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엄청난 자원 쏟아부은 산업...한국은 왜 손놓고 있나

차성덕 2026. 6. 29.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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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환경생태 현장르포 - 특별기획 '핵발전소와 재생에너지'] 녹색전환연구소 김병권 소장 인터뷰

인류를 구원할 것 같은 기술 문명이 실은 뭇생명을 죽이고, 지역을 초토화하며 공동체를 찢어놓으면서 이루어진다는 것을, AI 산업은 더 많은 에너지를 내놓으라고 우리를 닦달할 뿐 그 무엇도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우리는 깨달았습니다. 방향을 모르고 전력질주하는 기술 개발을 당장 멈추어야 합니다. 핵발전소 없이 살아갈 수 있지만, 물과 깨끗한 공기, 흙과 이웃 없이는 살아갈 수 없습니다. 그게 생명입니다. 생명으로서 우리가 빼앗기는 것이 무엇인지 잊지 않으려 합니다. 연재는 (사)세상과함께, 길동무가 함께 기획했습니다. <기자말>

[차성덕 기자]

 녹색전환연구소 간판 앞에 선 김병권 소장. 간판에 쓰여진 '오늘을 위한 전환' 문구가 눈에 들어온다. 2013년 설립된 녹색전환연구소는 한국을 대표하는 민간 기후정책 싱크탱크로서 ▲기후경제 ▲정의로운 전환 ▲녹색일자리 등 다양한 영역의 연구를 수행하고, 관련 보고서와 정책 제안서를 다수 발간했다. 또 전국 226개 지자체와 협력해 지역 전환 정책을 확산하고 국회 및 지방의회와 함께 정책 토론회 역시 다양하게 추진하고 있다.
ⓒ 성덕
대기가 뜨겁다. 집으로 가는 길가에 피었던 장미 넝쿨 꽃잎이 버석하게 말라가고 있었다. 유월의 장미란 말이 무색했다. 목련, 개나리, 벚꽃, 진달래가 동시에 폈던 올 삼월이 떠올라 심란해진다. 이제는 말 안 해도 모두 안다. 지구가 임계점에 다다랐다는 걸.

우리 인류는 화석연료 사용으로 2세기 만에 폭발적인 발전을 이뤘지만 그 대가는 만만치 않다. 화석연료가 내뿜은 온실가스는 차곡차곡 쌓여 지구 온도를 상승시켰다. 지구가 뜨거워지자, 기후가 요동쳤다.

지구 온도 추가 상승이 1.5°C를 넘어가게 되면 50년마다 한 번 일어났던 극한 고온은 8.6배나 많아지고, 10년마다 한 번씩 발생했던 극한 폭우는 1.5배나 자주 일어날 것이다. 지금 우리가 겪는 기상 이변의 정도는 얼마 후 아주 가벼운 일상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2°C, 또는 4°C를 넘으면 그 충격은 대책을 세우는 것이 무색할 만큼(극한 고온은 40배, 극한 강우는 2.7배) 말할 수 없이 커진다. (<기후를 위한 경제학> 김병권)

기후가 흔들리면 식량도, 사람도, 에너지도 함께 흔들린다. 알퐁스 도데의 '황금 뇌를 가진 사나이' 동화를 생각한다. 황금으로 된 자기 뇌를 아까운 줄 모르고 쓰다가 결국 죽음에 이르는 어리석은 주인공의 모습이 지금 우리와 겹쳐 보인다. 지구를 화석연료 사용 이전으로 되돌리기엔 이미 늦었지만, 그나마 다행인 것은 끝장으로 치닫기 전에 멈출 수 있는 마지막 시점 앞에 우리가 서 있다는 사실이다.

기후 위기 속, 에너지 전환에 박차를 가하는 세계
 녹색전환연구소 김병권 소장이 2026년 1월 8일에 열린 ‘2026기후시민네트워킹데이’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김병권소장은 20여년 간 민간 싱크탱크 등 여러 기관에서 사회경제적 개혁 정책과 생태경제학적 해법을 깊이 있게 모색해온 연구자다. 인공지능(AI)과 생태한계, 기후경제 등 녹색전환 전략에 높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 녹색전환연구소 유투브
2015년 12월, 기후 위기의 시급성을 인지한 195개국은 파리에서 열린 제2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총회에서 '기후변화 협정'을 채택했다. 마침내 전 세계가 함께 "지구 온도 상승을 다 함께 막아보자"라고 손잡은 거다. 파리협정에 따라 참여국들은 2025년에 자발적으로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를 설정해 2050년 탄소중립¹에 이를 때까지 실행 정책을 펼치고 5년마다 NDC를 점검하고 갱신해 나가고 있다.

