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팬 사랑 처음”…한화의 ‘왕서방’ 왕옌청, 식당서 함박웃음 지은 사연

배영은 2026. 7. 2.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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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출신 왕옌청은 뛰어난 활약을 펼쳐 한화 팬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고 있다. 그의 목표는 한국시리즈 우승이다. [사진 한화 이글스]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 투수 왕옌청(사진)은 지금 KBO리그에서 유일한 대만 국적 선수다. 지난해까지 일본프로야구(NPB) 라쿠텐 골든이글스 2군에서 뛰다 올 시즌 처음 시행된 아시아쿼터 1호 선수로 한국에 왔다. 올해 그의 연봉은 단 10만 달러(약 1억5500만원). 그러나 마운드에서의 존재감은 몸값을 뛰어넘고도 남는다.

왕옌청은 올 시즌 16경기에서 80과 3분의 1이닝을 소화하면서 6승 3패, 평균자책점 3.59, 탈삼진 68개를 기록하고 있다. 투구 이닝, 승리, 평균자책점, 탈삼진 모두 류현진에 이은 팀 내 2위다. 외국인 원투펀치 오웬 화이트와 윌켈 에르난데스가 부상과 부진으로 부침을 겪는 사이, 왕옌청은 류현진과 함께 흔들림 없이 선발 로테이션을 지켰다. 한화 팬들은 언젠가부터 그를 ‘왕 서방’이라 부르며 무척 아낀다. 왕옌청은 “처음에 그 별명을 들었을 때는 그저 재미있었다. 그런데 계속 듣다 보니 그 안에 (나를 가족처럼 여기는) 따뜻함이 들어있다는 걸 느꼈다”며 “그런 마음으로 나를 대해줘서 정말 고맙다”고 했다.

지난 5월 29일 데뷔 후 처음으로 두 자릿수 홈런을 친 동료 허인서에게 물을 뿌리며 즐겁게 축하하는 왕옌청. 사진 한화 이글스

대만은 한국 야구의 ‘난적’이다. 프로야구 리그는 KBO리그보다 한 수 아래인데, 최정예 멤버가 모인 국가대항전에서는 종종 한국 대표팀에 뼈아픈 일격을 가했다. 한국 야구에 동경과 라이벌 의식을 동시에 느끼는 대만 야구팬에게 ‘KBO리그 선수’ 왕옌청은 특별한 존재다. 시즌 초 대만 언론에 ‘대만 왕자’ 왕옌청의 활약상이 연일 집중적으로 소개됐고, 대만중앙통신 등의 서울 특파원이 그를 인터뷰하러 대전을 방문하기도 했다. 지난달 23일부터는 대만의 국제 스포츠 스트리밍 서비스 ‘DAZN’이 한화 경기를 매일 생중계하고 있다. 박찬호와 류현진의 소속팀이었던 LA 다저스가 한국에서 ‘국민 메이저리그 팀’으로 사랑받았듯, 한화도 대만에서 가장 주목받는 KBO리그 팀으로 부상한 모양새다.

왕옌청은 정작 이런 비교에 민망해하며 손사래를 쳤다. 그러나 “선수마다 다른 응원가나 팬들의 열정적인 응원 구호 등은 세계 어디서도 질 수 없는, 한국 야구만의 특별한 문화다. 대만 사람들이 그런 장면을 더 많이 볼 수 있다면 의미 있는 것 같다”고 뿌듯해했다. 상대적으로 관중석이 조용한 일본에서 7년을 뛰다 왔지만, “처음엔 응원 소리가 너무 커서 마운드 위에서도 신경이 좀 쓰였는데, 지금은 (적응이 끝나) 어렵지 않다”고 귀띔했다.

왕옌청은 최근 한국 팬들의 남다른 사랑도 실감했다. 서울 원정 때 한 식당을 찾았다가 한 무더기의 팬을 만나 사진도 찍고 사인도 해줬는데, 나중에 그들이 왕옌청 일행의 식사비를 모두 결제하고 떠났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왕옌청은 “팬분들이 밥값을 내주시는 건 생전 처음 경험하는 일”이라며 “일본에서 뛸 때도 가끔 팬들의 선물을 받아봤지만, 한국에서 처음 1군 생활을 해보니 이런 일을 다 겪어본다. 대전의 단골 라멘집에서도 항상 서비스를 듬뿍 주셔서 감사했다”고 쑥스럽게 웃었다.

투구하는 왕옌청. 사진 한화 이글스

대만에서 온 ‘왕 서방’은 일단 성공적으로 KBO리그 첫 시즌 반환점을 돌았다. 지난 3월 29일 프로 1군 첫 승리를 거둔 뒤 뜨거운 눈물을 쏟은 게 엊그제 같은데, 3개월 여만에 팀에서 없어선 안 될 존재가 됐다. 김도영(KIA 타이거즈)을 가장 인상적인 타자로 꼽은 그는 “한국 생활에 무척 만족한다. 지금은 훈련량이나 방식 등에서 내게 맞는 방향을 찾아가는 과정”이라며 “이곳에서 뛰는 동안, 꼭 한국시리즈 경기에 등판하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배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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