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제일고에 '스타벅스 가야지' 조롱한 서울 배재고... 고교야구 경기 논란
[박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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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9일 서울 목동 야구장에서는 '제81회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 1회전 서울 배재고와 광주 제일고 경기. 배재고 선수들이 더그아웃에서 '스타벅스 가야지'라는 가사의 노래를 부르며 율동을 하고 있다. |
| ⓒ 강릉야구tv |
29일 서울 목동 야구장에서는 '제81회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 1회전 경기가 열렸다. 이날 맞붙은 두 학교는 서울 배재고등학교와 광주 제일고등학교였다.
그라운드 위 선수들의 열정은 뜨거웠고, 경기는 초반부터 팽팽한 긴장감 속에 진행되었다. 배재고는 2회 초 공격에서 먼저 2점을 뽑아내며 기선을 제압했고, 선발 투수진의 호투와 탄탄한 수비를 바탕으로 6회 초까지 단 한 점도 내주지 않으며 6대 0으로 경기의 주도권을 쥐었다.
반격에 나선 제일고가 6회 말 공격에서 집중력을 발휘해 2점을 만회하며 추격의 불씨를 당겼으나, 승부를 뒤집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경기는 결국 배재고가 7대 2로 승리를 거두며 다음 라운드 진출을 확정 지었다.
율동까지 섞어가며 "스타벅스 가야지"... 상대 코치 항의에 그제서야 멈춰
문제의 장면은 경기의 승패가 어느 정도 기울어진 8회 초, 6대 2로 배재고가 앞서고 있던 상황에서 발생했다. 그라운드 밖 덕아웃에 머물며 경기를 지켜보던 배재고 선수들이 돌연 단체로 기이한 응원가를 부르기 시작한 것이다.
이들은 야구 경기나 자팀 선수들을 응원하는 내용과는 전혀 무관한 "가야지 가야지 스타벅스 가야지"라는 가사의 노래를 불렀다. 단순히 노래를 부르는 것에 그치지 않고, 덕아웃 안에서 단체로 율동까지 곁들여가며 해당 응원가를 큰 목소리로 계속해서 제창했다. 야구장의 분위기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이 뜬금없는 응원가의 배경에는 매우 악의적인 조롱의 의미가 담겨 있었다.
5.18 광주 민주화운동 기념일이었던 지난달 18일, 스타벅스 코리아는 이른바 '탱크데이 이벤트'라는 명칭의 프로모션을 발표해 전국적인 공분을 산 바 있다. 대한민국의 민주화를 위해 피 흘린 광주 시민들의 희생을 기려야 할 엄숙한 날에, 당시의 군사 진압을 연상케 하는 '탱크'라는 단어를 사용한 마케팅은 명백한 역사 왜곡이자 지역 비하라는 거센 비판에 직면했다.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해당 기업이 결국 대국민 사과문까지 발표하며 고개를 숙인 지 불과 한 달 조금 넘은 시점에서, 광주 지역을 연고로 하는 제일고 선수들을 상대로 '스타벅스'를 운운하며 노래를 부른 행위는 상대의 역사적 상처를 들쑤시고 조롱하려는 다분히 의도적이고 부적절한 행위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
자신의 지역과 역사를 모욕하는 듯한 노골적인 조롱을 참다못한 제일고 코치진은 결국 폭발했다. 제일고의 한 코치는 덕아웃을 향해 "적당히 해라", "스타벅스를 왜 가 이 XX들아"라며 거세게 항의하며 분노를 표출했다. 결국 심판진이 직접 나서서 상황을 중재하고 나서야 소동은 일단락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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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러한 사실이 경기 직후 알려지자 야구 팬들은 배재고 선수들의 몰지각한 행위에 분노를 쏟아내고 있다. 경기 영상 댓글란에는 "프로에 발도 못 들여놓게 해야 한다", "저게 단순 응원인가? 호남비하 하는 모습 잘 봤다"며 배재고 선수들의 행위를 질타했다며 거센 질타를 가했다. |
| ⓒ 유튜브 영상 댓글 갈무리 |
학생 선수들을 지도하고 올바른 길로 이끌어야 할 배재고 감독 및 코치진의 태도 역시 지적됐다. 학생들의 부적절한 단체 행동을 그 자리에서 즉각 제지해야 마땅함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방관으로 일관했다. "상대 코치가 항의하니까 그제서야 말리는 시늉하냐"라며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무책임함을 힐난하는 여론이 빗발치고 있다.
무엇보다 고교 야구부는 훗날 프로 무대에 진출해 대한민국 야구를 이끌어갈 예비 프로 선수들이 모인 곳이다. 최근 프로 스포츠 구단들은 신인 선수를 지명할 때 과거와 같이 선수의 육체적 기량이나 야구 실력만을 평가하지 않는다. 학교 폭력, SNS에서의 부적절한 언행, 과거의 인성 문제 등 다양한 면모를 철저하게 검증하는 추세다.
팬들의 눈높이 역시 높아져서, 아무리 뛰어난 운동선수로서의 재능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도덕적 흠결이 있는 선수에게는 더 이상 우호적인 시선을 보내지 않는다. 오히려 그라운드에서 퇴출하라는 강력한 목소리를 내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그런데 이처럼 선수단 대다수가 집단적인 지역 비하와 역사적 상처를 조롱하는 행위에 동참했다면, 이들은 앞으로 자신들의 선수 생활에 얼마나 큰 차질이 빚어질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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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신의 지역과 역사를 모욕하는 듯한 노골적인 조롱을 참다못한 제일고 코치진은 결국 폭발했다. 제일고의 한 코치는 덕아웃을 향해 "적당히 해라", "스타벅스를 왜 가"라며 거세게 항의하며 분노를 표출했다. 결국 심판진이 직접 나서서 상황을 중재하고 나서야 소동은 일단락됐다. |
| ⓒ SPOTV 중계 갈무리 |
스포츠는 육체적 단련을 넘어, 상대에 대한 배려와 룰을 지키는 정정당당함을 배우는 숭고한 과정이다. 하지만 이날 목동 야구장 덕아웃에서 배재고 선수들이 보여준 모습에서는 그 어떤 스포츠 정신도, 학생다운 순수함도 찾아볼 수 없었다. 이 사건은 단지 철없는 학생들의 가벼운 일탈로 치부하고 넘어가서는 안 될 중대한 사안이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등 관련 기관의 철저한 진상 조사와 그에 합당한 징계는 물론이며, 청소년 스포츠계 전반에 걸친 인성 교육의 부재를 뼈저리게 반성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승리라는 결과에 매몰되어 스포츠 정신의 본질을 잃어버린 그라운드는, 그저 씁쓸한 상처만을 남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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