우리나라 또한 파리협정에 따라 2025년 10월에 2035년에 도달할 NDC를 2018년 대비 53~61%로 제시하고 2026년 1월엔 이를 목표로 한국 녹색 대전환(K-GX, KOREA Green Transformation)을 선언했다. 또한 지난 5월 19일에는 '제1차 재생에너지 기본 수급 계획'²을 발표하며 에너지 체제 전환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

"전 세계적으로 2020년 들어오면서 화석연료에서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속도가 굉장히 빨라지고 있습니다. 최근에 신설되는 전 세계 전력 설비의 80% 이상은 태양광 아니면 풍력발전이 될 정도로 압도적으로 재생에너지가 에너지 전환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거든요. 기후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2050년까지 탄소 중립 되려면 적어도 에너지 전환만큼은 2040년 이전에 끝나야 하기 때문이죠. 사실 시간이 정말 얼마 안 남았죠. 그래서 지금 한창 본격화한 상황이 아닌가 합니다."

녹색전환연구소 김병권 소장은 2026년이 에너지 대전환의 해로서 기후 위기 대응에 대단히 중요한 분기점이 될 거라고 힘주어 말했다.

탄소중립, 핵발전소는 답이 아니다

여기서 잠깐,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게 탄소중립의 목표라면 탄소배출을 하지 않는 핵발전은 그 대안이 될 수는 없는 걸까? 실제로 국내 핵에너지 연구자들은 위와 같은 논리로 핵발전을 에너지 전환 중심에 놓고 재생에너지를 보조적 방편으로 이야기하기도 한다. 이에 김병권 소장은 "핵에너지는 에너지 전환의 중심이 될 수 없다"라고 단호히 말한다.

"핵발전을 무탄소 전력원이라고 표현하든, 청정에너지라고 표현하든, 전 세계적으로 봤을 때 핵발전을 중심에 놓고 재생에너지가 보조인 정책은 없어요. 에너지 자원과 관련된 국제 공식 문서를 보더라도 에너지전환의 주인공은 재생에너지거든요. 핵발전이 아예 필요 없다고 보는 데도 꽤 있고요. 그런데 굉장히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에서만 핵발전과 재생에너지가 누가 주연이냐를 가지고 다투고 있어요. 이건 되게 예외적인 현상입니다. 크게 잘못된 거죠."

김병권 소장은 핵발전이 갖고 있는 근본적인 한계를 크게 세 가지로 짚어냈다.

"가장 먼저 핵폐기물의 위험성이에요. 핵폐기물 처리 문제는 대단히 중요한 숙제인데 아직 대안 정리조차 안 된 상태로 미뤄두고 있죠. 두 번째는 시의성이에요. 핵발전소는 건설까지 최소 10년 이상, 굉장히 오랜 시간이 걸리죠. 그런데 에너지 전환은 굉장히 긴급한 상황이에요. 정부가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을 절반으로 줄인다고 공포했으니 5년 안에 에너지 전환이 이뤄져야 하는 상황인데 SMR(소형모듈원자로)조차도 2035년 준공 예정이에요. 2030년 시점으로 보면 아무런 소용이 없는 거죠.

세 번째로 핵발전은 경제성이 떨어져요. 1950년에 핵발전이 상용화된 이래로 가격이 줄지 않아요. 오히려 조금씩 느는 추세고요. 그에 비하면 태양광 가격은 최근 10년 동안 90% 이상 떨어졌거든요.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저렴해질 거고요. 게다가 핵발전을 옹호하는 국제에너지기구(IEA – International Energy Agency)조차도 향후 재생에너지 산업 투자 규모가 핵발전의 10배가 될 거로 예상해요. 제조 산업 시장을 고려해 봐도 핵발전보다 재생에너지가 압도적으로 큰 거죠."

이에 덧붙여 예측되지 않는 자연재해가 발생하는 기후 위기 시대에, 그에 취약한 핵발전소는 존재 자체로 잠재적 재앙임은 이미 자명한 사실이다. 그런데 왜 유독 우리나라는 핵발전을 포기하지 않으려는 걸까? 김병권 소장의 답은 간단했다.

