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도청 가족 여러분"... 퇴근방송 DJ 된 김동연의 마지막 인사

최경준 2026. 6. 30.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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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임식 대신 직원들과 함께한 마지막 하루... 장애아동 짜장면 봉사·소방관 격려까지 '김동연다운 퇴장'

[최경준 기자]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임기 마지막 날인 30일 도청 직원들과 마지막 인사를 나누고 있다. 김동연 지사는 이날 도청 직원들로부터 집무실에서 근무하는 자신의 모습을 형상화한 피규어 형태의 '새길 응원패'와 운동화를 선물 받았다.
ⓒ 경기도
"사랑하는 도청 가족 여러분, 오늘 하루도 고생 많으셨습니다. 도지사 김동연입니다."

30일 오후 6시. 하루 일과를 마친 경기도청 직원들이 퇴근을 준비하던 시간, 청사에 익숙한 퇴근 음악 대신 낯익은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민선 8기 임기 마지막 날을 맞은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일일 DJ가 되어 직접 직원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넨 것이다.

순간 걸음을 멈춘 직원들도 있었고, 휴대전화를 꺼내 방송을 녹음하는 직원들도 있었다. 남부청과 북부청에 동시에 송출된 방송은 화려한 퇴임식도, 거창한 고별사도 아니었다. 함께 일한 동료들에게 전하는 담담한 감사와 사랑의 메시지였다. 마지막까지도 김동연 지사다운 방식이었다.

김동연 지사는 자신이 직접 선곡한 조용필의 '바람의 노래'를 소개하며 지난 4년을 돌아봤다.

"가슴 벅찬 성공과 성과도 있었고, 때로는 어려움과 좌절도 겪었습니다. 그렇지만 그 모든 순간, 1,420만 경기도민 한 분 한 분의 삶을 정말 사랑했습니다. 우리 1만 6,000명 경기도청과 소방본부 가족 여러분도 정말 사랑했습니다."

이어 그는 직원들과 함께했던 장면들을 하나하나 떠올렸다. 엘리베이터에서 우연히 만난 임신부 직원을 위해 부서까지 찾아가 축하했던 일, 구내식당에서 함께 식판을 들고 줄을 서며 안부를 나눴던 점심시간, 100조 원 투자 유치를 위해 세계 곳곳을 누볐던 시간, 수해와 재난 현장에서 함께 땀 흘리고 눈물 흘렸던 기억까지. 그는 "1,461일 모든 순간을 소중히 간직하겠다"고 말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임기 마지막 날인 30일 도청 직원들과 마지막 인사를 나누고 있다.
ⓒ 경기도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임기 마지막 날인 30일 오후 부인 정우영 여사와 함께 도청 직원들과 마지막 인사를 나누고 있다.
ⓒ 경기도
마지막 곡은 토이의 '뜨거운 안녕'이었다.

"소중했던 내 사람아, 이젠 안녕... 뜨겁게 뜨겁게 안녕."

평소 음악만 흘러나오던 퇴근방송은 이날만큼은 김동연 지사의 마지막 편지가 됐다.

"한 분 한 분 고맙습니다"... 24층부터 지하 2층까지 걸어서 인사

이날 김동연 지사의 마지막 행보 역시 화려한 의전 대신 사람을 향했다.

정오에는 도청 구내식당 '광교마루'에서 마지막 점심을 했다. 함께 식판을 마주한 사람들은 4년 전 취임 첫 점심을 함께했던 청원경찰과 방호 직원들이었다. 김동연 지사는 "한 분 한 분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고마움을 꼭 전하고 싶었다"고 했다.

이어 오후에는 24층부터 지하 2층까지 도청 전 층을 직접 걸으며 직원들과 일일이 인사를 나눴다. 집무실에서 기다리는 대신 먼저 찾아가는 길을 택했다. 기자실에도 들러 출입기자들과 악수했고, 곳곳에서는 사인을 요청하거나 기념사진을 찍으려는 직원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직접 만든 사진앨범을 건네는 직원도 있었고, "잊지 않겠다"며 눈시울을 붉히는 직원들도 있었다.

