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 운동 최신 버전인 줄 알았는데... 잠실 시위 실체는"
[이영광 기자]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촉발된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개표소 봉쇄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경찰은 현재 대한체육회 산하단체의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내부 진입을 저지한 혐의(업무방해)를 받는 피의자 9명 중 7명을 특정해 수사하고 있다. 뉴스타파 박종화 PD는 직접 현장에서 숙식까지 하면서 취재한 내용을 지난 17일 보도했다. 뉴스타파가 현장에서 확인한 결과 '잠실 시위'는 부정선거 음모론과 극우 세계관을 확산시키는 선동의 공간으로 변질됐다.
취재 뒷이야기를 들어보기 위해 지난 24일 서울 충무로역 인근 뉴스타파 함께센터에서 박종화 뉴스타파 PD를 만났다. 다음은 박 PD와 나눈 대화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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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타파 보도의 한 장면 |
| ⓒ 뉴스타파 |
"관심이 많은 것 같아요. 댓글도 3000개 넘게 달렸더라고요. 특히 잠실 시위에 참여한 분들, 그 시위를 지지하는 분들이 댓글을 많이 다셨어요. '직접 간 거 맞냐', '지금 그 안에서 참정권 시위가 민주적으로 이뤄지고 있는데 왜 왜곡 보도하냐'는 식의 댓글이 많았어요. 댓글 쓴 분들이 잠실 시위를 직접 본 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직접 가보면 바로 느낄 수 있거든요. 그곳은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이미 잠식했고, 빨갱이 몰이와 극우적인 발언들이 엄청 쏟아져요. 댓글을 보면서 저희 방송을 왜곡하기 위한 댓글이라고 생각했어요."
- 잠실 시위에서 전한길씨 등 부정 선거론자들이 초반에 쫓겨났다고 들었는데요.
"전한길씨가 처음에 개표소 시위에 갔다가 쫓겨났던 건 맞아요. 그때는 저희도 이 집회 자체가 헷갈렸어요. 순수한 참정권 시위인지, 아니면 이미 부정선거 세력들이 다 들어가 있는 시위인지, 혹은 둘이 혼재된 건지 확인이 안 됐어요. 직접 들어가서 확인해야겠다고 생각해서 지난 8일 현장에 들어간 거예요. 전한길씨는 그보다 앞서갔는데, 쫓겨난 이유는 부정선거 시위로 포장될 거라는 우려 때문이었어요. 처음 잠실 시위에 참가한 사람들은 그걸 두려워했죠.
선거가 3일에 있었고 4일과 5일에는 투표소에서 시위가 이어졌어요. 5일 경찰은 시위대를 강제 해산하고 투표함을 확보해 개표소인 잠실 올림픽공원 핸드볼 경기장으로 이송했죠. 6일부터 본격적으로 잠실 올림픽공원에서 시위가 시작됐어요. 사실 현장에서 7일까지는 부정선거라는 말을 못 하게 했어요. 그런데 그날(7일) 사건이 있었어요. 이른바 '한국대학생진보연합(대진연) 몰이'라는 사건인데, 극우 유튜버와 일부 시위대가 재선거를 외치는 사람들은 '대진연'이라고 주장하며 현장에서 쫓아냈어요. 그 일로 전세가 역전된 거예요."
- 이른바 '대진연' 몰이군요. 그런데 재선거를 주장하면 안 되나요?
"재선거와 부정선거는 완전히 달라요. 선관위 실수로 투표지를 덜 인쇄해서 선거가 부실하게 진행됐으니 재선거해야 한다는 주장은 이번 선거를 부정선거로 보는 건 아니에요. 반면 부정선거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투표지를 덜 인쇄한 게 의도적이었다고 봐요. 그 의도를 중국의 선거 개입으로 보고, 지금 우리나라 선거가 중국 공산당에 의해 좌지우지되고 있다고 주장해요.
재선거를 외치던 사람들은 현장에서 쫓겨나고 부정선거를 외치는 사람들만 남게 됐어요. 8일부터는 '부정선거·재선거'라는 구호를 외쳤는데, (8일) 저녁에는 '부정선거·재선거·당일투표·수개표'라는 구호로 바뀌었어요. '당일투표·수개표'도 부정선거론자들의 핵심 주장이에요. 당일 투표만 해야 한다는 건 사전투표를 하지 말자는 뜻인데, 사전투표 수치가 먼저 나오면 그걸 바탕으로 당일 투표 때 중국인들을 동원해 선거를 조작한다는 주장입니다. 수개표를 해야 한다는 것도 같은 맥락인데, 전자개표기를 쓰면 전 세계 전자개표기끼리 호환돼서 투표 정보가 공유되고 그래서 중국이 우리 선거에 개입할 수 있다는 거죠. 아날로그 방식이 가장 정확하다고 주장하는 겁니다."
- 초기 잠실 시위는 지휘부가 없고 자발적으로 모여서 2008년 광우병 촛불 시위가 떠오른다는 말도 있었어요.
