 일본군 위안부, 야스쿠니 신사, 자위대 문제를 오래 연구해온 그가 이번에는 법률이나 외교 문서 대신 신화를 분석 대상으로 삼은 이유다.
극우의 신화 일본은 일본 극우의 기원을 전후 보수 정치에만 한정하지 않는다. '고사기'와 '일본서기', 아마테라스와 진구황후, 일본식 성리학과 국가신도 등 일본 국가 정체성을 형성한 역사·사상적 기반을 거슬러 올라가 오늘날 우익 담론과의 연결고리를 살핀다. 호사카 교수에게 신화는 단순한 옛이야기가 아니다. 천황의 기원을 설명하고 국가 정체성을 형성하는 서사이며, 전후 일본의 군대와 헌법 논의에도 영향을 미치는 사상적 토대다.
그가 먼저 든 사례는 히미코와 아마테라스다. 중국 사서에 등장하는 고대 일본의 여성 통치자 히미코는 일본 왕실의 공식 신화에서 중심에 서지 못했고, 대신 하늘에서 내려온 여신 아마테라스가 그 자리를 대신했다는 것이 그의 해석이다. 호사카 교수는 덴무 천황이 왕권의 정통성을 강화하는 과정에서 고사기와 일본서기를 편찬하며 아마테라스를 최고신으로 내세웠다고 본다. 다만 이는 학계의 정설이라기보다 그의 해석에 가깝다. 그는 고대사의 사실 여부보다 왕권의 정통성이 인간의 정치가 아니라 신성한 혈통으로 설명되는 과정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화와 현대 정치의 연결이 비약적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진구황후 신화를 사례로 들었다. 일본 신화에서 삼한을 정벌한 인물로 등장하는 진구황후의 서사가 훗날 "조선 침략은 신의 뜻"이라는 논리로 활용됐다는 것이다. 그는 신화가 설화에 머무르지 않고 교육과 국가 서사를 거치면서 침략을 정당화하는 논리로 기능했다고 주장했다. 근대 일본의 역사·국어 교과서에서도 진구황후의 삼한정벌이 한국 침략을 정당화하는 서사로 반복됐다고 분석했다.

호사카 교수가 보는 일본 극우의 뿌리는 개별 망언이나 역사 왜곡에만 있지 않다. 욱일기와 야스쿠니 신사, 역사 교과서 문제는 표면적인 현상일 뿐이며, 그 이면에는 신화를 역사처럼 가르치고 이를 국가 운영 원리와 연결하는 구조가 자리한다고 진단한다. 일본식 성리학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했다. 일본은 조선에서 성리학을 받아들였지만 왕조 교체를 정당화하는 역성혁명론은 수용하지 않았고, 충과 효의 대상은 천황에게 집중됐다는 것이다. 여기에 국학과 국가신도가 천황의 신성성을 강화하고 양명학의 행동주의가 결합하면서 일본 우익 사상의 행동 논리가 형성됐다고 설명했다.
그의 문제의식은 고대사에 머물지 않는다. 호사카 교수는 자위대 명시 개헌과 긴급사태조항 신설, 한일 군수지원협정(ACSA) 논의도 함께 언급했다. 겉으로는 헌법과 안보 협력의 문제처럼 보이지만, 천황 중심 국가관과 군사력에 대한 인식이 여전히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해석이다. 그는 일본 극우가 "1945년 패전 이전 국가 체제로 회귀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그는 한일 협력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았다. 호사카 교수는 "한·일은 협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서도 "군사동맹으로까지 나아가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협력의 필요성은 인정하되 군사 협력의 범위에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실제 한국과 일본 국방당국은 지난 5월 군수지원협정 체결 가능성을 논의했다. 이 협정은 유사시 연료와 식량, 탄약 등 군수물자를 상호 지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다만 국내에서는 식민지배의 역사적 경험과 한반도 내 일본 병력 활동 가능성 등을 이유로 신중론도 제기된다.

호사카 교수의 해석을 두고 학계에선 다양한 견해가 존재한다. 히미코와 아마테라스, 덴무 천황을 둘러싼 해석은 물론 한일 안보 협력을 바라보는 시각도 일치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그의 책은 하나의 결론을 제시하기보다 일본 극우를 어떤 틀로 이해할 것인지 새로운 문제의식을 던지는 데 의미가 있다. 일본 극우를 단순한 역사 왜곡 세력으로 볼 것인지, 아니면 신화와 교육, 국가 제도, 안보 정책이 연결되는 흐름 속에서 이해할 것인지가 책의 핵심 질문이다.
인터뷰 말미에 호사카 교수는 일본을 감정적으로 바라봐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감정적 반일은 일본을 지나치게 단순화하고, 무비판적 친일은 일본을 과도하게 이상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일본을 미워하거나 신뢰하는 문제가 아니라, 특정한 담론이 어떻게 제도와 정책으로 이어져 왔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신화가 역사 인식으로, 역사 인식이 국가의 언어로, 다시 군사와 헌법 논의로 이어지는 과정이 극우의 신화 일본이 추적한 핵심 문제의식이다.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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