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AI 시대, 전력망 확충은 생존 전략

2026. 6. 30. 0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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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군 한국전력공사 전력계통부사장


바야흐로 ‘전기의 시대’가 도래했다. 인공지능(AI) 산업의 폭발적인 성장은 전 세계 전력수요의 판도를 뒤흔들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30년까지 전 세계 전력수요 증가 속도가 전체 에너지 수요 증가 속도의 2.5배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그 중심에는 데이터센터가 있다.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GPU ‘루빈 울트라(Rubin Ultra)’의 랙당 전력 소모는 약 600㎾로, 2020년 구형 ‘암페어’(Ampere·약 13㎾) 대비 46배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AI용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 역시 2030년에는 2025년 대비 약 3배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이제 AI 경쟁력은 단순히 반도체 칩의 성능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이를 안정적으로 뒷받침할 에너지와 전력망이 국가 경쟁력의 핵심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최고경영자(CEO) 사티아 나델라는 “AI 성장의 가장 큰 걸림돌은 이제 칩이 아니라 전력”이라고 했으며, 일론 머스크 역시 우주 궤도 태양광을 활용한 5GW 규모의 데이터센터 구상을 밝힌 바 있다. 세계 각국은 이미 전력망 투자를 국가 전략으로 추진하고 있다. 독일은 북부 풍력단지와 남부 산업 지역을 연결하는 초고압 송전망을 국가 주도로 건설하며 재생에너지 확대와 전력망 투자를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중국 역시 ‘서전동송(西電東送)’ 전략에 따라 서부 사막 지역의 대규모 태양광·풍력단지와 연계한 초고압 송전망을 구축해 동부 지역의 전력수요에 대응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AI 3대 강국’ 도약을 목표로 약 10조원 규모의 투자를 추진하고 인공지능기본법도 시행했지만, 이를 뒷받침할 전력 인프라는 아직 충분하지 않다. 특히 수도권 전력수요 집중과 호남권 재생에너지 확대가 맞물리며 전력망 확충은 지역과 국가가 함께 성장하기 위한 핵심 요소가 되고 있다. 전력망이 연결되어야 재생에너지의 생산과 활용이 늘고, 지역경제에도 혜택이 돌아갈 수 있다.

전력망 확충에 있어 중요한 요소는 기술과 자본뿐만이 아니다. 더욱 중요한 것은 ‘국민의 신뢰와 협조’다. 한전은 전력망 건설 과정에서 제기되는 지역 주민들의 우려에 더욱 세심하게 귀 기울이며, 보상 체계 개선과 투명한 소통 강화에 힘쓰고 있다. 전력 설비가 기피 시설이 아니라 지역경제와 함께 성장하는 필수 인프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또한, AI 데이터센터처럼 전력 사용량 변동이 큰 대규모 시설이 빠르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대형 전력수요 시설에 대한 계통연계기준(Grid Code)을 마련하고, 동기조상기와 배터리 에너지저장장치(BESS) 등 전력망 안정화 설비 확충을 통해 안정적인 전력 운영 기반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AI 시대의 전력망은 단순한 인프라를 넘어 국가 전략 자산이다. 전력망 확충은 대한민국의 미래 성장과 산업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기반이며, 미래 세대를 위해 우리 세대가 반드시 완수해야 할 시급한 과제이다.

김재군 한국전력공사 전력계통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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