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을 부탁드립니다" 李대통령에 고개 숙인 삼성 부회장[Why&Next]

강희종 2026. 7. 1.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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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현 삼성전자 부회장, 서남권 425조 투자계획
李 대통령에 신규 대형원전·PPA 등 정책 지원 요청
원자력 PPA 허용 시 무탄소 전원 수요 대응 가능해져
급등한 산업용 전기요금 부담 완화에도 도움
정부, 12차 전기본에 신규 대형원전 포함할 듯
전영현 삼성전자 부회장이 30일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서남권 첨단산업 발전비전 국민보고회에서 투자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영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겸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부회장)이 425조원 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하며 이재명 대통령 앞에서 고개를 숙였다. 지난달 30일 광주에서 열린 서남권 첨단산업 발전 비전 국민보고회에서다. 국내 최대 기업 대표가 대통령 앞에서 깊이 고개를 숙인 이유는 전력 확보 때문이었다.

전 부회장은 "전날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발표한 대로 전력의 안정적인 공급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보완할 원전 확대 및 전력구매계약(PPA)을 적극 추진해주시고 액화천연가스(LNG) 열복합발전도 반드시 추진될 수 있도록 다시 한번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425조원 투자를 내놓는 자리에서 정작 힘주어 강조된 것은 투자 규모가 아니라 전력 확보였다.

정부는 호남의 풍부한 재생에너지를 이번 반도체 프로젝트의 강점으로 내세웠지만 전문가들은 반도체 공장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원전과 LNG 발전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태양광과 풍력은 날씨와 시간에 따라 발전량이 들쭉날쭉해 24시간 무정지로 돌아가야 하는 반도체 공정을 뒷받침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전 부회장의 이날 발표 역시 이런 전력 우려에 따라 수백조 원 투자를 위한 선결 과제를 제시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 대통령은 "전 부회장이 정부의 약속을 받고 싶어 확인 사살을 했다"고 말해 이날 발표가 사전 교감된 것임을 시사했다.

전 부회장이 던진 제언 중에서도 특히 눈길을 끄는 대목은 신규 원전 건설과 PPA다. PPA는 기업이 발전소와 미리 정한 가격과 기간으로 전기를 구매하는 계약을 의미한다.

국내 전기사업법에 따르면 수요자는 반드시 전력거래소를 통해 전기를 구매해야 한다. 다만 태양광·풍력·수력·지열·바이오 등 신재생에너지는 직접 발전사업자로부터 전력을 구매할 수 있다.

재계는 그동안 원전에 대해서도 이 예외를 허용해달라고 요구해왔지만 정부는 뚜렷한 답을 내놓지 않은 채 시간을 끌어왔다. 원전은 24시간 안정적으로 무탄소 전기를 공급할 수 있어 전 세계적인 무탄소 전력 사용 요구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수단으로 떠오르고 있다.

원자력 PPA를 활용하면 최근 산업용 전력 요금 급등에 대한 부담도 완화할 수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2022년부터 2024년까지 산업용 전기요금 평균 단가는 75.8% 상승했다. 2025년 기준 한국전력이 구매하는 원자력 전기의 정산단가는 ㎾h당 79원으로 석탄 140원, LNG 158원, 풍력 110원, 태양광 118원에 비해 현저히 낮다.

한국경제인협회는 지난해 7월 보고서에서 "에너지 소비가 많은 철강, 석유화학, 반도체, 데이터센터 등 4대 산업을 중심으로 무탄소 전력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며 "현재 가동 중인 원전을 PPA에 포함하면 무탄소 전력 초과 수요를 해소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기업의 요구에 부응해 정부는 우선 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추가 원전 건설 등을 포함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올해 예정된 이 계획에 원전을 추가하겠다는 방침을 이미 밝힌 상태다.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은 지난달 29일 "12차 전기본에 원전이 포함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다만 PPA 허용 여부는 여전히 결론이 나지 않은 상태여서 재계의 실질적인 요구는 아직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는 셈이다.

한국원자력연구원에 따르면 미국, 유럽 등 주요국들은 기존 원전의 계속 운전과 원전의 조기 폐쇄를 방지하기 위해 원전 PPA를 적극 도입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2020년대 들어 데이터센터와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 중심으로 전력 수요가 폭등하면서 민간 차원에서 원전 PPA 활용이 크게 증가하는 추세다.

한편 삼성은 이날 무탄소발전 3조원, 에너지 공조기기 4000억원, 원전 기반 수소생산 2000억원, 그린수소 생산기술 실증 1700억원 등 3조7700억원 투자계획도 밝혔다. 송전망 구축, 신규 원전 및 소형모듈원자로(SMR) 검토, 원전수소 활성화 기반 마련 등 정책 제언도 내놓았다.

강희종 에너지 스페셜리스트 mindl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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