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손님이 다시 늘어요"…논란 딛고 일어서는 예산시장
올해 140만명 방문…백종원 논란 작년 연간 수치 넘어
먹거리 찾는 가족여행객·외국인관광객 발길
상인들 "작년 타격 있었으나 올해 회복 느껴져"
"카스테라, 국수, 호두과자, 볼카츠, 또 뭐 먹었더라. 엄청 많이 먹었어요. 그중에 전 냉국수가 제일 맛있었어요.", "저는 카스테라요."
지난 26일 충남 예산군 예산상설시장에서 만난 남매 장지유(14) 군과 장지음(11) 양은 가족여행으로 2박 3일간 예산을 방문하던 중 이틀 연속 시장을 왔다고 했다. 경기 수원 영통에 거주하는 남매는 "시장이 재미있다. 레트로 감성이 살아있다"며 밝게 미소 지었다.
이날 기자가 방문한 예산시장은 낡고 오래된 시장 건물을 돋보이게 하려는 듯 입구에 '예산상설시장' 간판과 함께 옛 포스터와 벤치가 배치됐다. 입구부터 식당에서 음식을 구매해 식사하는 구역인 장터광장에 낮은 테이블과 의자가 펼쳐졌다. 마치 1970~80년대 시장에 들어와 있는 듯한 식당 간판과 시장 내부 인테리어가 눈에 띄었다.
장터광장에는 아이를 동반한 가족 여행객부터 친구·지인 단체 관광객, 외국인 관광객까지 다양한 방문객이 있었다. 점심시간이 지난 평일 오후 3시 경이었으나 장터광장 자리의 절반 이상이 차 있었다.

이날 20대 중국인 여성 4명이 삼겹살을 굽고 있었다. 이들은 남자 아이돌그룹 투어스(TWS)의 멤버 신유가 예산시장을 방문한 영상을 보고 서울 여행 중 기차를 타고 당일치기로 예산을 방문했다고 밝혔다. 광장에서 테이블을 정리하던 직원은 "점심시간엔 가득 찼는데 오후라 적어진 편"이라며 "요즘 주말이나 '빨간 날'(공휴일)에는 자리가 없어서 1시간씩 기다리며 먹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식당 대부분 대기하는 줄은 없었으나 시장을 오가며 먹거리를 고민하는 여행객 행렬이 이어졌고, 술이나 디저트 상점에서 제품을 고르는 방문객도 적지 않았다.
일명 '백종원 시장'으로 명성을 얻었던 예산시장이 다시 살아나는 모습이다. 예산군은 올해 예산시장 방문객을 지난달 기준 140만명으로 집계했다. 예산시장 방문객 수는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 주도로 정비한 후 재개장한 2023년 370만명에서 2024년 400만명까지 늘었다가 지난해 130만명으로 대폭 줄었다. 지난해 연간 방문객 수를 올해는 불과 5개월 만에 넘어섰다.

예산시장은 더본코리아와 예산군, 지역 상인이 협업해 지역 먹거리와 시장 상권, 관광 콘텐츠를 유기적으로 연결하며 성공적인 지역개발 프로젝트로 큰 인기를 끌었다. 100년 역사의 시장이었으나 4년 전까지만 해도 하루 방문객 10명 남짓에 불과한 시장이었다. 2018년 더본코리아가 예산군과 협약을 맺고 구도심 지역 상생 프로젝트 사업을 시작하면서 예산시장을 리모델링해 2023년 1월 재개장했다. 더본코리아 지역개발사업의 일환이었다.
재개장 이후 예산시장은 유명세로 홍역을 치렀다. 더본코리아는 3000원대 국수, 5000원대 삼겹살 등 값싼 먹거리를 중심으로 예산시장의 변화를 추진했고, 오픈 직후 인파가 급증했다. 3개월 만에 인프라 부족에 위생, 가격 급등 등 각종 문제가 발생했고, 현지 상인들과의 갈등도 벌어졌다. 특정 기업이 지자체 사업을 사유화한다는 비판에 국회 국정감사에서 논란이 되기도 했으며, 갑작스러운 인기에 임대료가 급등하며 '젠트리피케이션' 문제에도 시달렸다. 여기에 백종원 대표를 둘러싼 각종 의혹이 제기되면서 방문객수는 더욱 줄었다.

현재 예산시장에는 80여개 점포가 있으며 그중 30% 이상인 26개가 직·간접적으로 더본코리아의 손길이 닿는 매장이다. 전체 점포 중 절반 이상이 식사, 디저트, 술 등 먹거리를 판매하고 있으며 더본코리아의 컨설팅을 받은 매장 중 불판 빌려주는 집을 제외하고는 모두 먹거리를 판매하고 있다. 더본코리아는 다른 청년들이 예산에 정착해 창업에 도전할 수 있도록 보증금과 인테리어, 메뉴 개발, 교육비 등을 지원하는 창업 모델을 운영하고 있다. 또 시장이 재개장했던 시점에 세운 계획을 유지하는 차원에서 직접 관리 매장은 컨설팅을 지속하고 위생관리도 진행하고 있다.


예산시장은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속가능한 발전으로 이어지도록 자구책을 마련하는 것이 과제로 떠올랐다. 최재구 예산군수는 "상인들이 '이대로는 우리가 다 죽겠다'고 하며 (적극적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음식 가격을 안 올리고, 백 대표가 준 레시피를 이용해서 맛도 신경 쓰고, 친절하게 대응하면서 자생력을 갖췄다"며 "지금은 주말에 3만~4만명 정도가 방문한다"고 말했다.
백 대표는 예산시장 사례를 바탕으로 지역개발 사업을 계속해서 확장해나갈 계획이다. 백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의 간담회를 통해 "지역개발은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보다 지역민과 함께 오래 지속될 수 있는 구조를 설계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부가가치가 만들어진다"며 "(기업 입장에서) 지역개발 사업으로 발생하는 당장의 실질적인 수익은 없지만, 지역 특산물을 활용해 메뉴 개발하고 스토리텔링 하는 과정에서 데이터를 확보하는 등 연구개발(R&D)이 가능한 것이 무한한 가치를 창출한다"고 강조했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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