"이해관계 문제 때문이라고 봐요. 한국은 미국이나 다른 나라들과 달리 화석 연료 기업들의 기득권이 상대적으로 약한 대신에 핵발전 기득권이 산업과 학계에 굉장히 강력하게 존재하거든요. 그러한 기득권의 이해관계가 마치 미래 에너지의 핵심 중심이 핵에너지가 되어야 하는 것처럼 과대 광고되지 않았나 싶은 거죠. 현재 정치권이나 미디어나 학계를 보면 핵에너지에 대한 지지 그룹이 대단히 강력한 이해관계로 묶여 있지만, 재생에너지 쪽은 산업조차 아직 약하기 때문에 발언권 또한 약한 거죠."

재생에너지는 24시간 안정되게 전력을 공급하지 못하는 간헐성을 보완해야 한다는 과제가 있긴 하지만, 에너지 저장 배터리 기술은 계속 발전할 것이므로 핵발전소가 안고 있는 잠재적 위험성에 비할 게 못 된다고 그가 덧붙였다.

"결국 재생에너지를 더 빨리 확대해서 재생에너지의 가능성을 더 보여주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재생에너지로 이익을 보는 주민들과 시민들이 늘어나는 수밖에는 없다고 보는 거죠. 말로 싸울 수 있는 일이 아니니까요."

재생에너지와 경제성장
 합천댐 수상태양광발전 시설.
ⓒ 윤성효
김병권 소장은 재생에너지의 고무적인 성장으로 중국의 예를 들었다. 중국은 정부 차원에서 녹색산업에 전폭적인 투자를 한 결과, 2026년 시점에서 전 세계 녹색에너지 생산 사이클을 주도하고 있는 국가가 된 것이다.

"현재 중국 경제 성장률의 3분의 1을 재생에너지 산업이 책임지고 있어요. 중국의 GDP 11.4%가 녹색산업에서 나오고 있는 겁니다. 태양광 에너지 가격이 10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진 것도 지난 10년 동안 중국이 엄청난 자원을 쏟아부어서 녹색산업을 지원했기 때문이거든요. 그 전까지만 해도 가격 문제 때문에 국가가 보조금을 지원해서 태양광 보급에 나섰는데 현재는 보조금도 줄여 나가고 있어요. 태양광 발전의 경제성이 확보됐기 때문이죠."

AI(인공지능)산업 전력수급 에너지원에 대한 중국의 태도도 주목할 만하다. 중국은 제15차 5개년 전력기본계획에서 AI데이터센터에 재생에너지를 주 에너지원으로 활용할 거라 밝혔다. 우리나라 정부가 AI전력 대안으로 핵에너지인 SMR을 들이미는 것과는 대조적인 행보다. 김병권 소장은 이에 대한 안타까움을 숨기지 않았다.

"최근 4~5년 동안 한국 녹색산업 경쟁력은 전 세계적으로 퇴행 중이에요. 국내 내수 시장에서도 국산태양광 모듈 생산은 4~5%에 불과하고요. 전 세계에 한 해 600GW씩 태양광이 깔리는 중인데, 그건 하루에 대형 원전이 2기씩 만들어지는 거랑 똑같거든요. 태양광은 그 정도로 빠르게 확장되고 있어요. 핵발전 기술 수출 시장하고는 비교가 안 되는 엄청나게 큰 게 태양광 시장인데 우리는 손 놓고 있는 거죠. 하지만..."

김병권 소장이 말을 잠시 끊었다가 다시 이었다.

"한국은 재생에너지 산업에서 충분히 경쟁력이 있습니다."

재생에너지의 핵심인 6대 녹색기술에는 ①태양광, ②풍력 터빈, ③에너지 저장 기술(ESS), ④전기차(수송·모빌리티), ⑤그린수소 생산을 위한 전해조 기술, ⑥전기 난방용 히트펌프가 있다. 한화솔루션을 비롯해 두산에너빌리티, 삼성SDI, 기아, 현대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은 이러한 녹색기술을 제조할 수 있는 역량을 이미 갖추고 있다는 거다.

