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이 정도면 답안지 유출 수준"…규제 뜨자 다산별내·안양만안 호가 5000만원 뛰었다
은행창구 대출한도 문의 빗발쳐
매수자는 대출규제에 미리 포기
정부가 신규 규제지역을 발표한 지난달 30일 경기 구리시 장자호수공원역 인근 중개업소. 중개사 서너 명이 모여 출력한 자료를 펴놓고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에 따른 계약서 작성 실무를 다시 공부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은행 대출 창구 역시 규제지역 지정 이후 대출 한도를 묻는 중개업소 전화가 쏟아지며 마비 상태가 됐다. 정작 매수자들 문의는 뚝 끊겼다. 올해 12월 결혼을 앞두고 집을 알아보던 한 예비 신혼부부는 이날 아침 규제 발표 직후 중개업소에 연락을 끊었다.
이 지역 중개업소 대표는 "오늘 문의 전화가 한 통도 안 왔다"며 "대출이 막힐까 봐 스스로 포기하는 것"이라고 했다. 구리역 인근 중개업소 대표는 "예상보다 빨리 발표가 났다"며 "오늘까지 팔지 못하면 양도세가 중과돼 매물을 거둬들이겠다는 집주인들이 많다"고 했다. 동탄에서도 매수세가 끊겼다. 동탄역우남퍼스트빌 인근 중개업소 대표는 "한 달 전부터 규제 소문이 돌아 매수세는 진작 끊겼고, 막차로 전세 끼고 사려는 문의만 간간이 온다"고 했다.

반면 구리시에서 차로 10~20분 거리에 있는 남양주시 별내·다산신도시는 정반대 상황이 연출됐다. 규제 발표 직후 전용 84㎡ 매물 호가가 5000만원 급등하고 매물을 거둬들이는 등 풍선효과 조짐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남양주시는 올해 아파트값이 2.95% 오른 지역이다.
다산동 다산e편한세상자이 인근 중개업소 대표는 "당장은 '눈치보기' 분위기지만 집주인들이 호가를 많이 올리고 있다"며 "오늘도 3000만원에서 5000만원씩 올렸고 전용 84㎡ 집주인 두 명은 물건을 거뒀다"고 했다. 풍선효과로 집값이 더 오를 것을 기대한 집주인들이 현재 가격에는 팔지 않고 매도를 보류하는 전형적인 '매물 잠김' 현상이다. 다산신도시 또 다른 중개업소 관계자는 "상승분이 이미 반영돼 지금은 물건이 많이 빠졌다"며 "규제를 과감하게 일찍 해야 하는데 뒤늦은 감이 있다"고 했다.
또 다른 비규제 지역인 안양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벌어졌다. 래미안안양메가트리아 인근 중개업소 대표는 "정부 대책이 발표되자마자 전용 84㎡ 매물 가격을 5000만원 올린 집주인이 있었다"며 "작년 10·15 대책 때 만안구가 규제에서 제외됐던 걸 이미 겪어본 학습효과가 있다 보니 이번에도 주말이면 사람이 더 몰릴 것"이라고 했다. 안양시 만안구는 올해 들어 아파트값이 4% 가까이 올랐다.

비규제지역 대장 아파트는 연일 신고가를 경신하며 호가가 치솟고 있다. 다산e편한세상자이 전용 84㎡는 지난 5일 10억9500만원(8층)에 거래되며 역대 최고가를 찍었다. 동일 평형 같은 층이 지난 3월28일 9억5000만원에 손바뀜한 것과 비교하면 불과 2개월 새 1억원 이상 급등했다. 지난 13일에는 59㎡가 9억2000만원에 거래되며 최고가를 기록했다. 현재 84㎡ 매물 호가는 11억5000만원 선까지 올랐다.
별내신도시 12년 차 단지인 별내아이파크2차 84㎡ 역시 지난 15일 8억3000만원(19층)에 거래되며 최근 1년 내 최고가를 새로 썼다. 매도 호가는 최고 9억원에 형성돼 있다.
안양시 만안구 래미안안양메가트리아 84㎡는 지난해 말까지 8억~9억원대에 머물다 지난 20일 11억1700만원(11층)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지난 1월 동일 층 거래가(10억3500만원) 대비 8000만원가량 뛴 금액이다. 현재 84㎡ 호가는 12억5000만원에 달한다. 59㎡의 경우 지난 14일 9억4500만원에 역대 최고가로 거래됐다.

정부가 일부 지역을 새로 묶자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에서는 벌써 다음 풍선효과 지역을 점치는 글이 잇따랐다. 안양 만안구와 부천, 군포 산본, 남양주 다산·별내, 안산, 평택 고덕·지제 등이 후보지로 올랐다. 특히 거듭 규제를 비껴간 만안구를 두고는 "이번에도 살아남았다"는 반응이 나왔다. 비규제지역으로 매수세가 쏠리는 것을 당연한 수순으로 여기는 분위기다.
현장에서는 이번 규제가 과거 정부 때 규제지역 확대 방식과 닮았다는 평가도 있다. 별내동 중개업소 대표는 "문재인 정부 당시 6개월 안팎으로 규제지역이 넓어졌고, 한 곳을 누르면 다른 곳이 뛰는 '두더지 잡기'가 반복됐다"며 "기출문제는 이미 다 나왔고 답도 정해져 있다"고 했다.
규제로 빚어진 집값 오름세가 집주인의 갈아타기까지 막는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집값이 올라도 집주인들이 마냥 웃지 못하는 이유다. 다산동 중개업소 대표는 "내 집값이 올라도, 옮겨가려던 상급지는 더 큰 폭으로 뛰어 갈아타기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며 "자산이 늘어 이사를 가는 게 아니라 도리어 제자리에 갇히게 되면서 집주인들 심리적 박탈감만 커졌다"고 했다.
최서윤 기자 sychoi@asiae.co.kr
심성아 기자 heart@asiae.co.kr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한국인들, 홍명보 괴롭히지 마라"…일본서 뜻밖의 동정론 터진 이유
- "1400만원 내고 드디어 만난 내 이상형, 고용된 배우였다"…결혼중개도 사기 논란의 중국
- "가까워서 자주 갔는데, '이것'도 오른다고?"…관광객 넘치자 대응 나선 日
- 절연한 장윤정 친모, 또 수천만원대 사기 의혹…"딸 언급하며 투자금 요구"
- '수원 마약 좀비' 영상 속 남성, 소변 정밀검사서도 마약 성분 '음성'
- "1등서 6등까지 싹쓸이"…23억 로또 당첨된 中 여성의 비결
- "매일이 지옥 같아" 27세 간호사 죽음으로 드러난 '태움'의 민낯
- "순식간에 5000만원 뛰었다"…삼전닉스 온다는 소식에 들썩이는 광주[부동산AtoZ]
- "초대 받을까봐 무섭다"…결혼식 한번 가는데 '64만원'이라는 '이 나라'
- 지고 있는 와중에 '수비수' 투입…당시 이강인 '입모양' 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