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확신 본 李대통령…호남 반도체 승부수 띄웠다

윤성민 2026. 6. 29.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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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26일 청와대에서 열린 미래 新안보 혁신기업 육성 전략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를 둘러싼 공방이 산업 정책의 타당성 논쟁을 넘어 정치적 복합 전선으로 번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 지지율이 ‘데드크로스’(부정 평가 역전)를 지나자 야당은 ‘정부의 기업 팔 비틀기’ 프레임으로 공세 강도를 높이고 있다. 이 대통령은 7개 X(옛 트위터) 메시지로 직접 방어막을 쳤다.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를 임기 2년차 국정 주도권 다툼의 최대 승부처로 보고 있다는 의미다.

청와대는 29일 오후 2시 영빈관에서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를 연다. 산업통상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정부 부처가 반도체, 피지컬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등 3대 프로젝트를 발표한다. 이어 삼성전자와 SK가 투자계획을 발표할 계획인데,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투자 계획도 베일을 벗는다. 총 투자 금액이 1000조원을 넘을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들의 설명을 종합하면, 당초 청와대는 호남에 RE100(재생에너지 100%) 산업단지를 조성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송전망 건설 과정에서 주민 반대, AI 열풍 속 반도체 수요 증가 등이 변수로 작용하며 반도체 클러스터 건설로 계획이 바뀌었다. 여기엔 호남에 재생에너지가 풍부하다는 점과 광주·전남 통합으로 5년간 20조원의 예산이 투입된다는 점까지 고려됐다고 한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베네데토 비냐 페라리 CEO가 지난 12일(현지 시간) 로마 한 호텔에서 열린 한-이탈리아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에서 대화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그러나 야권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6일 “이 대통령과 (김용범) 정책실장의 행태는 직권남용 현행범들의 행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했다. 한동훈 무소속 의원은 “삼성·SK 총수를 불러들여 반도체 클러스터를 호남에 지으라고 압박하고 있다”며 “미르·K스포츠재단 사건에서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기부금을 냈다고 하는 것과 다른가”라고 비판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정부가 기업을) 인허가권과 규제라는 생사여탈권을 쥔 권력이 방향을 정해두고 압박하는 순간, 그것은 설득이 아니라 거부할 수 없는 ‘강요’이자 ‘정책적 협박’이 된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27~28일 7개의 X 메시지를 올려 일일이 반박했다. 안·한 의원 비판엔 “최고경영자(CEO)들이 회사에 이익이 된다고 판단해 (입지를) 결단한 것”이라며 “이런 건 직권남용이나 강요 지시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행정지도나 조성 행정이라고 한다”고 했다. “부처 눈에는 부처가 보이고, 돼지 눈에는 돼지가 보이는 법”이라고도 썼다. 호남에 산업용수가 부족하다는 언론 보도엔 “수자원을 제대로 배치·관리하면 하루 100만톤(t)의 산업용수 공급도 가능하다”고 반박했다.


더불어민주당 중진 의원은 “이 대통령은 반도체 투자 문제를 임기 내 경제 뿐 아니라 임기 후 자신에 대한 평가까지 결정할 가장 중요한 사업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김용범 정책실장도 28일 페이스북에 “반도체는 더 이상 특정 산업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경제와 안보, 교육과 청년, 수도권과 지방, 금융과 부동산까지 모두 연결하는 시대의 핵심 변수”라고 썼다.

이 대통령이 호남 반도체 투자의 결단 시기를 판단하는 데는 삼성전자와 SK 측과의 지속적 소통도 크게 작용했다고 청와대 관계자는 전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 25일 청와대에서 비공개로 이 대통령을 만나 반도체로 지금까지 낸 이익보다 올해 낸 이익이 많을 수 있는 상황을 설명하면서 반도체 공장을 짓는 대로 돈을 버는 시기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최태원 SK 회장은 지난 2일 “앞으로 5년 안에 전체 웨이퍼 생산능력을 두 배로 늘릴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경기도 용인시 SK하이닉스 용인반도체클러스터 공사 현장에 불이 환하게 밝혀져 있다. 김정훈 기자


호남 반도체 투자를 정치적 승부수라는 차원에서 읽는 시각도 있다. 이 대통령이 지지율 ‘데드크로스’를 맞은 상황에서 임기 중반부 안정적인 지지율 관리에도 주효할 것이라는 기대다. 여권 관계자는 “이재명 정부를 가장 강력하게 지지했던 호남에서 지지율이 빠지면 타격이 크다”며 “반도체 투자로 호남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면서 ‘3대 메가프로젝트’로 다른 지역 첨단산업 투자도 발표하면 지지율 관리 측면에서 괜찮은 그림”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4월 23일 베트남 하노이 시내 한 호텔에서 열린 한-베트남 비즈니스 포럼 사전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윤성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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