"처음 잠실 시위를 봤을 때 청년들의 정치 참여 모습이 아름답다고 느꼈어요. 청년들이 삼삼오오 모여 모르는 사람들과 정치 토론을 하고, 올림픽공원에 와서 밤을 새우는 모습이 멋졌어요. 청년들의 정치 참여의 한 단면으로서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고 생각했어요.
돌아가는 시스템도 인상적이었어요. 2400명 정도 모인 단톡방이 있는데, 이를 통해 자원봉사자를 모집하고 인원이 부족한 게이트에 사람을 배치하거나 음식을 채웠어요. 지도부가 있어서 하는 게 아니라 시간 되는 자원봉사자들이 모여서 빈 곳을 메우는 거죠. 의료 지원, 물과 음식 배급, 약품 지급, 잠자리까지 챙기는 모습은 민주화 운동의 최신 버전 같은 느낌도 들었어요.
그런데 이 사람들과 얘기하고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취재해 보면, 완전히 빨갱이 몰이를 하고 있었어요. 음모론에 심취해 우리 사회에서 통용돼서는 안 될 내용들을 서로 가르치고 퍼뜨리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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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타파 보도의 한 장면 |
| ⓒ 뉴스타파 |
"한미 공조 국제 수사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더라고요. 한국의 사법기관과 수사기관이 모두 중국에 넘어갔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믿을 곳은 미국밖에 없다는 거예요. 그런데 미국이 갑자기 우리 국정에 개입하면 내정 간섭이잖아요. 그래서 우리가 먼저 성조기를 들고 함께한다는 걸 보여줘야 미국이 '위 고 투게더We go together'를 외치며 개입할 수 있다는 논리예요."
- 미국 극우 세력도 잠실 시위 현장에 나타났더라고요.
"모스탄 전 미국 국제형사사법대사, 미국의 부정선거 활동가 더글라스 프랭크 박사 같은 사람들이 한국에 들어왔어요. 그 사람들이 잠실시위에도 자주 등장했죠. '한미부정선거공동조사단'은 모스 탄과 황교안 등 한미 양국의 부정선거론자들이 모여 만든 단체입니다. 6.3 지방선거가 부정선거였다는 증거를 수집한 뒤 미국에 공유함으로써 한미가 공동으로 수사에 착수하도록 하겠다고 주장해요.
특히 모스탄은 한국에서 활동한 지 꽤 됐는데, 현재 이재명 대통령 명예훼손 혐의로 수사받고 있죠. 프랭크 박사는 2020년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후보가 떨어지자 부정선거가 있었다고 주장했던 사람이에요. 미국 복음주의 교회 교인이기도 하고요."
- 현장에서 조정진 전 스카이데일리 대표도 강의한다면서요.
"조정진 전 대표는 북한군이 광주에 내려와서 5·18에 시민들과 군인들을 학살했다고 주장해요. 광주 유가족과 피해자, 사망자들에 대해 모욕적인 발언을 해요. 현장에서 학생들은 그의 말을 믿고 계몽이 됐다고 해요. 이들은 이곳에서 아예 새로운 세계관을 주입 받고 있었어요. 수십 년 동안 전 세계를 지배해 온 비밀 조직이 있고, 중국 공산당과 한국의 민주당 심지어 미국의 일부 정치인들까지도 그 비밀 조직의 하수인에 불과하다는 황당한 세계관이죠."
- 펜싱 대표팀이 잠실 시위로 출입이 막혀 자기 물품도 챙기지 못한 채 아시아선수권대회를 치르고 있잖아요.
"이런 일이 21세기에 벌어지는 게 맞나 싶어요. 집회의 자유도 중요하지만 국가대표 선수가 훈련하고 경기하려면 장비가 필요한데, 그걸 가져가지도 못하게 하면 되나요? 이런 일까지 벌어지는 건 지금까지 언론에서 부정선거 음모론을 진지하게 다루지 않은 문제도 있었다고 봐요. (일부) 한국의 청년들이 레거시 미디어는 믿지 않아요. SNS X(옛 트위터), 스레드, 그리고 모스 탄과 같은 미국의 극우 정치인들의 이야기를 믿습니다. 온라인상에서 여러 음모론이 점점 큰 생태계를 이루며 자란 데에는 언론의 책임도 분명 있다고 봐요.
또 그 안에서 '4050 세대가 너무 싫다, 다 죽었으면 좋겠다, 공산당 빨갱이다, 우리 엄마 아빠도 마찬가지다'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청년들이 4050 세대에 대해 가진 울분, 세대의 박탈감이 많은 거 같아요. 4050이 만든 정치 체제에 대한 반발심으로, 반민주적인 정치 성향을 강하게 갖게 되는 것 같고요. 여러 원인이 복합적으로 있을 텐데, 갈수록 음모론을 너무 쉽게 받아들이게 되는 것 같아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언론사들이 음모론을 양지로 끌고 와서 아예 이게 잘못된 사실이라는 것을 알려야 해요. 언론의 역할을 느끼고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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