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디지털 전환, 함께 설계해야"…KAIST서 답 찾은 한·아세안 청년들
지난 6월 26일 대전 KAIST 캠퍼스. '2026 한-아세안 청년 네트워크 워크숍'의 한국 내 마지막 일정이 진행된 이 날 오후, 한국과 아세안(ASEAN, 동남아시아국가연합) 청년들이 팀별로 직접 촬영한 영상을 상영하며 디지털 전환에 대한 자신들의 생각을 발표했다.

한국 학생들과 아세안 학생들은 자국 사회가 마주한 디지털 격차와 청년 세대의 역할을 설명했다. 짧은 영상 경연은 '디지털 전환을 누구와 어떤 방향으로 추진할 것인가'라는 질문이 담겨 있었다.
영상 발표가 끝난 뒤 이어진 댄스 타임과 탤런트 쇼에서 참가자들은 함께 노래하고 춤추며 빠르게 가까워졌다. K-팝 '아파트'가 나오자 한국 학생과 아세안 학생들이 함께 따라 부르고 몸을 움직였다. 일부 아세안 참가자들은 각국의 민속의상과 전통무용을 선보였고, 다른 참가자들은 박수와 환호로 화답했다.
한국 참가자 이지원 학생은 "아세안 학생들과 함께 디지털 혁신을 주제로 영상을 만들고 의견을 나누는 과정 자체가 값진 경험이었다"며 "서로 다른 나라에서 왔지만 같은 문제를 함께 고민하면서 많이 배울 수 있었고, 저에게도 성장하는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베트남 참가자 아인 주이 호앙 학생도 "공항에서부터 KAIST 일정, 강의와 팀 활동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이 인상 깊었다"며 "무엇보다 참가자들이 서로 소통하며 함께 일할 수 있었다는 점이 좋았고, 서로 다른 나라에서 왔지만 하나가 되어 활동한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밝혔다.
디지털 혁신이라는 의제를 다른 이번 워크숍은 한국과 아세안 청년들의 교류를 통해 디지털 협력이 결국 사람 사이의 신뢰와 이해에서 출발한다는 점을 보여줬다. 학생들은 서로를 '교류 대상'이 아니라 함께 문제를 풀어갈 동료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한-아세안센터는 지난 6월 24일부터 7월 1일까지 대한민국 대전과 브루나이 반다르스리브가완에서 '2026 한-아세안 청년 네트워크 워크숍'을 개최했다. 올해 행사는 한-아세안센터와 한국과학기술원(KAIST), 브루나이 국립대학교(UBD)가 공동 주최했으며, 한국과 아세안 청년 50명이 참여했다. 참가자는 한국 청년 20명, 주한 아세안 청년 7명, 아세안 현지 청년 23명으로 구성됐다.
올해 주제는 '포용적 발전을 위한 디지털 혁신'이었다. 참가자들은 한국 일정에서 KAIST 강의와 랩 투어, KAIST 비전관 견학, 한-아세안센터 및 하이커그라운드 방문 등을 진행했다. 이후 브루나이로 이동해 캄퐁 아예르, 자메 아스르 하사닐 볼키아 모스크, 브루나이 국립대학교, 브루나이 혁신 연구소 등을 방문하며 현지의 사회·문화·기술 환경을 살펴봤다.
특히 올해 워크숍은 KAIST와 함께 진행되면서 성격이 한층 달라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동안 한-아세안 청년 네트워크 워크숍이 국제협력과 한-아세안 관계 증진을 위한 청년 교류 프로그램의 성격이 강했다면, 올해는 국내 대표 과학기술 특성화대학인 KAIST에서 디지털 혁신을 논의하면서 프로그램의 밀도와 상징성이 커졌다.
주최 측 관계자는 "KAIST에서 열린다고 하니 아세안측의 관심과 준비 수준이 확실히 달라졌다"며 "올해 워크숍은 단순한 친선 교류를 넘어 디지털 전환을 논의하는 실질적인 청년 협력 플랫폼으로 업그레이드됐다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브루나이 일정에서는 디지털 정책 논의가 한층 구체화했다. 참가자들은 브루나이 재정경제부 강의를 통해 금융·경제 분야의 디지털 혁신 정책을 살펴봤고, UBD 디지털과학 분야 강의와 로보틱스 랩 견학에도 참여했다. 이어 팀별 정책 발표에서는 인공지능 역량 강화와 멘토링, 청년 디지털 역량 제고, 포용적 기술 활용 등 다양한 제안이 나왔다.
아세안 새 회원국인 동티모르 학생들이 처음 참가한 점도 의미를 더했다. 동티모르가 함께하면서 이번 워크숍은 아세안 11개 회원국과 한국 청년들이 모두 참여하는 장이 됐다. 참가자들은 일주일간의 학습과 현장 방문, 팀 활동을 바탕으로 디지털 혁신에 대한 정책 제안을 발표하며 프로그램을 마무리했다.
김재신 한-아세안센터 사무총장은 "올해 동티모르가 처음으로 함께하면서 한-아세안 청년 네트워크 워크숍이 진정한 11개국 체제를 완성했다"며 "디지털 전환은 기술이 아니라 방향을 정하는 사람의 문제인 만큼, 12년간 이어온 이 자리가 청년들이 그 답을 직접 만들어가는 플랫폼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대전=백종민 테크 스페셜리스트 cinq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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