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꽃 이름 뭐야” 속삭이자 3초 만에…AI 안경과 보낸 일주일 [팩플]

홍상지 2026. 7. 2.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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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 아직 해가 다 떨어지지 않은 초여름 저녁, 자전거를 타고 귀가하는데 길가에 펴 있는 꽃들이 눈에 들어왔다. 이미지 검색을 위해 스마트폰을 꺼내는 대신, 자전거 속도를 조금 늦춘 뒤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헤이 메타, 지금 앞에 보이는 꽃은 무슨 꽃이야?”

3초 후 귓가에 음성이 닿았다.
“지금 보고 계신 꽃은 ‘페튜니아’로 보여요. 페튜니아는 이렇게 풍성하게 피어서 정원이나 빌딩의 장식용으로 많이 사용된답니다.”

메타가 지난 5월 국내에 출시한 스마트 글래스 ‘레이밴 메타 2세대’의 답변이었다. 일상에서 일주일 간 꾸준히 이 안경을 사용해 봤다. 늘 스마트폰이 들려있던 손이 자유로워졌다. 자전거를 타거나 짐을 들고 있어 빈 손이 없는데 스마트폰이 필요할 때면 항상 ‘헤이 메타’를 외치게 됐다.

레이밴 메타 2세대. 안 쓸 때는 케이스에 넣어 충전하는 방식이다. 홍상지 기자


메타, 구글, 삼성전자 등 주요 기술 기업들의 각축전이 벌어지고 있는 곳. 스마트폰에 이어 인공지능(AI)을 담을 디바이스 자리를 노리고 있는 안경형 컴퓨팅 기기(스마트 글래스) 시장이다. 시각, 청각 지능 분야에서 빠르게 실력을 키우고 있는 AI를 가장 직관적으로 선보일 수 있는 일상 소품이 눈과 귀에 가까이 닿아있는 안경이어서다. 시장조사업체 스마트 애널리틱스 글로벌(SAG)은 지난해 12억 달러(약 1조6000억원) 규모였던 전 세계 스마트 글래스 시장 규모가 올해 56억 달러로 네 배 이상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메타는 이 스마트 글래스 시장의 점유율을 80% 이상 확보하고 있다. 주력 모델인 레이밴 메타는 한 번 배터리를 충전하면 최대 8시간 사용이 가능하고, 1200만 화소의 초광각 카메라, 오픈 이어 오디오 기능 등을 갖췄다. AI는 주기적으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최신 버전을 쓸 수 있다. 안경을 쓰고 ‘헤이, 메타’라고 말한 뒤 시야에 보이는 장면을 바탕으로 음성 대화를 주고받는 구조다. 단, 렌즈에 정보를 띄우는 디스플레이형 증강현실(AR) 글래스는 아니다.

거울 앞에서 스마트글래스로 찍은 셀카다. 스마트폰을 꺼낼 필요 없이 ″헤이 메타, 사진 찍어줘″라고 말하면 된다. 야외에서는 렌즈가 변색된다. 홍상지 기자


주변 소음이 아주 크지 않는 한 속삭이듯 말해도 안경은 바로 사용자의 말을 인식했다. 불법 촬영 등을 방지하기 위해 촬영을 할 때면 안경테 한쪽 끝에 불이 들어왔다. 스마트폰과 연동시켜 놓으니 전화나 문자 등 간단한 용무는 안경 하나로 해결할 수 있었다. 전화가 오면 안경테를 터치해 받고, “A에게 전화해줘”라고 요청해 전화를 걸기도 했다. 음질은 주변 소음이 차단된 채 꽤 선명하게 전해졌다. 문자가 오면 안경에서 누구한테, 어떤 내용의 메시지가 왔는지 알림이 왔다. “‘네, 알겠습니다’라고 답장 보내줘”라고 말하니 스마트폰 터치 한 번 없이 문자가 발송됐다.

