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美 ‘새 전략 파트너’로 부상…전쟁 중재에 반도체 동맹까지

인도는 최근 브릭스(BRICS)의 의장국으로서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의 요청을 받고 파키스탄, 카타르에 이어 미국과 이란의 전쟁 종식을 돕는 중재국으로 참여하고 있다. 미국 역시 인도 주재 미국 대사를 통해 인도의 종전 협상 동참을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미국과 인도의 관계는 좋지 않았다. 지난해 9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산 원유 구매를 이유로 인도에 50~100%의 추가 관세를 단행하면서 관계가 악화되는 모양새였다. 인도 역시 이란 전쟁에 대해 중립적인 입장으로 관여하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인도가 미국을 지지하는 행보를 보이기 시작했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했다. 인도는 이란 군함이 미군으로부터 격침됐을 때 이전과 달리 침묵을 유지한 장면 등이 근거로 언급된다. 신소은 AIF 인도·남아시아 연구원은 이 같은 인도의 행보에 대해 “미국과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에 기인한다”고 분석했다.
미국이 먼저 인도에 손을 내밀기 시작한 모습도 관측됐다. 미국 고위급 인사들이 연이어 인도를 방문한 것이 관계 회복에 나서는 신호로 비춰졌다.
지난 3월 엘브리지 콜비 미국 국방부 정책차관이 뉴델리를 방문해 수브라마남 자이샨카르 인도 외교부 장관과 면담했고, 사미르 폴 카푸르 미국 남·중앙아시아 담당 국무차관보가 인도를 방문하기도 했다. 당시 콜비 차관은 인도에 대해 “아시아 세력 균형을 위한 필수 파트너”라고 평가했다.
양국의 무역협상 역시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인도는 지난 25일(현지시간) 미국과의 1단계 무역협상이 99% 완료됐다고 밝혔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내년 초 인도 방문을 추진 중이기도 하다.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최근 인도에 대해 “미국의 매우 가까운 파트너이자 동맹국이며, (나렌드라) 모디 총리와 트럼프 대통령의 관계는 더할 나위 없이 가깝다”고 밝히며 “우리는 내년 초 (트럼프) 대통령의 (인도) 방문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미국이 인도와 관계 회복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가장 큰 이유로 중국이 언급된다. 미국은 중국과 갈등이 장기화되자, 특정 국가에 집중된 공급망을 분산하는 ‘차이나 플러스 원’(China+1)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세계 최대 인구와 성장 잠재력을 가진 인도는 미국에게 중국을 대체할 수 있는 생산기지이자 소비시장으로 평가받는다.
특히 미국은 반도체와 희토류, 배터리, 인공지능(AI) 등 첨단 산업에서 중국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인도와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양국은 지난 5월 뉴델리에서 열린 쿼드(QUAD) 외교장관 회의를 계기로 핵심광물과 희토류 공급망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적 핵심관물 협력 프레임워크’(Strategic Critical Minerals Cooperation Framework)를 체결했다.
이 협정은 리튬, 코발트, 희토류 등 핵심광물의 탐사·채굴·가공·재활용 및 투자 협력을 포함하며 반도체, 전기차, 청정에너지 및 방산 산업 공급망 안정화를 주요 목표로 한다. 이는 인도태평양 지역 내 핵심 광물 공급망 취약성을 완화하고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새로운 공급망 협력 체계로 평가된다.
또 인도는 올해 미국이 주도하는 ‘팍스 실리카’(Pax Silica) 협력체에도 참여했다. 팍스 실리카는 반도체, AI, 희토류 등 첨단 산업 공급망을 구축하기 위한 국제 협력체로 알려져 있다.
김기봉 국제금융센터 책임연구원은 “미국이 중국과 대립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인도의 생산력이나 노동력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따라서 앞으로 인도의 전략적 가치는 높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인도와 미국이 완전한 동맹을 맺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인도는 오랫동안 ‘전략적 자율성’ 외교를 유지해 왔다. 러시아와 협력 관계도 계속 이어가고 있다. 인도가 미국과 협력을 강화하고 있지만, 독자적인 외교 노선은 그대로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정혜선 기자 firstwoo@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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