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배송·무료반품 좋아했는데... 쿠팡 다단계 하청의 민낯

이영광 2026. 6. 29.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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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광의 '온에어' 431] 홍주환 뉴스타파 기자

[이영광 기자]

쿠팡의 등장으로 한국 택배 시장은 완전히 바뀌었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장 큰 변화는 전날 밤 주문한 물건이 다음 날 아침 집 앞에 도착해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그 눈부신 속도 뒤에는 법의 사각지대를 파고든 거대한 '다단계 하청'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다. 과연 현장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지난 15일 뉴스타파에는 <쿠팡 로켓배송의 사각지대 '다단계 하청'... 30일 연속 밤새 일했다>라는 제목의 기사가 보도됐다. 해당 기사는 쿠팡의 재하청 구조 속에서 배달 노동자들이 겪는 피해 실태를 집중적으로 조명했다. 취재 뒷이야기를 들어보기 위해 지난 24일 서울 충무로역 인근 뉴스타파 사무실에서 해당 기사를 쓴 홍주환 기자를 만났다. 다음은 홍 기자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뉴스타파 기사 캡쳐
ⓒ 뉴스타파
- 리포트 올린 소회가 어때요?
"쿠팡은 오랫동안 계속 취재하고 있고 앞으로 해야 할 일도 많아서 특별히 소회를 밝힐 건 없어요. 다만 제가 다루고 싶었던 쿠팡 관련 보도 중 일부는 이번에 다뤘다고 생각합니다."

- 아직도 쿠팡은 보도할 게 많나요?
"그동안 쿠팡 물류센터의 노동 환경이 얼마나 안 좋은지, 배송 현장에서 사람들이 과로에 시달리다 죽음에 이르는 사례들을 취재했어요. 근데 이제는 좀 더 전체적인 기사를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쿠팡이라는 기업이 한국에 들어와서 한국의 택배 노동 생태계에 어떤 악영향을 끼쳤는지 종합적으로 깊이 있게 다루고 싶습니다."

- 쿠팡의 다단계 하청 문제는 어떻게 취재하게 되었나요?
"쿠팡에 하청 배송 기사뿐 아니라 재하청 배송 기사가 있다는 얘기는 예전부터 있었는데 사례자를 찾기가 쉽지 않았어요. 그러다 4월에 부산MBC와 JTBC의 보도로 그런 사례가 알려졌고, 그걸 보고 한번 종합적으로 다뤄야겠다고 생각해서 취재하게 됐습니다."

- 사례자에게 접근하기가 어렵지 않았나요?
"일단 중요한 게, 본인이 재하청 소속이라는 걸 모른 채 일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그러니 재하청 배송 기사를 찾는다고 해도, 본인이 재하청인지 모르면 지원조차 못 하는 거죠. 다행히 부산MBC와 JTBC 보도로 알려지면서 몇몇 배송 기사분들이 자신의 신분을 알아보게 됐고, 재하청이라는 걸 알게 되신 분들이 나오면서 그때부터는 취재가 수월해졌습니다."

- 재하청인 걸 모르는 게 정상인가요?
"정상은 아니죠. 보통은 본인이 어떤 구조에서 일하고 있는지 알아야 해요. 예를 들어 현대차 밴더사라면 내가 1차 밴더 밑에 있는 2차 밴더라는 걸 알아야 하잖아요. 근데 여기는 2차 업체에서 배송 기사들과 계약할 때 본인이 2차라는 걸 알려주지 않아요. 그냥 '쿠팡 배송을 한다'는 정도만 알려줄 뿐, 정확히 어떤 구조의 어느 말단에 있는지는 알려주지 않다 보니 배송 기사들도 솔직히 잘 몰랐던 거죠."

-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의 차이가 뭘까요?
"알면 본인이 무엇을 요구할 수 있는지 알게 되는 거죠. 기사에도 나왔지만, 2차 하청 구조이다 보니 수수료가 1차 하청에서 한 번 깎이고 2차 하청에서 또 한 번 깎인 다음에야 배송료가 내려오는 거였어요. 이 구조를 모르면 어디서 수수료를 과도하게 떼고 있는지 조차 모르니까 요구할 수 있는 게 없는 거예요. 1차에서 얼마를 떼고 2차에서 얼마를 떼는지 알려 달라고 요구할 수도 없고요. 결국 정보가 없으면 아무것도 요구할 수 없게 되는 거죠. 그게 가장 큰 문제였다고 봅니다."

- 전북 고창군 대산면의 쿠팡 물류센터에서 일하는 유재석씨 이야기로 시작 했는데 이유가 있을까요?
"일단 그분이 용기 있게 얼굴을 드러내도 좋다고 하셨기 때문에 전면에 내세운 거예요. 그런 인터뷰는 많지 않잖아요. 본인이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는데도 '나는 잘못하지 않았으니까 당당하게 하고 싶다'고 하시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습니다."

