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감독이 그린 탈북 여성의 서울살이 ‘하나 코리아’

권남영 2026. 7. 1.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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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 방송·문화]
실화 바탕 쇨베르 연출…8일 개봉
‘봉준호 통역사’ 샤론 최, 각본 참여
“백인 감독과 지지고 볶으며 완성”
‘파친코’ 김민하가 주인공 혜선 역
영화 ‘하나 코리아’를 연출한 프레드릭 쇨베르 감독과 각본에 참여한 최성재(샤론 최) 작가. 트리플픽쳐스 제공


“나는 한 손에 내 목숨을 쥐고 여기까지 왔습니다.”

고향인 북한 양강도를 떠나 남한에 온 스물한 살 혜선(김민하)은 단단한 눈으로 의지를 말한다. 탈북민 정착지원 기관 ‘하나원’에서 직업교육 상담을 받으면서다. 그는 제과·제빵, 손톱 손질 등의 기술 배우기를 거부하고 대학 교육을 받은 뒤 간호사가 되겠다고 선언한다. 어렵고 힘든 길이라도 “해내면 된다”는 게 그의 결단이다.

아픈 어머니의 약값을 구하기 위해 중국으로 탈출한 혜선은 농가에 얹혀살다 아이를 낳으라는 요구에 남한으로 도망쳤다. 지치고 메마른 얼굴에 경계심이 가득했던 그는 비슷한 일을 겪은 숙희(김주령), 천진한 보미(안서현)를 만나 차츰 웃음을 찾아간다. 식당 일과 공부를 병행하며 하루하루를 살아내 보지만 낯선 서울살이는 버겁기만 하다.

위부터 영화의 주인공인 탈북 여성 혜선(김민하)과 하나원 동기 숙희(김주령), 보미(안서현). 트리플픽쳐스 제공


오는 8일 개봉하는 영화 ‘하나 코리아’는 실화를 바탕으로 탈북 여성의 삶을 그린다. 이 영화가 자못 특별한 이유는 덴마크 감독 프레드릭 쇨베르가 각본과 연출을 맡은 점 때문이다. 페루 우림지역 개발 문제를 다룬 ‘지구의 허파를 팝니다’(2010), 벨기에 마을 강제 철거를 비판한 ‘고스트 타운’(2017) 등 다큐멘터리를 만들어 온 그가 처음 시도한 극영화다.

최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쇨베르 감독은 “혜선이 겪는 내면의 변화를 그저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감정적으로 함께 느낄 수 있도록 극영화 방식을 택했다”고 설명했다. 그가 남북 문제에 처음 관심을 갖게 된 건 2010년이었다. 서울국제환경영화제에 초청받아 한국을 찾았을 당시 영화제 관계자들과의 저녁 자리에서 ‘우리의 소원은 통일. 하나 코리아’라는 말을 처음 들었다. 그는 “분단이라는 역사적 사실을 감정적 경험으로 이해하게 된 순간이었다”고 회상했다.

자국으로 돌아간 쇨베르 감독은 우연히 하나원에 관한 기사를 접했고 “한 체제를 지우고 다른 체제를 배우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흥미를 느꼈다. 이후 이 주제에 천착해 5년여간 30여명의 탈북민을 인터뷰하며 방대한 자료를 수집했다. 그중 가장 인상 깊었던 탈북 여성 효린의 이야기를 토대로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했다. “효린이 보여준 용기와 끈기가 영화의 중요한 영감이 됐습니다.”

영화는 한국·덴마크 합작으로 제작됐다. “북한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라 (주인공이) 남한에 도착한 뒤 외부인으로서 겪는 여정을 다루고 싶었다”는 그는 “처음부터 이 영화는 한국과 긴밀한 협력이 없으면 만들 수 없다고 생각했다. 감독과 작가, 제작자, 배우들까지 각자의 다른 경험과 관점이 필수적이었다”고 강조했다.

차분하고 정적인 분위기의 극은 배우들의 섬세한 감정으로 채워졌다. 애플TV+ 시리즈 ‘파친코’의 젊은 선자 역으로 시대의 아픔을 표현한 배우 김민하가 탈북 여성 혜선을 연기했다.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 시즌1의 미녀 역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 김주령이 하나원 동기 숙희 역, 영화 ‘옥자’의 주인공 미자 역으로 아역 시절부터 주목받은 안서현이 보미 역으로 호흡을 맞췄다.

영화 ‘기생충’ 당시 봉준호 감독의 통역사로 이름을 알린 최성재(샤론 최) 작가가 공동 각본을 맡았다. 본인 연출작을 준비 중이던 그는 “탈북민이라는 소재를 내부인과 외부인의 시선으로 연결한 시도에 매료돼” 이 프로젝트에 합류했다. 해외 합작으로 진행되는 저예산의 제작 방식도 감독 지망생으로서 그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탈북민이라는 정치적으로 민감한 소재를 다루는 건 쉽지 않았다. 감독과 숱한 대화를 나누며 “지지고 볶았다”는 최 작가는 “유럽 사회복지 국가에서 온 백인 감독이 젊은 탈북 여성 이야기를 한다는 게 처음엔 불가능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지지고 볶는’ 과정을 피하지 않은 감독님 덕에 이 영화가 완성될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

쇨베르 감독은 이번 작업을 통해 “한국 사람들을 사랑하게 됐다”고 털어놨다. “따뜻하고 친절하며 강인하고 성실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합니다. 관계가 깊어질수록 곁을 내주고 속마음을 보여줘 연대감을 느끼게 하죠.” 세계 각국을 배경으로 작품을 만들어 온 그는 “자신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서로를 이해하는 것이 나의 중요한 테마”라며 “과거를 뒤로하고 낯선 곳에서 새 삶을 시작하는 혜선의 여정은 분명 보편적이다. 이 이야기에서 각자 공감을 얻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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