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성폭행 예상했잖아” 악플 폭탄…성인화보 모델 결국
성인 화보 제작사 대표의 성범죄 의혹을 제기했던 화보 모델이 악성 댓글 등으로 인한 극심한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1심에서 대표에게 중형이 선고됐다가 항소심에서 혐의 대부분이 무죄로 뒤집히자, 의혹을 제기한 모델을 상대로 한 비난 글 등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검찰은 성폭력 혐의를 무죄로 판단한 항소심 판결에 불복해 상고했다.

2일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고검 인천지부는 피감독자 간음과 강제추행 등 혐의로 기소된 성인 화보 제작사 전 대표 A씨(51)에게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한 2심 판결에 불복해 전날 상고장을 제출했다.
A씨는 2020년 2월부터 2023년 6월까지 경기 부천시 호텔 등에서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소속 모델 5명을 성폭행하고, 다른 모델 6명을 강제로 추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성인 화보 테스트를 빌미로 미성년자 성 착취물을 촬영하고 영상을 소지한 혐의도 받았다.
1심 재판부는 A씨가 위력을 행사해 모델들을 심리적으로 지배한 뒤 반복적인 성범죄를 저질렀다고 보고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핵심 증거인 피해자들의 진술이 객관적 자료와 부합하지 않거나 일관성이 부족하다며 지난달 24일 미성년자 성착취물 제작·소지를 제외한 A씨의 모든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
의혹 제기 이후 악성 댓글 극심
이 사건은 지난 2023년 7월 소속 모델들이 성폭력 피해를 주장하면서 처음 알려졌다. 당시 온라인 등에서 이름이 알려진 유명 모델이었던 B씨는 피해 당사자는 아니었지만 동료들을 돕기 위해 변호사 선임 등을 지원했다.
의혹 제기 이후 모델들은 악성 댓글 등에 시달려야 했다. “성인 화보를 찍는 것 자체가 정상적이지 않다” “벗고 찍는 회사에 입사를 왜 하느냐” “성폭행 예상했잖아” 등의 댓글이 이어졌다. 이런 비방은 1심에서 유죄가 선고된 후에도 그치지 않았다.

특히 B씨는 보복 대행 업체로부터 사적 보복까지 당해야 했다. 지난 4월 30일 B씨가 과거 거주했던 서울 구로구 아파트 현관문에 누군가 간장을 뿌리고 래커칠을 한 뒤 도주했다. B씨는 이미 이 집을 지인에게 넘기고 거주지를 옮긴 상태여서 직접적인 피해는 입지 않았다. 보복 대행을 저지른 20대 남성은 얼마 뒤 경찰에 붙잡혀 지난 5월 협박과 주거침입, 재물손괴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경찰은 B씨 등 피해자 진술을 토대로 의뢰인에 대한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B씨를 향한 악성 댓글은 항소심 판결 이후 더 극심해졌다. 고소장을 제출한 모델 대부분은 현재 활동을 중단했고, 소셜미디어(SNS) 팔로워 300만명을 보유한 B씨만 아직까지 업계에 남아있기 때문이다. B씨의 소속사 관계자는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B씨는 사건 이후 계속 건강이 좋지 않았는데, 항소심 이후에는 원색적인 비난이 쏟아지면서 정신적으로도 큰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B씨 측은 항소심에서 1심과 크게 상반된 결과가 나온 만큼 대법원 판단을 기다려보겠다는 입장이다. B씨 등 모델들의 법률 대리인인 전인규 법무법인 정솔 변호사는 “B씨는 성폭력 피해를 주장하는 동료들을 도왔을 뿐인데도 지속적인 비난에 시달렸다”며 “확인되지 않은 허위사실 유포와 인신공격 등에 대해서는 엄중히 대처할 방침”이라고 했다.
변민철 기자 byun.minch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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