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땅인 줄 알았다"…남의 땅 94㎡ 침범한 건물주의 최후
1·2심 "20년 점유, 소유권 인정"
대법 "착오 아냐…취득시효 불가"
남의 땅을 상당 부분 침범해 건물을 지어놓고 20년이 지났다는 이유로 소유권을 주장할 수는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침범 면적이 통상적인 시공 착오를 넘어서는 수준이라면, 애초에 남의 땅인 줄 알고도 무단으로 점유한 것으로 보아 취득시효를 인정할 수 없다는 취지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주심 신숙희 대법관)은 토지 소유자 A씨가 건물주 B씨를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반환 소송 및 B씨가 낸 소유권이전등기 반소 상고심에서 B씨의 손을 들어준 원심을 깨고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B씨는 1993년 파주시의 한 토지(76㎡)를 매입해 건물을 신축했다. 이후 인접 토지(106㎡) 주인이 사망하고 아들 A씨가 땅을 상속받는 과정에서, B씨의 건물이 원래 자신의 땅이 아닌 A씨의 땅 중 무려 94㎡를 침범해 지어졌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에 A씨는 그동안 밀린 임대료 상당의 부당이득금을 내라며 소송을 냈고, B씨는 "20년간 평온하고 공연하게 점유했으므로 민법에 따라 내 땅이 됐다"며 소유권을 넘기라고 맞소송을 냈다. 민법상 20년간 '소유의 의사'로 평온·공연하게 부동산을 점유하면 소유권을 취득할 수 있는 점유취득시효 제도를 근거로 든 것이다.
1심과 2심은 B씨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B씨가 1993년부터 자기 땅인 줄 알고 점유해 온 것으로 추정되므로 점유취득시효가 완성됐다고 보아 A씨가 토지 소유권을 넘겨야 한다고 판결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B씨가 애초에 건물을 지을 때부터 남의 땅임을 알았을 것이라고 보고 원심을 뒤집었다. 대법원 판례상 건물이 타인의 땅을 침범한 면적이 통상 있을 수 있는 시공상의 착오를 넘어설 정도로 상당하다면, 건축주가 침범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봐야 한다. 이 경우 '내 땅인 줄 알았다'는 소유의 의사(자주점유)가 깨지기 때문에 점유취득시효를 인정받을 수 없다.
재판부는 "B씨 건물이 침범한 면적(94㎡)은 통상적인 시공 착오를 넘어선다"며 "더욱이 B씨가 1999년 경매로 원래 자신 소유의 인접 토지를 잃는 과정에서도 건물이 남의 땅에 있다는 점을 자인한 바 있어 자주점유를 인정할 수 없다"고 파기환송 이유를 밝혔다.
염다연 기자 allsal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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