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 핑계로 D램 값 올려”… 메모리3사, 美서 집단소송 당해

양윤선 2026. 7. 1. 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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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가격 인상, 피해 사례로 제시
범용 D램 가격, 4년 간 약 805%↑
법원서 담합 행위 인정 가능성 낮아
AFP연합뉴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글로벌 메모리 3사가 미국에서 범용 D램 가격 담합 의혹으로 집단소송에 휘말렸다. 세 기업이 인공지능(AI) 시대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 급증을 명분으로 범용 D램 공급을 의도적으로 줄여 가격을 부풀렸다는 주장이다. AI 특수로 메모리 기업들이 사상 최대 호황을 누리는 상황에서 소비자는 스마트폰·PC 등 완제품 가격 인상 부담을 끌어안아야 한다는 불만이 법적 공방으로까지 이어지는 양상이다.

29일(현지시간) 미국 기술 전문 매체 WccF테크 등 외신에 따르면 현지 소비자 14명과 중소 PC 조립 및 유통업체 3곳이 캘리포니아 북부연방법원에 메모리 3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원고들은 이들 3사가 HBM 생산 확대를 이유로 2022년 이후 스마트폰·PC를 비롯한 전자제품에 사용되는 D램 생산을 인위적으로 줄여 가격을 담합했다고 주장했다. 그 결과 범용 D램 가격이 최근 4년간 약 700% 급등했다는 것이다.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용 범용 D램(DDR4 8Gb) 고정거래가격은 2022년 10월 2.21달러에서 지난달 20.00달러로 약 805% 증가했다.


원고들은 D램 가격 담합의 피해 예시로 최근 애플이 단행한 가격 인상을 제시했다. 애플은 지난 25일 맥북과 아이패드, 애플 TV, 비전 프로 등 주요 제품의 출고가를 15~30% 인상한 바 있다. 이외에도 닌텐도, 소니, 마이크로소프트(MS) 등이 판매하는 글로벌 3대 게임 콘솔 기기 역시 일제히 가격이 올랐다.

메모리 가격 상승세가 장기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잇따르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 제퍼리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이 이전 분기 대비 3분기에는 40~50%, 4분기에는 30~40% 추가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내년에도 올해보다 40~45% 올랐다가 신규 생산능력이 본격 확대되는 2028년에야 평균판매단가가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제퍼리스는 “메모리사와 글로벌 빅테크 간 장기공급계약(LTA) 비중이 70%까지 확대될 수 있다”며 “이 경우 PC와 노트북, 게임 콘솔, 스마트폰 등 소비자 제품에 들어가는 범용 메모리 공급 부족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SK하이닉스 전신)는 과거에도 D램 가격 담합 소송을 당한 적이 있다. 양사는 1999년부터 2002년까지 미국 시장에서 D램 가격을 담합한 혐의로 미 법무부로부터 각각 3억 달러(약 4600억원), 1억8500만 달러(약 2900억원)의 벌금을 부과받았다.

다만 이번 소송에서 담합 행위가 인정될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 나온다. 2018년 반도체 호황기 때도 메모리 3사를 상대로 유사한 소송이 제기됐지만 2020년 미국 지방법원에서 기각됐으며, 2022년 항소심도 “합법적이고 사전에 공모되지 않은 자유시장 경쟁의 결과로 보는 것이 더 타당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양윤선 기자 s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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