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계 남성이냐 여성 일왕이냐…日 보수지 충돌 2차전

유성운 2026. 7. 1.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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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아이코 공주가 4월 17일 금요일 도쿄 아카사카 궁 정원에서 부모가 주최한 봄철 왕실 원유회 도중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 일본 메달리스트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AP=연합뉴스

“일반인으로 태어나 자란 구(舊) 궁가의 남성과 일반 여성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이 황위계승 자격을 갖는다면, 많은 국민이 납득할 수 있을까.”(요미우리신문)
“장차 즉위하실 히사히토(悠仁) 친왕을 뒷받침하고, 남계(부계) 계승이라는 최중요 원칙을 견지하면서 황통을 지키는 것으로 매우 중요하다.”(산케이신문)

방계 남성이냐, 직계 혈연이냐.
일본 정부가 왕실전범 개정안을 이달 국회에서 처리할 예정인 가운데 보수 성향의 양대 신문 요미우리와 산케이가 일왕 계승 자격을 놓고 또 다시 맞붙었다.

1일 정반대 논조의 사설을 실으며 양측의 입장을 반박하고 나선 것이다. 왕실전범 개정으로 양측이 부딪힌 것은 지난해 5월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앞서 일본 정부는 지난달 30일 왕실전범 개정안을 각의 결정해 국회에 제출했다. 골자는 ①구 궁가(옛 왕실) 출신 남성을 왕족 양자로 들이는 방안 ②결혼한 여성 왕족의 신분 유지 두 가지다.

여기서 논란이 된 것은 그간 공식 논의되지 않았던 대목이 끼어들었다는 점이다. 개정안에는 옛 왕가 출신을 양자로 들이되, 양자 본인이 아닌 아들에게는 계승 자격을 부여하는 규정이 새로 포함됐다.

일본 아키시노노미야 히사히토 친왕(오른쪽)과 가코 공주(왼쪽)가 1월 2일 도쿄 왕궁에서 열린 신년 일반 참하 행사 도중 발코니에서 축하객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교도=연합뉴스

그러자 1일 요미우리는 ‘왕실전범 개정안 구 궁가로 왕통이 옮겨갈 우려도’라는 제목을 통해 “왕족 확보 대책을 왕위 계승 안정화 문제로 슬쩍 바꿔치기하듯, 구 궁가의 남계남자에 의한 왕위계승에 길을 열었다”며 “갑작스러운 결정이며, 중대한 사태를 초래할 것”이라고 정부를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대로면 왕통이 600년 전 무로마치 시대에 갈라진 옛 왕가 계통으로 넘어간다”며 정통성 문제도 짚었다.

현재 구 궁가로 분류되는 11개 가문은 과거 14세기 스코(崇光) 일왕 계열이며, 현 왕실은 동생인 고코곤(後光厳) 일왕 계열에 속한다.

반면 산케이는 “개정 내용은 결코 기습이 아니며 처음 듣는 이야기도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또, “남계(부계) 계승이라는 가장 중요한 원칙을 지키면서 왕통을 지키는 방안”이라며 옛 왕가 출신 남성이 왕위를 잇는 데 힘을 실었다.

두 신문은 지난해 5월에도 같은 문제로 맞붙었다. 당시 요미우리가 “국민 여론과 시대 흐름에 맞춰 여계 일왕 가능성도 배제해서는 안 된다”는 제언을 사설로 내자, 산케이는 논설위원장 명의 사설에서 “요미우리의 제언처럼 분열을 부르는 ‘여계 계승’은 금기”라며 이례적으로 요미우리를 실명 거론해 반박했다.

이어 산케이는 “여계 계승을 인정하면 아무리 일왕 칭호를 써도 정통성 없는 별개 왕조가 되며, 일본에 분열이 생긴다”며 “요미우리가 (왕실을) 일반 국민처럼 간주한다면 난폭한 일”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박경민 기자

보수 진영의 두 매체가 충돌한 데는 현재 일본 왕실의 미묘한 입장이 있다.

나루히토(徳仁) 일왕은 외동딸 아이코(愛子)만 두고 있다. 현재 왕실전범에서는 남성에 의한 계승을 원칙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차기 왕위는 나루히토의 조카 히사히토(悠仁)가 계승할 것이 유력시 되고 있다.

하지만, 만약 히사히토도 아들을 두지 못할 경우엔 왕실의 대가 끊어지게 된다. 여기서 일본 보수층의 의견이 갈라지고 있다.

요미우리 등은 여성 일왕 또는 여계(女系)를 통한 왕위 계승을 인정하자는 입장이다. 이럴 경우 아이코 또는 아이코의 자녀도 왕위를 이을 수 있는 길이 열린다.

구 궁가에서 들이는 양자는 국가 홍보 등 현재 왕실이 하고 있는 업무의 부담을 분담하는 정도에 그쳐야 한다는 것이다.

나루히토 일왕(왼쪽에서 세 번째)과 마사코 왕비(가운데), 딸 아이코 공주(오른쪽에서 세 번째)가 후미히토 왕세제(왼쪽에서 두 번째), 기코 왕세제비(왼쪽), 그리고 이들의 차녀 가코 공주(오른쪽에서 두 번째)과 아들 히사히토 친왕(오른쪽)과 함께, 2월 23일 도쿄 왕궁에서 열린 일왕 66세 생일 축하행사 도중 방문객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지지통신=연합뉴스

반면, 산케이 등은 왕위는 오로지 남성만 이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러한 기준으로는 현 일왕의 딸인 아키코는 물론 아키코의 자녀도 왕위 계승 자격을 가질 수 없다.

따라서 만약을 대비해 옛 왕실 출신 남성을 양자로 들이고, 양자의 아들부터는 왕위 계승권을 부여하자는 게 산케이 측의 주장이다.

정부는 개정안을 이달 국회에서 통과시키겠다는 입장이지만, 각종 여론조사에서 여성 일왕을 인정해야 한다는 여론이 우호적인 것으로 나타나는만큼 처리하더라도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야당인 입헌민주당의 미즈오카 슌이치 대표도 30일 정부 개정안을 “기습 작전”이라고 비판했다.

도쿄=유성운 특파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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