인사를 나누던 중 임신한 직원을 만난 김 지사는 즉석에서 꽃다발을 건네며 축하 인사를 전하기도 했다. 방송에서 회상했던 '임신부 직원에게 축하를 전했던 기억'은 마지막 날에도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임기 마지막 날인 30일 경기도청에서 직원들과 마지막 인사를 나누고 있다.
ⓒ 경기도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임기 마지막 날인 30일 경기도청에서 도청 직원들과 마지막 인사를 나눈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 경기도
오후 3시 30분께 경기도의회 1층 로비에서 마지막 인사를 마친 김동연 지사는 수행 차량 대신 자신의 오래된 승용차 운전석에 직접 올랐다. 특별한 환송 행사도, 긴 작별 연설도 없었다. 손을 흔들며 도청을 떠나는 모습은 지난 4년간 보여준 그의 소탈한 리더십을 그대로 닮아 있었다.

직원들도 김동연 지사에게 특별한 선물을 준비했다. 집무실에서 근무하는 모습을 형상화한 피규어 형태의 '새길 응원패'와 운동화였다.

응원패에는 이런 문구가 새겨졌다.

"경기도의 이름이 우주를 향하고, 도민들 마음에 깊이 새겨지는 시간이었습니다. 이루신 것을 내려놓고 빈손으로 가셔야 합니다. 1420만 도민의 마음으로 양손 가득할 테니까요."

퇴임식보다 봉사와 감사... "사람을 향한 정치"로 마무리한 4년

퇴청 뒤 김동연 지사는 페이스북에 손 글씨로 쓴 마지막 인사를 올렸다.

"오래전부터 감사할 줄 알고, 물러날 때를 아는 공직자가 되기를 소망했습니다. 이제 평범한 시민의 한 사람으로 돌아가며 감사하는 마음에 가벼운 행장으로 떠납니다."

직원들에게도 같은 날 내부 메일을 보냈다.

"여러분들은 동료였을 뿐 아니라 단연 최고의 공직자였습니다."

그는 민선 9기에도 "공익에 대한 헌신"이라는 중심을 잃지 말아 달라고 당부하며 "나라 일을 하면서 스스로도 즐겁고 행복하시길 바란다"고 마지막 인사를 남겼다.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임기 마지막 날인 30일 경기도청을 떠나기 위해 자신의 승용차에 오르기 전 부인 정우영 여사와 함께 직원들과 마지막 인사를 나누고 있다.
ⓒ 경기도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임기 마지막 날인 30일 오후 직원들과 마지막 인사를 나눈 뒤, 자신의 오래된 승용차를 직접 운전해 도청을 떠났다.
ⓒ 경기도
김동연 지사의 마지막은 이날 하루 만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임기 마지막 일정이었던 지난 28일에는 도담소에서 장애아동과 가족 100명을 초청해 직접 삶은 면으로 짜장면을 만들어 대접했다. 선거 때 맺은 인연을 임기 마지막 봉사로 이어간 것이다.

이어 29일에는 수원과 의정부 소방재난본부를 찾아 대원 한 사람 한 사람의 손을 잡고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김동연 지사는 "도민의 안전만큼 여러분 자신의 안전도 꼭 지켜달라"며 마지막까지 소방관들을 격려했다.

퇴임식 대신 퇴근방송 DJ를 자처하고, 마지막 점심을 청원경찰과 함께하며, 건물의 모든 층을 걸어 직원들에게 먼저 인사하고, 장애아동에게 짜장면을 만들어주고, 소방관들의 손을 일일이 잡아준 도지사.

김동연 지사의 민선 8기 마지막 장면은 거대한 업적을 나열하는 행사가 아니라, 끝까지 사람을 향한 감사의 인사로 채워졌다. 그리고 그가 마지막 방송에서 인용한 노랫말처럼, 그는 그렇게 "뜨겁게 안녕"을 말하며 경기도청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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