- 고창이 시골인데 거기 물류센터가 있다는 것도 의외인 것 같아요.
"그렇죠. 우리나라 택배가 워낙 발달된 나라라서 시골에도 조그마한 물류창고들은 다 있고 거기서도 배송이 이루어지는데, 그동안 쿠팡처럼 로켓배송 수준은 아니었던 거죠. 근데 쿠팡은 이런 시골에서조차 그걸 하고 있었던 겁니다.""

- 유재석씨는 어느 정도 관할하는 건가요?
"그분은 고창군 대산면 전체를 담당하고 있었어요. 그 면의 면적이 서울시 강남구보다 커요. 강남구보다 큰 면적을 혼자 배송하고 있었던 거죠. 물론 인구는 적어요. 몇천 명밖에 안 되지만, 그럼에도 강남구보다 큰 지역을 매일 혼자 운전하며 다니는 거죠."

- 유재석씨도 재하청이라는 걸 모르고 간 건가요?
"그렇죠. 이분도 쿠팡 배송을 하는 줄만 알고 오셨지, 본인이 정확히 어떤 업체의 재하청 업체에 속해 있는지는 모르셨어요. 그분이 알게 된 계기가, 기사에도 나왔지만 본인이 쓰는 쿠팡 앱에서 'A택배에 소속돼 있는데 왜 앱에는 내 소속이 C&K라는 회사로 뜨지?'라는 의문을 가지셨어요. 알고 보니 본인이 C&K라는 1차 하청업체 아래 재하청으로 일하고 있었던 거죠."

- 왜 계약서를 안 쓴 건가요?
"기사에서 업주가 '1년 단위 계약이니까'라는 식으로 얘기하는데, 그건 말이 안 되는 얘기예요. 6개월 단위 계약이라도 계약서를 써야 하거든요. 계약서를 안 쓴 이유는 사실상 배송 기사들을 더 쉽게 통제하기 위해서겠죠. 명문화된 계약서가 없으면 노동자가 뭔가를 요구하거나 과로 같은 문제를 제기하기 힘들어요. 거기다 사업주가 원하는 대로 배송 기사를 옮길 수도 있고요. 계약서가 있으면 '이건 계약 위반이니까 시킬 수 없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고 노동청에 신고도 할 수 있는데, 계약서가 없으면 그게 힘든 거죠. 그걸 노린 게 아닐까 합니다."
 뉴스타파 기사 캡쳐
ⓒ 뉴스타파
- 월급제 문제도 있지 않아요?
"그렇죠. 다른 배송 기사들의 경우 건당 얼마를 받는다고 명시돼 있어야 해요. 그분들에게는 그 건당 돈이 생계급여거든요. 그런데 이분들은 건당 단가가 명시되어 있지 않으니 수시로 바뀔 수 있고, 추적 관리도 안 돼요. '예전엔 얼마였는데 지금은 얼마'라는 식의 변동을 확인할 방법이 없으니, 배송 기사 입장에서는 권리가 계속 위축될 수밖에 없는 거죠."

- (월급을) 부르는 게 값인가요?
"문제는 이거예요. 쿠팡에서 처음 하청업체에 주는 배송료가 있는데, 하청업체가 회사 운영비 등을 떼고 나머지를 배송 기사에게 주는 구조잖아요. 그런데 쿠팡에서 하청업체로 얼마가 내려왔는지, 그 하청업체가 중간에서 수수료를 얼마나 떼는지를 배송 기사는 알 수가 없어요. 그러니 자기가 받는 돈이 전체의 80%인지 70%인지조차 모르는 거죠. 그러니 이게 부당하다고 얘기도 못 하는 거예요."

- 그렇게 해도 불법이 아닌 거예요?
"현재로선 불법은 아니에요. 이분들이 노동자로 취급받지 않기 때문에 이게 민사적인 관계일 뿐 형사나 행정적으로 얽혀 있지 않아서, 법으로 재하청을 금지할 수가 없는 거죠. 쿠팡이 법의 허점을 잘 이용하고 있는 거라고 봅니다."

- 쿠팡만 그런 건가요?
"저도 그게 궁금해서 취재해봤는데 CJ, 롯데, 한진 같은 곳은 재하청이 거의 없어요. 이유는, 그쪽 하청 배송 업체들이 보통 대규모가 아니라 지역 단위거든요. 그러니 그 지역에 특화되고 오래 일해온 만큼 굳이 재하청을 줄 필요가 없는 거죠. 반대로 쿠팡은 배송 구역을 무리하게 계속 넓혔어요. 한 업체가 서울도 하고 창원도 하고 광주, 제주도까지 맡게 된 거예요. 그런데 그 업체들이 모든 지역에 기반을 갖고 있을 수는 없잖아요. 그래서 재하청을 주는 거죠."