"중국을 제외하면 6대 녹색기술의 산업 기반을 갖춘 유일한 나라가 한국이거든요. 게다가 요즘 공급망의 다변화가 전략적으로 되게 중요해지고 있잖아요. 예를 들어서 미국이나 유럽 같은 경우에 오직 중국에서만 태양광 패널을 수입하는 건 부담스러운 거죠. 그렇다면 대안이 필요한데 한국이 나설 수 있는 거죠. 한국이 굳이 녹색산업 시장에서 1등이 될 필요는 없거든요. 이제 2등 3등이 돼도 되는 세상이 됐어요. 전 세계에 어마어마하게 깔리고 있는 태양광 패널과 풍력 터빈을 누가 만드는가? 한국이 할 수 있는 거죠."

제반 기술이 마련돼 있고 국제 경쟁력도 긍정적인 이 상황에서 재생에너지 전환은 결국 정치적 의지의 문제로 귀결된다고 그가 덧붙였다.

"재생에너지를 지원하는 정책 수립이 늦어지면 결국 우리 생존과 직결된 에너지 전환에서 한국이 뒤처질 수밖에 없어요. 정부는 재생에너지로 전환의 시급성을 인지해야 합니다. 더 늦어지면 안 됩니다."

재생에너지로 그려보는 지역 분산형 사회

시선을 조금 돌려 이제 사회를 돌아보자. 에너지 문제는 경제적 분야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에 영향을 끼친다. 오늘날 한국의 에너지 생산과 소비 구조는 지방의 대형 발전소에서 대량으로 생산된 전력을 대형 송전망을 통해 도시로 전달하는 철저한 수도권 중심주의다. 이런 구조는 비즈니스와 인력이 수도권으로 집중되는 현상을 더욱 심화시켰고, 지역 소외와 사회 양극화라는 사회문제를 파생시켰다. 김병권 소장은 재생에너지 전환이 이러한 수도권 중심주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한국은 지방 중심으로 100여 기의 화석연료를 사용한 발전소와 핵발전소가 편제돼 있고, 거기서 생산한 전기가 송전망을 타고 수도권으로 옮겨져서 소비되는 구조잖아요. 하지만 재생에너지는 설계 구조가 그렇게 될 수 없어요. 지역마다 각자 독립된 발전 구조들을 가질 수밖에 없어서 생산되는 에너지 특성에 맞춰서 송신 범위가 결정될 거고요. 그런 이유로 재생에너지가 상용화되면 사회 발전도 분산형으로 가게 될 거라고 봅니다."

에너지는 단순한 상품이 아니다. 에너지는 우리 삶의 구조를 재배치하는 힘으로 작동한다. 따라서 지역 분산형 사회로의 전환은 재생에너지로의 전환과 맞물려 이뤄질 필연적인 변화인 것이다.

"이제 산업의 중심은 에너지입니다. 에너지가 있는 곳으로 사람도 가고 돈도 가는 구조가 만들어져야 합니다. 그걸 거친 용어로 표현하면 '지산지소'라고 생각해요. 지역에서 생산한 것을 지역 내에서 소비한다는 뜻이죠. 전기 에너지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제는 웬만하면 에너지가 생산되는 지역을 중심으로 산업 구조가 재편돼야 한다고 봅니다."

에너지를 생산하는 동시에 에너지를 소비하기도 하는 분산적 특성을 가진 재생에너지가 완전히 정착한다면, 우리 사회 또한 자연스럽게 분산적인 발전을 향해 움직이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는 곧 우리나라의 고질적이고 심각한 문제인 국토의 불균형한 발전 문제를 해결하는 길과 연결될 것이다.

어떤 에너지를 어떻게 쓸 것인가?
 2026년 6월 11일, 국가기후위기대응위원회(공동위원장: 김민석 국무총리, 이창훈 민간위 원장)는 '지방 탄소중립 역량 강화 컨퍼런스'를 개최하였다. 이날 행사에서는 지역의 탄소중립 이행 현황과 정책 추진 여건을 진단하고 지역 중심의 탄소중립 추진체계 구축을 위한 다양한 정책 제언이 제시되었다.
ⓒ 국가기후위기대응위원회
그렇다면, 재생에너지로 완전한 에너지 전환을 이룬다면 모든 게 만사형통일까? 이에 김병권 소장은 재생에너지라고 해서 우리가 무한히 써도 된다는 소리는 아니라며, 그런 에너지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재생에너지를 운영할 때는 온실가스가 안 나오지만 생산·제조할 때는 온실가스가 나온단 말이에요. 그리고 재생에너지 중에 배터리 같은 경우에는 원료 광물들을 얻기 위해서 매우 많은 자연 파괴가 이루어지고요. 그리고 태양광과 풍력발전은 땅 위에 있는 토지 공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당연히 자연 일부를 할당받아야 하고 생태계 파괴 문제도 야기되고요. 이런 한계를 인지해야 해요. 그를 바탕으로 우리의 경제 활동을 위해 에너지를 어디까지 쓸 건지 논의하고, 에너지의 생산 한계점을 다시 진지하게 고민해야 해요."

