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00조짜리 ‘AI 코리아’ 청사진

오현석, 안효성 2026. 6. 30. 0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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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전닉스 4700조 반도체 투자


인공지능(AI) 혁명을 주도하는 초격차 산업 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계획에 따라 반도체·피지컬 AI·AI 데이터센터 등 3대 분야에 대대적인 투자가 시작된다. 삼성전자와 SK그룹에서 발표한 투자 규모만 4700조원이 넘는다. 정부는 전력·용수 공급 등 인프라 조성과 인허가 절차를 신속히 진행한다. ‘대체불가 대한민국’ 비전에 맞춘 이재명 정부 집권 2년 차의 승부수다.
정근영 디자이너

이재명 대통령은 29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속도감 있게 한국형 AI 생태계를 구축하는 일에 정부와 민간의 역량을 총집결해야 한다. 이 성과가 앞으로 대한민국의 20년·30년을 책임지게 될 것”이라며 “청와대 안에 직할 담당관을 두고 제가 (사업을) 직접 챙기고 신속하게 집행하도록 하겠다”고도 강조했다.

정부는 그간 평택·용인 중심의 수도권 클러스터가 전력과 용수 공급의 임계점에 다다랐다는 현실적 판단과 함께, 장기간 개발에서 소외됐던 호남 지역을 ‘제2의 반도체 메카’로 탈바꿈시키겠다는 구상이다. 이 대통령은 “용수도 풍부하고 신재생에너지가 풍부한 곳이 바로 서남해안 일대”라고 소개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행사에 참석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향해 허리를 90도로 숙여 감사 의사를 표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이들을 향해 “국가 영웅, 국민 영웅”이라면서 “기업이 이익을 넘어 국가 공동체의 미래를 위해 활동할 수 있다는 점을 확실히 증명했다”고도 했다.

이재용 회장은 “대체불가능한 대한민국 만들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말했고, 최태원 회장은 “AI의 미래는 대한민국에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삼성전자와 SK그룹이 밝힌 투자 규모는 각각 2655조원과 2100조원(합계 4755조원)은 대한민국 연간 국내총생산(GDP)의 2배에 달하는 규모다.

차준홍 기자


이재용 “대체불가 대한민국” 최태원 “AI의 미래 만들겠다”


이 회장은 “용인 국가산단의 투자 일정도 많이 빨라졌고, 저희가 새로운 단지를 준비해야 할 시점도 앞당겨졌다. 대통령 말씀대로 속도전”이라며 “여러 지역 중 전력, 용수, 인력 확보 그리고 여러 인프라 등 많은 인센티브 지원이 기대되는 광주를 후보지로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투자 규모를 400조원이라고 밝혔다.

최 회장도 “계속될 메모리 공급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새로운 생산 기반을 만들 필요성이 있다”며 “대규모 부지와 전력·용수·인력 등 조건을 만족할 것으로 기대되는 서남권에 400조원을 투자해서 새로운 클러스터를 조성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두 기업의 호남 반도체 투자 규모를 모두 합치면 800조원에 달한다.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은 행사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이 대통령이) 기업인들에게 너무 감사해서 큰절하겠다고 했는데 참모들이 ‘인사만 하자. 큰절하면 오히려 기업인들이 욕을 먹을 것 같다’고 가까스로 말렸다”며 “90도 인사는 진심으로 고마워서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산업적으로 이번 메가 프로젝트는 메모리 반도체 초격차 유지와 AI 인프라 선점을 위한 민관 총력전이다. 정부는 생산 속도를 올리는 속도전(Speed)·거점전(Stronghold)·선도전(Spearhead)에 인프라를 밀어주는 ‘총력지원(Full-support)’을 더한 이른바 ‘3S+1F’ 전략을 전면에 내세웠다.

세계 메모리 시장 규모는 올해 2000억 달러 수준에서 2030년 8000억 달러로 5년 내 4배로 확대될 전망이다. 수요가 빠르게 늘어나는 만큼 생산능력을 먼저 확보하지 못하면 글로벌 경쟁에서 도태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깔려 있다. 우선 현재 건설 중인 평택과 용인의 수도권 반도체 생산시설(팹)을 조기에 완성한다. 삼성전자 평택 생산라인은 5호기와 6호기를 순차적으로 짓는 기존 방식에서 ‘동시 건설’ 방식으로 전환해 3~4년가량 일정을 단축한다. SK하이닉스 용인 일반산단은 12년 앞당긴 2033년, 삼성전자 국가산단은 7년 앞당긴 2040년 완공을 추진한다.

공급망 분업 체계도 정교화해 반도체 성장 거점을 전국으로 확장한다. 충청권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총 81조원을 투자해 대규모 고대역폭메모리(HBM) 패키징 팹 건설을 추진한다. 동남권(부산·울산·경남), 대경권(대구·경북)은 반도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혁신 거점으로 육성한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대한민국 전체를 반도체 클러스터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전북 새만금과 대구·경북권을 중심으로 휴머노이드 생산거점을 구축해 AI 로봇 글로벌 3강 도약을 추진한다. SK·GS·네이버 주도로 총 8.4GW 규모 AI 데이터센터를 조성할 계획이다. 관련 투자 규모는 약 550조원이다. SK는 2035년까지 데이터센터 규모를 15GW로 확대하는 2단계 프로젝트도 추진하기로 했다.

다만 이날 행사에선 정부와 기업 간 미묘한 입장 차이도 감지됐다.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는 일반 산단으로 분류돼 있는 용인 클러스터를 콕 집어 “반도체특별법의 수혜를 받게 해주시면 좋겠다”는 취지로 건의했으나, 이 대통령은 즉답을 피했다. 또 재계 일각에선 두 총수가 호남 반도체 증설에 대해 다소 유보적인 표현을 썼다는 지적도 나왔다.

오현석·안효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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