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원장 출신 이진숙의 1호 법안, '미디어'가 아니었다
[배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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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진숙 국민의힘 의원이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김태규 의원과 인사하고 있다. |
| ⓒ 남소연 |
그런 그가 보궐선거로 국회에 들어와 가장 먼저 꺼낸 법안은 무엇이었을까. 답은 노란봉투법 개정안이었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이진숙 의원 등 23인은 지난 26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일부개정법률안, 이른바 노란봉투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의 제안이유는 원청 사용자성 확대와 쟁의 대상 확대가 "소수 하청업체 근로자 및 취업 준비 청년"을 소외시킬 수 있다며, 산업 혼란을 막고 하청노동자와 청년의 기회를 보호하겠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주요내용을 보면 다른 그림이 보인다. 개정안은 적법한 도급계약을 맺고 독자적인 인사·노무 관리 권한과 예산·조직을 갖춘 하청업체의 노동자에 대해서는 원청의 사용자 지위를 인정하지 않도록 했다. 또 인사권 행사, 경영상 판단과 연계되는 성과급 산정·지급, 자산 운영과 관련된 경영상 결정에 대해서는 쟁의행위를 할 수 없도록 했다. 여기에 쟁의행위 기간 파업참가자의 50%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대체근로를 허용하는 내용까지 담았다.
하청노동자와 청년을 보호하겠다는 법안이 실제로 하는 일은 무엇인가. 원청의 사용자 책임을 줄이고, 노동쟁의의 범위를 좁히며, 파업의 압력을 낮추는 것이다. 보호라는 명분과 달리 조문은 노동자의 교섭력을 약화시키는 방향으로 짜여 있다.
노란봉투법이 열어둔 문, 다시 좁히자는 이진숙
이 의원은 법안 발의 취지를 설명하며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산업 현장에서 원청을 상대로 한 직접 교섭 요구가 확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 사례로는 SK하이닉스 청주공장 협력업체 노조의 원청 교섭 요구가 언급됐다. 해당 노조는 원청을 상대로 성과급 차별 중단을 요구하며 직접 교섭을 요구한 바 있다. 이 의원은 이런 흐름을 두고 '진짜 사장 나와라'식 교섭 남용이 반복돼서는 안 된다고 했다.
하지만 이 법안은 단순한 보완안으로 보기 어렵다. 이름은 개정안이지만 방향은 분명하다. 노란봉투법이 열어둔 원청 교섭의 문을 다시 좁히겠다는 것이다. 하청노동자가 원청을 향해 말할 수 있게 된 변화 자체를 문제 삼는 법안에 가깝다.
물론 노란봉투법의 시행 과정은 점검돼야 한다. 원청 사용자성의 범위, 교섭 절차의 안정성, 성과급 같은 쟁점이 어디까지 단체교섭의 대상이 될 수 있는지는 따져볼 문제다. 그러나 그 논의의 출발점이 하청노동자의 원청 교섭 요구를 '사회적 혼란'이나 '교섭 남용'으로 낙인찍는 것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시행 100일의 숫자도 '남용'이라는 단정과는 거리가 있다. 노란봉투법 시행 뒤 원청을 상대로 한 하청노조의 교섭 요구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시행 이후 지난 19일까지 원청 사업장 439곳을 상대로 1161개 하청노조가 교섭을 요구했다. 그러나 교섭 요구가 있었다는 사실과 그것이 곧바로 남용이라는 결론은 다르다.
실제로 교섭 요구는 시행 첫 달에 집중된 뒤 증가세가 둔화됐다. 고용노동부도 일각에서 제기한 '교섭 쓰나미'나 과도한 쪼개기 교섭은 나타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필요한 것은 제도 운용의 점검이지, 하청노동자의 원청 교섭 요구 자체를 위험으로 낙인찍는 일이 아니다.
이 의원 측이 문제 사례로 거론한 SK하이닉스 청주공장 사례도 '교섭 남용'이라는 말 하나로 정리하기 어렵다. 협력업체 노동자들은 원청 직원과의 성과급 격차를 문제 삼으며 원청과의 교섭을 요구했다. 이 요구가 어디까지 교섭 대상이 될 수 있는지는 따져볼 수 있다. 그러나 적어도 먼저 물어야 할 것은, 왜 하청노동자들이 하청업체가 아니라 원청을 향해 말하게 됐느냐다.
'진짜 사장 나와라'는 거친 구호일 수 있다. 그러나 동시에 실제 결정권자가 누구인지 묻는 질문이기도 하다. 하청업체가 임금과 노동조건을 독자적으로 결정할 수 없고, 원청의 단가·물량·공정·평가 체계가 하청노동자의 삶을 좌우한다면 노동자는 실제 결정권자를 향해 말할 수밖에 없다. 그 말을 처음부터 남용으로 부르는 정치는 현실의 산업 구조를 보지 않는다.
이진숙 1호 법안에서 가장 위험한 대목
성과급 문제도 마찬가지다. 성과급이 어디까지 단체교섭의 대상이 될 수 있는지는 논쟁될 수 있다. 그러나 성과급을 처음부터 '경영권'이라는 이름으로 교섭 바깥에 밀어내면, 그 성과를 함께 만든 하청노동자의 노동은 설명되지 않는다. 성과급이 경영성과의 보상이라면, 먼저 물어야 할 것은 그 성과가 누구의 노동으로 만들어졌느냐다.
이 법안이 내세운 '청년 보호'라는 명분도 같은 질문을 피하기 어렵다. 파업 중 대체근로를 허용하는 것이 청년에게 안정된 일자리를 주는 길인가. 아니면 노동자의 파업권을 우회하는 임시 투입 통로를 여는 일인가. 청년의 이름을 앞세웠다고 해서 노동권을 약화시키는 조항이 청년 보호로 바뀌지는 않는다.
결국 이진숙 의원의 1호 법안에서 가장 위험한 대목은 노란봉투법의 부작용을 점검하자는 데 있지 않다. 하청노동자가 원청을 향해 교섭을 요구하는 변화 자체를 '남용'으로 부르는 데 있다. 부작용 점검과 권리 부정은 다르다. 제도 운용의 문제를 고치겠다는 말과, 어렵게 열린 교섭의 문을 다시 닫겠다는 말도 다르다.
'진짜 사장 나와라'라는 말이 불편하다면, 먼저 물어야 할 것은 그 말이 왜 현장에서 나왔느냐다. 그 질문을 듣기도 전에 법으로 막겠다는 정치는 노사관계의 균형을 세우는 것이 아니라, 하청노동자의 목소리를 다시 교섭장 밖으로 밀어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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