'어떤 에너지를 사용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한 시간만큼 이제는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를 심화할 시점이라며 그가 말을 이었다.

"재생에너지로 에너지를 전환한다는 건 그냥 전력 시스템 에너지원을 석탄 화력발전소에서 태양광이나 풍력으로 바꾸면 끝나는 게 아니에요. 전력망, 전력 전송 체계, 심지어는 우리가 전기를 쓰는 패턴도 바꿔야 한다는 뜻입니다. 예를 들어서 태양광 에너지가 상용화된다면, 전자기기를 충전할 땐 낮에 햇빛이 제일 많을 때 충전했다가 해가 지면 충전을 안 한다든지 전기 수요 또한 재생에너지에 상당 부분 맞춰야 합니다. 전기요금 과세 체계 또한 낮에는 엄청나게 싸졌다가 저녁엔 비싸지는 등 재생에너지 특성에 맞게 변화를 시켜 나갈 필요가 있고요."

재생에너지 전환은 자연스럽게 새로운 에너지 정책 수립을 요구한다.

"투자하고 만들고 구축하는 창조의 과정과 기존의 것을 파괴하고 축소하고 줄이는 과정이 충돌하는 걸 미드 트랜지션(중간 전환)이라고 해요. 상반된 두 갈래 과정이 병존하며 충돌하는 시기죠. 지금이 바로 그때입니다."

새로운 기술의 창조와 실행, 그리고 기존 기술의 축소와 파괴는 필연적으로 갈등을 예고한다. 그것은 단순히 경제적인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에너지 전환은 정치, 사회, 문화적인 다층적이고 복합적인 문제를 포함하고 있다.

"재생에너지 전환으로 생업을 잃은 석탄 화력발전소 노동자들의 실업문제부터 시작해서, 석탄 화력발전소가 있던 지역은 약화하고 재생에너지나 녹색 제조업 지역은 강화되면서 이들 지역 간 이해관계 상충도 예상되고요. 하다못해 관련 기술 교육이나 대학교 학과 편성 등에도 영향을 미치겠죠. 유기적으로 얽힌 수많은 문제가 발생할 거예요. 그 때문에 정부의 역할이 상당히 커 보입니다."

우리 정부가 이에 대한 대비가 되어있는지 김병권 소장은 묻는다.

"산업 간, 지역 간 이해관계 조정과 더불어 재생에너지 기술 산업에 대한 적극적 투자와 인센티브 정책 등 에너지 전환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이 광범위하고 다층적으로 진행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아직 전체적인 정책 설계와 계획 수립이 많이 부족해 보입니다."

'에너지는 단순한 상품이 아니라 모든 활동의 전제조건이다'³라는 말을 곱씹어 본다. 에너지가 바뀌면 우리 활동의 근본 조건도 바뀐다. 어떤 에너지를 쓰고 어떻게 사용하느냐는 결국 내가 어떤 미래에 살고 싶은가와 직결되는 결정이라는 걸 우리는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덧붙이는 글 | 기획 공동진행 : <(사)세상과함께>, 익천문화재단 길동무 각주1. 탄소중립이란 대기 중에 배출ㆍ방출 또는 누출되는 온실가스의 양에서 온실가스 흡수의 양을 상쇄한 순배출량이 0이 되는 상태를 말하는 것으로 넷제로(Net-Zero)라고도 부른다. (출처: 국가기후위기대응위원회) 각주2. ‘제1차 재생에너지 기본계획’은 2026년 3월에 개정된 ‘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 촉진법’에 따라 수립된 최초의 재생에너지 기본계획이다. 재생에너지 설비용량을 2030년까지 100GW, 발전비중을 2035년까지 30% 이상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각주3. 에너지 전문가 리처드 하인버그의 말이다. 김병권 <기후를 위한 경제학>(2023, 착한책가게)에 인용한 말을 다시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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