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Next]위메이드, 중국 품으로…커지는 K게임 위기감

노경조 2026. 7. 1.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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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관호 의장 지분 전량 중국에 매각
9200억 규모…'미르' IP 가치 주목
정부 지원 부재…K게임 경쟁력 우려

국내 1세대 게임 개발사 위메이드가 중국 자본에 넘어간다. 인수 주체는 투자 플랫폼 네오펄스로, 알리바바와 긴밀한 관계의 쉔송 인베스트먼트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중국 자본의 입김이 세질수록 국내 게임산업 경쟁력이 약화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IP는 물론 개발·운영 노하우까지 국외 자본에 빼앗기는 구조 속에서 독자 생존이 어렵다고 보는 것이다.

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위메이드 창업자인 박관호 이사회 의장은 보유 지분 전량(1335만738주·지분율 39.33%)을 9200억원에 매각하기로 했다. 위메이드는 액토즈소프트에서 '미르의 전설' 개발 팀장을 지냈던 박 의장이 2000년 독립해 설립한 기업이다. 주당 매각가는 약 6만8910원으로, 위메이드의 대표 지식재산권(IP)인 '미르의 전설' 현금 창출력과 인공지능(AI)을 접목한 신작 개발 잠재력에 경영권 프리미엄이 더해진 가격이다.

박 의장은 임직원들에게 보낸 서신에서 "한국 시장만으로 회사의 미래를 그리던 시대는 지났다"며 "미르 IP는 중국에서 거대한 가치를 만들어내고 있고, 동시에 북미와 유럽이라는 또 하나의 큰 시장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이 두 축을 온전히 우리의 성장으로 전환하기 위한 파트너와 자원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국내 게임업계는 박 의장의 지분 매각이 게임산업 발전 관점에서 손실이라고 평가한다. '미르의 전설'은 중국 내 '열혈전기'라는 이름으로 유통되면서 연간 4조원에 이르는 수익을 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로열티 수익 미지급에 따른 법적 분쟁이 있었지만, 지난해 말 대법원 판결로 분배 비율이 위메이드 80%, 액토즈소프트 20%로 최종 확정돼 정산을 완료했다. 올해 초 중국 게임사 킹넷에서도 430억원 규모의 화해금을 받았다. 중국에서의 수익을 합법적으로 거둬들이는 시스템을 구축한 뒤 들려온 매각 소식인 만큼 시장의 아쉬움은 클 수밖에 없다.

위메이드가 공들여온 블록체인 및 P2E 사업은 축소될 가능성이 크다. 중국 정부가 가상자산 거래·채굴 등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알리바바도 눈치를 봐야 하는 입장인 만큼 위메이드를 '미르의 전설' IP 관리, AI 게임 개발사로 둘 확률이 높다. 혹은 블록체인 기술만 남겨 중국 정부가 허용하는 '연맹형 블록체인' 형태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다. 연맹형 블록체인은 사전에 허가받은 기관들만 노드(서버)로 참여해 네트워크를 운영하는 블록체인을 말한다. 실제 위메이드는 이 같은 규제를 파악하고 '미르4', '미르M' 중국 버전에 위믹스 코인을 연동하는 블록체인 시스템을 빼고 출시했다.

국내 주요 상장 게임사의 경영권이 중국계 자본으로 넘어간 것이 처음은 아니다. 액토즈소프트는 역시 토종 게임사였으나 2004년 중국 샨다게임즈(현 셩취게임즈)에 팔렸다. 또 텐센트는 국내 게임사들의 주요 주주로서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시프트업 34.48%, 크래프톤 15.02%, 넷마블 17.52%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게임업계에서는 정부의 지원 부재가 영향을 미쳤다고 지적했다. 게임을 국가전략산업으로 육성하겠다며 수장들을 한데 모으고, 해외 순방에도 동행시켰으나 업계에서 요구하는 제작비 세액공제, 주 52시간 근무제 탄력 운영 등의 규제는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다. 한 게임사 관계자는 "1세대 창업주로서 모바일 게임 태동기였던 2000년부터 일궈온 회사를 내려놓기까지 많은 고민이 있었을 것"이라며 "생존이 여의찮은 국내 게임 업계 상황을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하다"고 전했다.

노경조 기자 felizk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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