- 로켓 배송의 영향도 있을까요?
"당연히 영향이 있죠. 배송이 빨라야 하니까요. 다른 택배사는 2~3일이 걸려도 상관없으니 그렇게 촘촘하게 구역을 나누고 배송 기사를 배치할 필요가 없어요. 그런데 쿠팡은 단 하루 안에 배송하는 게 목표잖아요. 그러니 더 다단계 하청이 생길 수밖에 없는 상황인 거죠."

- 혹시 재재하청 가능성도 있을까요?
"취재하면서 3차 하청도 있다는 얘기는 들었는데, 사례자를 찾지 못해서 기사에는 담지 못했어요. 그래도 취재 중 만난 분들 중에 본인이 3차 하청까지 본 적이 있다고 하신 분들이 몇몇 있었습니다."

- 다단계 하청의 문제가 수수료 떼는 것인가요?
"그렇죠. 수수료가 가장 큰 문제예요. 단순히 돈의 문제가 아니라, 받는 돈이 줄어들면 더 많이 일할 수밖에 없거든요. 투잡, 쓰리잡이 될 수도 있고 그러다 보니 건강이 나빠지는 거죠. 같은 쿠팡 배송을 하는데 누구는 1차 하청이라는 이유로 돈을 더 받고, 누구는 2차 하청이라는 이유로 같은 일을 하면서 돈을 적게 받는 불평등한 구조가 문제인 겁니다."

- 쿠팡은 아무 문제 없다는 입장인 거죠?
"쿠팡은 자신들이 그렇게 하지 못하게 하고 있는데 1차 하청업체가 마음대로 하는 거라고 주장해요. 그런데 이건 사실 말이 안 돼요. 이 구조 자체가 쿠팡이 만들어 놓은 판이거든요. 쿠팡이 만든 판에서 벌어지는 일이니 관리·감독할 책임도 쿠팡에 있는 거죠. 그래서 제가 물어봤어요. '실제로 다단계 하청을 하는 업체에 페널티를 준 적이 있냐, 최소한 배송 구역을 회수하거나 계약을 해지해서 본보기를 보인 적은 있냐'고요. 거기에 대해서는 답변을 거부했어요. 사실상 방관한 게 아니냐는 의심을 받아도 무방하다고 봅니다."
 홍주환 뉴스타파 기자
ⓒ 이영광
-취재하며 느낀 점이 있다면.
"다단계 하청을 하는 게 쿠팡만 있는 건 아니에요. 다른 업체나 산업 분야에도 많이 있죠. 그럼에도 쿠팡을 문제 삼는 이유는, 쿠팡이 오기 전까지 택배 업계는 그나마 점점 나아지고 있었다고 봤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쿠팡이 로켓배송과 무료배송, 무료반품, 새벽배송까지 들고 오면서 택배 산업이 나아지다가 오히려 후퇴했다고 생각해요. 이상하지 않나요? 물가는 계속 오르는데 배송료는 안 오르고 오히려 싸지고 있어요. 사람들의 임금과 인건비는 계속 오르는데 배송 기사가 받는 배송료는 줄어들어요. 제가 아는 배송 기사 분은 3년 전엔 건당 900원을 받으셨는데 지금은 700원을 받으세요. 같은 배송 구역인데도요. 그 사이 평균 월급이 얼마나 올랐겠어요. 쿠팡이 들어오면서 택배 생태계가 이상하게 흘러가고 있어요."

- 그러면 다른데도 영향이 있을 것 같거든요.
"그렇죠. 쿠팡이 값싼 서비스를 하면 당연히 택배 시장 점유율이 높아지잖아요. 그러면 CJ, 한진, 롯데 같은 기존 사업자들도 배송료를 줄일 수밖에 없어요. 안 그러면 점유율을 다 뺏기니까요. 그렇게 연쇄적으로 다른 택배사에서 일하던 배송 기사들도 배송료가 줄고 있어요. 이게 쿠팡이 만든 나비효과라고 생각하는데, 이걸 어떻게 하면 사람들에게 더 잘 보여줄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 마지막으로 한마디 해주세요.
"많은 분들이 탈팡한다고 하시는데, 굳이 그것까지 요청드리고 싶지는 않아요. 다만 무료배송에 무료반품이 이상하지 않냐는 거예요. 취재하면서 놀랐던 게, 요새 옷을 살 때 스몰·미디엄·라지를 다 사서 한 번씩 입어보고 맞는 것 하나만 남기고 나머지 두 개를 반품한다는 분들이 있대요. 무료반품이 되니까요. 근데 이게 이상하지 않나요? 그게 엄청난 기술 혁신 때문이 아니라, 사람을 값싸게 돌리고 있기 때문이라는 걸 꼭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 그 서비스가 너무 편한 만큼, '이상하지 않아?'라는 생각도 한번쯤 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전북의소리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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