탱크데이 이어 '625% 침투'…유통가 덮친 '역사 감수성' 논란
누리꾼 "카피 문구 조합이 문제"
SNS 비판 댓글 삭제 주장까지 나와
화장품 브랜드 아이소이가 자사 제품 광고 문구에 6·25 전쟁을 연상시키는 표현을 사용했다는 지적을 받으며 논란에 휩싸였다. 회사 측은 "임상시험 결과를 바탕으로 한 실제 수치"라고 해명하고 사과문을 게시했지만, 소비자들의 반응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30일 각종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아이소이가 자사 제품 '로즈 PDRN 잡티 세럼'을 홍보하면서 "잊지 말자 625% 침투하자 더 깊게"라는 등으로 서울 시내버스 등 옥외 광고를 진행한 사진이 올라왔다

문제가 된 대목은 숫자 '625'와 '잊지 말자', '침투'라는 단어가 함께 쓰였다는 점이다. 일부 소비자들은 해당 문구가 '잊지 말자 6·25'라는 호국보훈 문구와 6·25 전쟁 당시 북한군의 침입을 떠올리게 한다며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단순한 수치 표기를 넘어 역사적 비극을 연상시키는 표현들이 한 문장 안에 잘못 결합했다는 지적이다.
일부 소비자 "작년부터 문제 제기"…비판 댓글 삭제 의혹도논란이 확산하자 아이소이는 공식 홈페이지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사과문을 게재했다. 아이소이 측은 "'625%'라는 표현은 제품에 함유된 불가리안 로즈오일 1%의 피부 침투 효과를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시험 결과를 바탕으로 사용한 실제 수치"라며 "특정 의미를 의도하거나 연상시키려는 목적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사과 이후에도 비판은 이어지고 있다. 해당 문구에 대해 누리꾼은 "625라는 숫자만이었다면 몰라도 '잊지 말자'와 '침투'가 같이 들어간 것은 우연으로 보기 어렵다", "역사적 비극을 광고 카피로 활용한 것처럼 보인다", "마케팅 검수 과정에서 아무도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는 게 더 심각하다"는 반응이 나왔다.
사과문 표현을 두고도 뒷말이 이어졌다. 아이소이가 "일부 고객님께 불편과 심려를 드린 점"이라고 밝힌 것을 두고,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문제를 일부 고객의 불편으로 축소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또한 구체적인 재발 방지책이나 내부 검수 시스템 개선 방안이 담기지 않았다는 점도 논란을 키웠다.
일각선 해당 광고 문구가 지난해부터 이미 문제로 지적됐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소비자들은 "뒤늦게 확산한 논란이 아니라 이전부터 역사적 감수성 부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있었다"며 "문제 제기에 어떻게 대응했는지도 설명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일부 이용자들은 공식 SNS에 남긴 비판 댓글을 업체 측에서 삭제했다고 주장하며, 논란은 광고 문구를 넘어 기업의 소통 방식으로까지 번지는 분위기다.
스타벅스 '탱크데이'·무신사 광고 논란도 재소환이번 사안은 최근 스타벅스코리아의 '탱크데이' 논란과 맞물려 더욱 큰 파장을 낳고 있다. 스타벅스코리아는 5·18 민주화운동 기념일에 '탱크데이'라는 이름의 텀블러 판매 이벤트를 진행해 거센 비판을 받았다. 이후 행사를 중단하고 사과했으며, 전국 매장을 조기 폐점하고 임직원 대상 역사 인식·사회적 감수성 교육을 진행하는 등 후속 조치에 나섰다.

과거 무신사의 광고 논란도 다시 언급되고 있다. 무신사는 2019년 속건성 양말 광고에 "책상을 탁 쳤더니 억하고 말라서"라는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사건과 관련한 문구를 사용해 논란을 빚었다. 특히 역사적 비극과 국가폭력을 상업적 표현해 거센 비판에 직면했다.
유통·패션·뷰티 업계에서는 이번 논란을 계기로 광고 카피 검수 기준을 다시 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제품 효능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자극적인 숫자나 문구를 앞세우더라도, 사회적 기억과 역사적 아픔을 건드릴 수 있는 표현은 사전에 걸러야 한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소비자들은 단순히 제품의 품질뿐 아니라 브랜드의 태도와 사회적 감수성까지 본다"며 "의도가 없었다는 해명만으로는 신뢰 회복이 어렵고, 어떤 검수 과정을 거쳤는지와 재발 방지책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방제일 기자 zeilis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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