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軍 합의 없이 공적자금 투입… 암초 만난 ‘국민성장펀드 1호’
공군 레이더 운용구역과 일부 겹쳐
11월말까지 합의 안되면 좌초 위기

국민성장펀드 1호 사업이 ‘국방부 이행합의서 체결’이라는 암초를 만났다. 국민성장펀드 1호로 선정된 ‘신안우이 해상풍력 발전사업’이 군(軍) 작전성 관련 문제를 해소하지 못한 채 추진되면서다. 첫 공적자금은 집행됐다. 하지만 11월까지 국방부와 이행합의서를 체결하지 않으면 최악의 경우 사업이 엎어질 우려가 제기된다. 금융 당국은 군으로부터 조건부 동의를 받아 절차상 하자는 없고, 차질없이 국방부와 합의를 끝내겠다는 입장이다.
30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국민성장펀드는 지난 1월 29일 기금운용심의회에서 이 사업에 대한 인프라 금융지원 안건을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문제는 사업장 위치다. 공군 방공관제 레이더 운용 구역과 일부 겹친다. 자칫 해상풍력 터빈이 레이더 전파를 차폐하면 군 작전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국방부와 사업 진행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이유다.

국방부는 지난해 “사업 인허가에 앞서 군과의 합의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취지의 공문을 보냈다. 그러나 결론 없는 상태로 사업이 추진됐다. 국민성장펀드가 이 사업에 금융 지원을 의결하던 무렵에도 군과의 합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앞서 국방부는 “레이더 전파 차폐로 작전 수행이 제한된다”는 의견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풍력발전기 최고 높이를 조정하거나 레이더 전파를 가리는 현상이 일어나지 않도록 위치를 이전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민성장펀드는 군 작전성 해소 여부 대신 지방자치단체인 전남 신안군의 공유수면 점·사용 실시계획 승인을 자금 인출의 선행 조건으로 내걸었다. 신안군은 지난 4월 실시계획을 승인했다. 그러나 국방부는 “11월 말까지 공군과 협의 등의 ‘이행합의서’를 사업자가 체결하지 못하면 공사를 중단한다”는 조건을 걸었다. 이행합의서에는 풍력 터빈이 레이더 전파를 가리는 문제를 어떻게 해소할지에 대해 군과의 최종 합의 내용을 담은 구체적인 방안이 제시된다.
군과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사업이 좌초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2024년 예비타당성조사에서도 “전남 해역의 고도 제한에 관한 군 작전성 평가 논의가 순조롭지 않은 상황”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국방부는 현재 신안군 및 사업자와 군 작전 제한사항 해소 방안을 협의 중이지만 “정해진 것은 없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이 사업의 위험 요소가 제거되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에너지 정책 전문가는 “중앙정부가 나선 사업이라 합의 가능성을 낙관적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군 관련 쟁점은 사업의 후반부까지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다. 신중한 검토가 필요했던 부분”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무리 없이 사업을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대안 레이더 등 군 작전성 문제 관련 협의가 진행되고 있다. 국민성장펀드 의결 과정에서도 인지하고 논의한 일”이라고 말했다. 한국산업은행 관계자는 “군 작전성은 법률상 ‘합의’가 아니라 ‘협의’ 대상이며, 군이 조건부 동의를 하고 지자체가 실시계획을 승인하는 절차는 통상적인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박성영 기자 ps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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