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 팔아 레버리지 또 샀다”…‘홀짝 도박판’ 된 코스피
도박판 된 코스피
취업준비생 서모(30)씨는 SK하이닉스 레버리지 상품에 투자했다가 지난 23일 큰 손해를 봤다. “폭락은 기회”라며 집에 있던 금을 팔아 같은 상품을 더 사들였다. 서씨는 “계속 주식창만 보니 삶이 주객전도된 느낌”이라면서도 “가만히 있으면 벼락거지가 될까 봐 두렵다”고 말했다. 요즘 ‘단타’(짧은 기간 사고 팔기)에 빠진 직장인 이모(29)씨는 “장기 투자가 정답인 걸 알지만, 변동성이 너무 심해 기다리는 동안의 기회비용이 크게 느껴진다”며 “급락장에 손 놓고 있는 것보다 자주 매매하면서 하루에 밥값만 벌자고 맘을 먹으니 속이 그나마 편하다”고 말했다.
코스피가 하루 5~10%씩 널뛰는 장세가 이어지자, 변동성을 이용한 단타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지난주에만 코스피 시장에서 서킷브레이커가 두 차례 발동될 정도로 공포 심리가 커지자 불확실한 미래를 버틸 ‘배짱’이 줄어든 영향이다. 투자자 사이에서는 “홀짝 맞히기 게임 같다” “국가가 공인한 도박판 아니냐”는 반응까지 나온다.

이런 경향은 투자 통계에서도 드러난다. 지난 26일 ‘KODEX SK하이닉스단일종목레버리지’의 회전율(상장좌수 대비 거래량)은 108%를 기록했다. 하루 동안 상품 전체가 한 차례 넘게 손바뀜했다는 의미다. 하락에 베팅하는 인버스 상품의 손바뀜은 더 심했다. 같은 날 ‘SOL SK하이닉스선물단일종목인버스2X’의 회전율은 1261%에 달했다. 하루 만에 전체 물량이 12번 넘게 거래됐다는 뜻이다.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가 사실상 하루 단위 방향성 맞히기 수단으로 쓰인다는 분석이 나온다.
문제는 이런 단타가 다시 주가 변동성을 키우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코스피 변동성이 커지자 투자자들은 단기매매가 유리하다고 판단하고, 짧은 시간에 ‘한 방’을 노리는 레버리지 상품으로 몰리고 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를 대상으로 한 단타 쏠림이 특히 심하다. 레버리지 상품의 수급이 기초자산인 삼성전자·SK하이닉스 주가를 흔들고, 다시 코스피 전체 변동성으로 번지는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장세가 뚜렷하다.

29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0.2% 내린 8394.65에 마감했다. 이날 코스피 시장에서 외국인은 홀로 7조7560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순매도). 지난 2월 27일 기록한 7조812억원을 넘어선 역대 최대 순매도액이다. 반면 개인과 기관은 각각 4조5971억원, 2조9325억원 순매수하며 지수를 떠받쳤다. 한국형 공포지수로 불리는 코스피200 변동성지수(VKOSPI)는 전장보다 4.56% 오른 96.94에 마감해 종가 기준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한편 제도권 밖에선 코스피에 최대 150배를 베팅하는 초고위험 상품도 등장했다. 세계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는 지난 26일 코스피에 150배 투자할 수 있는 선물 상품을 상장했다. 코스피가 0.66%만 하락해도 투자금 전액을 잃을 수 있는 구조다. 출시 직후 1조원 넘는 자금이 몰렸는데, 상당수가 국내 투자자 몫이라고 증권업계는 추정한다. 바이낸스에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에 각각 50배씩 투자할 수 있는 상품도 상장돼 있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변동성 장세에서 단타를 하다 방향을 잘못 맞히면 하루 만에 투자금 대부분을 잃을 수 있고, 횡보하더라도 음의 복리 효과 때문에 손실 가능성이 크다”며 투자자 주의를 당부했다. 이어 “형식적으로 진행되는 레버리지 투자자 교육을 강화하고, 실제 투자 성향이 ‘고위험’이 아닌데도 스스로 ‘고위험’으로 체크하는 것을 막을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서윤 기자 jang.seo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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