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팀 감독들 속 긁은 하이드레이션 브레이크, 왜 그랬을까

장혜수 2026. 7. 2. 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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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과 파라과이의 북중미월드컵 32강전에서 전광판에 하이드레이션 브레이크를 알리는 광고 영상이 표시되고 있다. AFP=연합뉴스


2026년 북중미월드컵이 조별리그를 마치고 32강 토너먼트에 돌입했다. 이번 대회에서 가장 눈에 띄는 특징 중을 꼽으라면 전·후반 22분쯤 주어지는 하이드레이션 브레이크(수분 보충 휴식 시간)다. 과거 축구가 하프타임을 전후로 45분간씩 끊임없이 지속하는 종목이었다면 이제는 사실상 22분씩 쪼개진 4쿼터제 종목이라 할 만하다. 3분 남짓 휴식이 전술 재정비를 위한 작전 타임 역할을 하면서 그 전후로 경기 주도권이 바뀌는 모습이 통계 등에서 확인됐다. 휴식이 경기 주도권의 전환점이 된 것이다.

벨기에와 이란의 조별리그 G조 경기 하이드레이션 브레이크를 통해 루디 가르시아 벨기에 감독이 로멜로 루카쿠에게 전술을 지시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스포츠 통계 및 데이터 분석 매체 드립랩은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초반 28경기의 데이터를 전수 조사한 결과를 최근 발표했다. 이들 경기에서 실시된 56차례의 하이드레이션 브레이크 전후로 경기 주도권 변화를 분석했는데, 휴식 전후로 10분간씩의 주도권 관련 지표가 달라진 사실을 확인했다. 요컨대 휴식 전 10분간 기대 득점(xG, 슈팅이 골로 연결될 확률을 수치화한 지표), 공 점유율, 패스 성공률 등 주요 지표가 휴식 후 10분간 바뀐 경우가 56차례 휴식 중 44차례인 78.6%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반 중반 주도권을 잡은 팀이 전반 종료 시점까지 흐름을 유지하는 평균 비율이 72%였던 과거와 정반대 현상이 나타났다. 휴식이 밀리던 팀에게는 인공호흡기를 달아줬다면 몰아치던 팀에게는 찬물을 끼얹은 셈이다.

스포츠 통계 및 데이터 분석 업체 옵타가 분석한 조별리그 F조 2차전 네덜란드-스웨덴전. 하이드레이션 브레이크 전후로 주도권 흐름 변화를 보여준다. 사진 옵타


조별리그에 대한 스포츠 통계 및 데이터 분석 업체 옵타의 분석은 더 구체적이다. 네덜란드가 스웨덴을 5-1로 이긴 F조 2차전 당시 전반전 하이드레이션 브레이크 전까지는 네덜란드가 슈팅 수에서 스웨덴에 앞섰고, xG도 네덜란드가 1.34, 스웨덴이 0.03이었다. 휴식 직후 스웨덴은 수비를 파이브(5) 백에서 포(4)백으로 바꿨고, 이후 전반 종료까지 슈팅 수가 역전됐다. xG도 스웨덴이 0.44로 0.03의 네덜란드를 앞질렀다. 독일은 F조 1차전에서 전반 하이드레이션 브레이크 전까지 퀴라소와 1-1로 맞선 채 고전했다. 휴식 때 상대 공략법을 전달받은 독일은 이후 골을 몰아쳐 7-1로 이겼다. B조 2차전에서도 스위스가 후반 하이드레이션 브레이크 전까지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와 0-0으로 맞서다가 휴식 후 골을 몰아쳐 4-1로 승리했다.

미국과 호주의 북중미월드컵 조별리그 D조 경기 도중 하이드레이션 브레이크를 통해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미국 감독이 선수들에게 작전을 지시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주도권을 잡고 가다가 하이드레이션 브레이크로 흐름이 끊겨 어려움을 겪은 사령탑의 불만도 없지는 않다. D조 2차전에서 호주를 2-0으로 이긴 뒤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미국 감독은 “(하이드레이션 브레이크는) 잘 흘러가던 우리 팀 에너지를 바닥으로 떨어뜨린 불공정한 규정”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토마스 투헬 잉글랜드 감독, 디디에 데샹 프랑스 감독 등 주로 강팀 사령탑이 흐름이 끊기는 문제를 제기했다.

체코와 남아공의 북중미월드컵 조별리그 3차전 하이드레이션 브레이크 때 심판진도 수분을 보충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하이드레이션 브레이크 영향력은 단판 승부인 32강 토너먼트 이후 더 커질 전망이다. 우선 상대적 약팀이 초반 22분간 버티기 전략을 극대화할 가능성이 크다. 수비라인을 내려 강팀의 파상 공세를 막아 낸 뒤 휴식 이후 맞춤형 역습에 나설 수 있다. 사실상 작전 시간이 늘어난 만큼 벤치의 지략 대결이 더 중요해진다. 토너먼트에서는 분위기를 바꿀 선수 교체 타이밍이 중요하다. 특히 후반 하이드레이션 브레이크는 스피드가 좋은 조커를 투입하는 중요한 시점이 될 수 있다. 심리적 압박감도 변수가 될 수 있다. 선제골을 넣지 못한 채 하이드레이션 브레이크에 들어갈 경우 강팀은 초조해지는 반면, 잘 막아낸 약팀은 사기가 오를 수 있다.

장혜수 스포츠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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