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 떼는 AI 거인들… ‘그들 만의 AI’ 시대 문 열렸다
첨단 AI 통제하려는 美정부 정책 영향

미국 주요 인공지능(AI) 기업들의 최신 모델 공개 방식이 근본적인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불특정 다수에게 기술을 개방하던 기조에서 벗어나, 검증이 완료된 소수에게만 접근을 허용하는 ‘제한적 일부 공개’ 방식으로의 전환이 본격화되는 모양새다.
오픈AI는 지난 26일(현지시간) 자사의 최신 AI 모델인 ‘GPT-5.6’을 전격 공개했다. 이번 모델은 성능과 용도에 따라 ‘솔’, ‘테라’, ‘루나’ 등 세 가지 세부 모델로 나뉜다. 특히 최상위 모델 솔은 코딩과 생물학, 사이버 보안 세 영역에서 비약적인 성능 향상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어려운 문제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있도록 하는 ‘최대 추론 노력’과 여러 하위 에이전트를 활용해 복잡한 작업을 병렬 처리하는 ‘울트라 모드’ 등 새로운 기능도 추가됐다.
‘역대 가장 강력한 모델’이라는 평가까지 나왔지만, GPT-5.6은 대중에게 즉각 배포되지 않았다. 오픈AI는 미국 정부의 요청에 따라 GPT-5.6의 초기 공개 범위를 소수의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로 제한했다고 밝혔다. 일반 사용자를 대상으로 한 전체 배포는 안전성 검토 및 정부와의 규제 조율을 거쳐 몇 주 후 이뤄질 것이라고 예고했다.
‘밀실 공개’ 흐름의 기저에는 첨단 AI 기술을 관리 및 통제하려는 미국 정부의 안보 정책이 자리 잡고 있다. 지난 4월 앤트로픽 ‘미토스’가 촉발한 보안 쇼크가 정부의 위기감을 키우며 규제 강화의 결정적 계기로 작용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달 초 AI 기업이 새로운 모델을 대중에 공개하기 최대 30일 전에 정부에 미리 제출하도록 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어 지난 12일 미국 상무부는 앤트로픽의 최첨단 모델 ‘미토스5’와 ‘페이블5’가 국가 안보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며 외국인 접근을 차단하고 수출을 통제하는 초강수를 뒀다.
이후 통제 수위는 일부 완화됐지만, 접근 장벽은 여전히 높다. 지난 26일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미 상무부는 이날 앤트로픽에 비공개 서한을 보내 미국 내 특정 기업만 미토스5를 사용할 수 있다고 통보했다.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은 서한에서 “신뢰할 수 있는 특정 파트너들이 미토스5를 사용하는 데 필요한 보안 조치가 충분히 마련됐다”고 평가했다. 서한에는 미 정부가 언제든 승인 대상 목록을 임의로 변경할 수 있다는 조항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사실상 미국 정부의 승인을 거쳐야만 미토스5를 사용할 수 있다고 못을 박은 셈이다.
정부의 통제가 노골화하는 상황을 두고 AI 업계에서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터져 나온다.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GPT-5.6의 제한 공개 조치에 대해 “강력한 성능을 갖춘 모델일수록 단계적으로 공개하는 것은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지금의 절차가 우리가 생각하는 최적의 방식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박선영 기자 pomm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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