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스타그램] 사람의 시간과 철골 생명체
여러 해 만에 서울 도심에서 열린 국군의날 기념 퍼레이드에서 '스키부대'가 광화문 네거리를 지나갔다. 건너편에는 호텔을 짓고 있었고, 타워크레인 하나가 우뚝 서서 그 장면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이듬해 늦은 겨울, 서울 아현고가 철거를 앞두고 마지막으로 고가를 걸어 볼 수 있게 개방했다. 함박눈이 내렸고 사람들은 눈송이 같은 웃음을 지으며 고가를 걸어갔다. 멀리 아파트 신축 공사장에 타워크레인 여러 대가 죽순처럼 솟아 있었고, 고가 옆 아현동은 재개발을 위한 철거가 한창이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사람이 살아가고 바라보는 풍경 속 어딘가에 타워크레인은 존재한다.


사람은 앉거나 쉬거나 눕거나 돈을 벌기 위해 집이 필요하고, 자본주의 사회의 여러 목적이 만나 건물을 짓는다. 지구상에 없던 새 건물이 만들어지는 동안 그 구조물들은 어김없이 나타나고 건물이 제 모습을 갖추면 사라졌다. 사라졌으나 사라지지 않고 시야 어딘가에는 어김없이 그것들이 옮겨 자리 잡고 있다. 이제 그것들은 우리 곁을 한시도 떠나지 않는다. 철골로 만들고 증식하는 생명체 같다.


타워크레인은 마천루와 대규모 주거지 개발, 토목 공사 등 현대 인프라 구축의 핵심이자 상징이기도 하다. 상징으로 보자면 그것들은 권력이고 욕망이고 자본주의고 많은 이들에게 절실한 생계다. 공사의 규모에 따라 한두 대만 있기도 하고 수십 대가 숲을 이루기도 한다. 현재 대한민국에 등록되어 가동 중인 타워크레인은 5천 대가 넘는다.


눈이 오거나 비가 오거나 바람이 불거나, 밤이나 낮이나 그것들은 우리 곁에서 살아간다. 사람이 살고자 하는 곳에 그들이 살고, 사람은 그 아래 산다. 그 아래에서 늘 어떤 일은 일어나고 어떤 날은 전혀 일어날 것 같지 않은 일도 일어난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날도 사람들은 그 아래에서 살아가므로 실제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날은 없다. 지난 5월 말 타워크레인 조종사 노조원들의 파업은 나흘 만에 끝났다.


허영한 사진팀장 youngh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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