업무 특성상 외신을 자주 읽다 보니, 메타에 “지금 보고 있는 기사를 한글로 요약해줘” 류의 부탁도 많이 했다. 눈 앞에 있는 영어 문장들을 하나 하나 읽고 번역해 달라고 하자 거의 모든 문장을 잘 번역했다. 이밖에도 지금 먹고 있는 음식의 칼로리와 영양 성분, 갑자기 생각나지 않는 단어의 의미, 책 내용 요약 등 궁금한 게 생기면 ‘헤이, 메타’를 수시로 불러 물었다. 물론 그 답이 늘 정확하지는 않았고, 가끔은 엉뚱한 소리를 내뱉기도 했다. 조금 어설프지만 그래도 나름 성실한 비서였다.

최근 국내 토익(TOEIC) 시험 현장에서 스마트 글래스를 이용한 부정행위가 처음 적발되는 일이 있었다. 기자가 착용한 모델은 디스플레이가 제공되지 않아 커닝은 불가능해 보였지만, 토익 문제를 주고 답을 맞춰보라고 하니 영어 지문 해석과 정답지 선택을 무리 없이 해냈다. 다만 수능 수학 문제를 풀 때는 엉뚱한 숫자와 기호를 읽으며 심하게 버벅였다.

눈 앞에 있는 외신 보도도 메타 레이밴이 읽고 한글로 번역해준다. 홍상지 기자


메타는 지난달 레이밴 시리즈보다 저렴한 버전의 새 스마트 글래스인 ‘메타 글래스’도 공개했다. 시작 가격이 299달러(약 46만원)로 레이밴 메타 2세대(379 달러)등 기존 제품보다 가격을 낮춰 접근성을 높였다. 구글과 삼성도 올 가을 젠틀몬스터 등의 아이웨어 브랜드와 협업한 스마트 글래스를 출시할 예정. 향후에는 렌즈에 디스플레이까지 탑재한 고사양 스마트 글래스까지 경쟁에 불이 붙을 전망이다.

관건은 얼리어답터를 넘어 대중에게도 ‘이걸 왜 써야 하는가’ 설득할 수 있느냐다. 투박한 뿔테 디자인과 많이 가벼워졌지만(약 50g) 편치 않은 착용감은 이 안경을 꼭 써야 할 이유를 자꾸 흐려지게 만들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스마트 글래스가 제 2의 스마트폰이 되려면“최대한 거슬리지 않으면서 세련된 모습을 유지하는 동시에 기능은 빠르게 발전시켜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고 말했다.

■ 더중앙플러스 : 팩플

「 더 자세한 기사 내용이 궁금하시다면 주소창에 링크를 붙여넣으세요.

변기 물소리까지 기록하겠네…‘AI 목걸이 비서’ 직접 써보니
스마트 안경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메타는 최근 AI 팬던트를 만드는 스타트업 ‘리미트리스 AI’를 인수하며 AI 웨어러블 시장에 공격적으로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착용한 순간부터 사용자의 모든 걸 기록하는 AI 팬던트, 직접 써봤다. IT 하드웨어 왕좌를 굳건히 지켜온 스마트폰 자리를 호시탐탐 노리는 AI 웨어러블 시장. 왕좌의 주인은 바뀌게 될까. 아니면 스마트폰 중심 하드웨어 생태계는 더 공고해질까. 하나하나 따져봤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61498

“당장 투자해라, 1년후 10배!” 젠슨황 만찬, K스타트업 명단 [K-AI 리더 연구 ②]
지난 6월 8일 저녁 서울 신라호텔.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대기업부터 스타트업, 서울대·KAIST 등 학계, 정부, 벤처캐피털(VC)까지 한국 AI 생태계를 대표하는 200여 명의 리더가 모인 자리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한 첫 마디. “지금 이 자리에 있는 스타트업들에 당장 투자하세요!” 팩플이 이날 황 CEO의 만찬에 초대받은 K-AI 스타트업 50여곳을 조사해, 황 CEO가 발견한 K-AI 시장의 가능성은 무엇이고, 다음 전쟁터는 어디일지 분석했다. 참석자들이 직접 전한 비공개 만찬장에서의 발언을 통해 반도체 패권을 틀어쥔 삼성전자·SK하이닉스 이후 글로벌 AI 판도를 뒤집을 K-AI 리더는 누구일지 샅샅이 파헤쳤다. 비공개 만찬 현장에서 그 단서를 찾아보자.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436879

홍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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